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18세기 경직된 유럽 정치 상황 풍자

청소년 시절 필독서 명단에 올라 있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고전 명작. 18세기 초엽 영국의 지나치게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유럽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소인국과 대인국이라는 대조적인 설정을 내세워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의사 리뮤얼 걸리버는 선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로 배에 승선했다가 배가 태풍을 만나 파손되는 바람에 표류하다가 소인국에 도착한다. 그가 찾아간 소인국에서는 조상 대대로 빅 앤더스와 리틀 앤더스가 사사건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걸리버는 이들이 달걀을 어느 모서리를 이용해 깰 것인가를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걸리버의 개입으로 큰 재앙 없이 전쟁은 종식된다. 하지만 승리를 차지한 왕이 걸리버에게 상대방을 모조리 섬멸(殲滅)시키라는 명령을 내리자 이를 거부해 결국 추방당하고 만다. 다시 정처 없이 바다를 표류하던 걸리버는 이번에는 3m에 가까운 거구들만이 살고 있는 거인국을 찾아가게 된다. 대인국 여왕의 시종으로 채용돼 한동안 총애를 받던 걸리버는 이곳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영국의 세금, 사법, 군사 제도를 도입하려다가 비웃음을 받으며 쫓겨나게 된다.

비평가들은 작가 스위프트가 소인국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소한 이유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문명 국가의 통치권자들의 오만함과 아울러 이를 뒤편에서 부추겨 주고 있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어 주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인국의 일화는 ‘민주주의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조세, 사법 제도가 실상은 민중을 기만하고 착취하는 아주 교묘한 굴레라는 점을 고발해 주고 있다’는 풀이도 있었다. 걸리버는 대인국에서 추방당한 뒤 ‘날아다니는 섬’ ‘야후’ 등의 에피소드를 체험하면서 학자들의 아집과 오류, 인간의 어리석음 등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해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처럼 ‘대인국’과 ‘소인국’에 대한 내용이 주로 소개되고 있는데 원작은 ‘대인국(Brobdingnag)’ ‘소인국(Lilliputian)’날아 다니는 섬(Laputa)’ ‘야후 (Yahoo)’ 등 4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걸리버 여행기>는 이처럼 다채로운 내용을 담아 영화가에서도 단골 소재로 활용되는 등 각광받고 있다.

영화 <결혼의 위기>.

<결혼의 위기(Shoot The Moon)> 야반도주(夜半逃走)를 하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 <페임>(1980) 등으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던 알란 파커가 ‘결혼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결별했을 때 남는 것은 상처뿐’이라는 의도를 내걸고 공개한 것이 <결혼의 위기>다. 영화 공개 후 비평가들은 ‘결혼은 항시 장밋빛은 아니다. 때때로 불화가 생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혼 15년차 부부. 두 사람 사이에는 4명의 자녀가 있다. 남편은 베스트셀러 작가, 아내는 전형적 전업 주부. 남편이 미모의 여성과 불륜에 빠지자 아내도 건축가 젊은이와 바람이 난다. 견고하던 중산층 가정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공허함을 느껴 각자 외도를 한다. 하지만 고통과 바람 피는 배우자에 대한 질투심으로 재결합하기에 이른다. 중년 부부의 결혼 풍속도 위기를 이글즈의 ‘I Can't Tell You Why’, 밥 시거의 ‘Still The Same’ 등을 사운드트랙으로 삽입 시켜 설득력을 선사하고 있다. 타이틀 ‘Shoot The Moon’은 영국에서 ‘좀도둑들이 야반도주하다’ ‘야반도주할 시간이다’ 등의 관용어로 쓰이고 있는 표현이라고 알려졌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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