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워커홀릭 ②바른생활맨 ③꽃미모

장동윤

모든 부모님들이 갖고 싶어 할 ‘워너비 모범생 아들’감이었다.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 극본 임예진 백소연, 연출 김동휘) 종방 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은 또래와 다른 무게감이 느껴지는 바르고 듬직한 청년이었다. 명문대 재학생다운 총명한 브레인에 교육자 집안 출신다운 올곧은 성품, 곱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오는 해사한 외모를 지닌 ‘매력남’이었다. 여기에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 주가가 급상승 중이다.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대세배우’답게 인터뷰장 근처에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은 해외 팬들이 추위 속에서 몇 시간 기다리고 서 있었다. 쏟아지는 찬사와 드라마로 높아진 인기로 우쭐해질 법도 하지만 은 예상대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뜨거운 인기가 아직 당황스러운, 첫 팬 미팅을 어찌 치를지 고민이 많은 소년의 느낌이 강했다. “정말 감사하게 무사히 촬영을 마쳤어요. 촬영이 끝난지 오래 안 돼 제 주가가 올라갔는지는 사실 피부로 느낄 기회는 많지는 않았어요. 팬클럽 회원수가 좀 늘긴 했더라고요. 팬미팅을 한 회만 하려 했는데 팬들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두 회로 늘린 것 정도예요.(웃음) 아직 전 시작하는 신인일 따름이에요. 더 열심히 노력해야죠. 부모님의 반응은 상반돼요. 어머님은 무척 조심스러워하고 티를 안 내세요. 내가 아들이라는 것밖에 절대 말하지 않으시고요. 기복 심하지 않게 담담하게 일하라고 말씀하시죠. 그러나 아버님은 제가 그리 말리는데 아무도 관심 없는데도 주위에 먼저 말씀을 많이 하세요. 정말 민망해요.(웃음)”

인기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녹두전’은 출생에 비밀을 갖고 있는 전녹두()가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세력을 찾기 위해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청춘사극. 전반부는 과부촌에서 만난 녹두와 동주(김소현)의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였다면 중반부 이후부터는 녹두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긴박감 넘치는 궁중 사극의 색깔이 강했다. 은 톤이 극명하게 달랐던 드라마 속에서 중성적인 매력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인기를 견인했다. 특히 여장남자 연기는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여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어요. 배우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새로운 것에 열려 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여장의 수위를 결정하는 게 고민됐어요. 감독님과 수차례 회의를 했는데 이제까지 나온 과한 전형적인 모습은 피하자는 걸로 결론이 났어요. 여성적인 제스처가 크거나 목소리를 오버해서 얇게 내지 않기로 했죠. 사실 반대의견도 있었어요. 좀더 오버해서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었죠. 그런 분들에게 반문하고 싶어요. 여성적인 목소리의 정의가 뭐냐고. 여성도 목소리가 굵을 수 있죠. 시청자들이 이제까지 봐온 전형적인 여장남자 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녹두전’를 애정 깊게 지켜본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한 가장 큰 매력은 과 김소현의 ‘꿀케미’. 녹두와 동주의 애정이 본격화되면서 두 배우는 상큼한 키스신을 잇달아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키스신을 원없이 해봤겠다?”는 장난스러운 질문을 던지자 얼굴이 빨개진 은 김소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소현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국민여동생’ ‘국민 요정’인데 제 상대역이어서 정말 기뻤어요. 정말 ‘녹두전’에 출연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어요. 성격도 정말 털털하고 착하고 순수해요. 밥 먹을 때는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아이 같다가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진정한 프로예요. ‘짬밥’이 느껴지는 베테랑이에요. 키스신은 초반에는 정말 긴장됐어요. 그러나 애정신이 반복되다 보니 좀더 편해졌죠. 긴장 안하고 힘 빼고 찍으니까. 화면이 잘 나오더라고요. 소현이가 배려해준 덕분이에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최고의 주가를 누리는 유망주답게 은 휴식 시간도 얼마 갖지 못하고 차기작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 이후도 그의 선택을 기다리는 러브콜들이 수두룩하다. 2016년 데뷔 후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지만 그는 의욕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제가 좀 워커홀릭이에요. 쉬고 싶지 않아요. 술도 안 좋아하고 취미도 별로 없어요. 여행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요. 촬영장이 좋아요. 제가 배우로서 아직 많이 부족해 다른 사람들이 한 번 할 때 두세 번 해야 만족할 수 있어요. 정말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액션물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코미디나 멜로도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제가 다음 달로 한국나이로 스물아홉이 돼요. 서른까지 딱 1년 남은 거죠. 아홉수 느낄 틈 없이 정신없이 달려 보람찬 서른을 맞이하고 싶어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 사진=동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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