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인표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넷플릭스 코미디 영화 ‘차인표’(김동규 감독)로 데뷔 이후 최대 변신을 꾀했다.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대표적 이미지를 지닌 그가 코미디 장르를 택할 만큼 오랜 기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벽을 스스로 허물었다.

배우 차인표.넷플릭스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차인표’는 왕년의 국민 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차인표는 자신과 동명이인의 주인공을 스스로 연기했다. 극중 차인표는 대중과 조금씩 멀어져가는 자신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과거 이미지를 지키는 것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던 중 건물 붕괴 현장에 알몸으로 갇히게 되고 그의 ‘못난 행동’은 부각된다.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에둘러 표현하는 매니저 아람(조달환)의 마음고생만 더해질 뿐이다.

“이번에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저 또한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영화를 봤어요. 아내(신애라)는 코미디 영화인만큼 웃음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측은하고 짠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아이들은 반응이 좋았어요. 끝나고 난 뒤 ‘아빠 수고했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갔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매체와 만난 차인표 또한 이 영화를 선택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자칫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만 희화화되어 비춰질 수 있고, 아무리 극화된 캐릭터지만 ‘한물 간 배우 차인표’라는 배역은 그에게 고민거리로 다가왔기 때문. 실제로 5년 전 김동규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다는 차인표는 당시 정중히 사양했던 사연을 전했다. “내용이 흥미로웠지만, 극심하게 정체된 인물로 그려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는 것. 차인표는 “실제로는 안 그런데 왜 그렇게 나와야 되냐며 현실을 부정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나서는 “실제 상황이 영화처럼 돼버렸다”며 여유로운 웃음을 내비치는 그다. 차인표는 “지금의 나는 폭넓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배우도 아니고, 내 이미지에 포박된 기분이었다. 아니 어쩌면 현실의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갇힌 극중 차인표보다 더 극한이라고 생각했다”며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학생이고 배우는 연기를 해야 배우이지 않나. 배우 생명이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위기감을 실제로 느꼈다”고 털어놨다. 자연스레 그러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영화에 출연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내 신애라 또한 이 결정에 적극적인 응원을 해줬다고.

돌이켜보면 지금껏 차인표의 이미지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고착화되어 있었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벼락 스타가 됐지만 ‘멜로의 황태자’ 이미지는 오랫동안 그가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차인표는 “처음부터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쳐야지 계산하는 배우는 없다. 어느 순간 나를 둘러싼 거대한 이미지가 있었다. 오래 활동하며 하나씩 쌓여온 것 같다”며 “바른 생활의 배우로 알려져 있으니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깔려 있었고, 역할도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차인표는 그렇게 스스로의 기준을 정하고 통제했으며, 그런 행동은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인생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뛰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감사했던 행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극중 차인표와 닮은 부분도 있어요. 배우로서 가지는 ‘진정성’은 깊은 파동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파동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서로 공감이 일어나게 되고요. 물론 배우라면 연기를 잘하는 것이 첫 번째이지만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으로서 필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봐요.”

영화 ‘차인표’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단순히 B급 코미디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과감한 도전과 독특한 출연 형식에 따른 흥미를 드러내는 반응도 있다. 스스로를 내려놓은 차인표는 어떤 반응이든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답한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을 택했던 만큼, 비교적 어린 연령층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었는지도 모른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존재하지만 이렇게 다시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이 있다는 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해요. 제게 가장 큰 소득은 젊은 분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는 거죠. 또래 연기자들이 젊은 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없거든요. 이번 기회에 소통하게 되고 팬들도 생겼고, 저를 잊으셨던 예전 팬 분께도 상기시킬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저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계속해서 팬들과 만나고 싶고, ‘차인표’보다 더 과감하게 도전할 거예요. 연기도 어떤 역할이든 맡고 제작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젊은 배우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창출하고 업계를 발전시키고 일으키는데 일조하는 게 꿈이죠.”



김두연 스포츠한국 기자 dyhero21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