천우희

이 시대의 불안한 청춘들을 위한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젊은이들에게 취업도 사랑도 결혼도, 뭐 하나 ‘쉽지 않은’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은 20대를 넘어 30대들도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에 자신만의 말 못할 짐을 지고 가는 이들이 많다.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는 이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18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버티고’ 제작보고회에는 전계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태오 정재광이 참석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을 보내며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내용을 담은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다. 아찔하게 높은 고층 빌딩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버티는 인물들과 유리창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현 시대를 조망하는 작품이다.

충무로를 이끌 여배우로 각광받는 가 비밀스러운 사내연애를 하며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는 계약직 서영 역을, 영화 ‘레토’(감독 세레브렌니코프)로 71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신예 유태오가 서영의 연인이자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 진수를 연기한다. 독립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재광은 건물 외벽 청소를 하는 로프공 관우 역으로 분했다. 메가폰을 잡은 전계수 감독은 “현기증과 이명을 앓고 있는 30대 직장 여성의 이야기로 가 아름답게 추락하는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하며 “감정의 진폭이 정말 큰 영화”라고 덧붙여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는 “서영은 이제 막 서른을 넘은 계약직 디자이너로 현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다 공감할 법한 일이나 연인 또는 가족들, 사회생활 속에서 관계가 불안정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제가 서영과 비슷한 또래기 때문에 공감이 됐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마지막 대사 한 줄에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대사 한 줄로 인해 출연하고 싶었고, 제가 느꼈던 것처럼 보시는 분들이 위로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특히 극중 역할에 대해 는 “늘 선이 굵거나 특수한 상황에 놓인 극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올해 이런 일상성을 지닌 캐릭터를 보여주게 됐다. 내가 출연한 다른 작품과는 다른 감정의 진폭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캐릭터에 반영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전계수 감독은 “‘버티고’는 시나리오를 쓴지 꽤 오래된 작품인데 운 좋게 프로덕션을 시작하게 됐고 30대 여배우 중 를 찾게 됐다. 촬영 전 많은 이야기를 통해 캐릭터를 완성했는데 의 움직이는 걸음걸이, 말하는 방식 등이 시나리오를 쓸 때 상상했던 서영의 모습과 너무나 일치해 놀랐다. 는 서영 그 자체였다”라고 극찬했다.

유태오는 극 중 서영에게 의지가 되는 다정한 연인이자 사내 최고 인기남 진수 역으로 등장한다. 진수는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이성의 주목을 끄는 매력적인 남자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갑작스레 회사를 떠나며 의도치 않게 서영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서영의 회사 고층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 관우 역으로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게 된 정재광은 “로프공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소방 대원들이 인명 구조를 하는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 훈련을 짧게나마 같이 참석해서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하며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길이는 달랐지만 임하는 자세는 같다”라고 들려주었다. 전 감독은 “영화의 제목인 ‘버티고’는 이중적인 제목이다. 이명, 현기증이라는 뜻이 있고, 그런 것을 겪으며 버티는 30대 여성의 이야기”라며 “그 여성의 사회적 관계, 애정, 그리고 가족관계가 붕괴되며 마음 속에 일어나는 파국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버티고’는 오는 10월 17일 개봉한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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