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드라이버' 구원투수 될까카카오, 내년 상반기 '카카오드라이버' 출시'온디맨드'영역 강화 나서대리운전 업계, 수수료 문제로 골머리 앓아카카오 진출로 합리적인 수수료 정착될까

지난 5일, 카카오는 대리운전협회 관계자들과 '카카오 드라이버' 출범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택시','카카오택시 블랙'에 이어 카카오가 교통 사업에 세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초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한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5일,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를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대리운전 협회 다섯 곳과 간담회를 열며 첫 시동을 걸었다.

올 초만 해도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이라는 반발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리운전 기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이미 카카오 진출 전부터 높은 수수료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대리운전 업계를 뒤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다. 카카오 드라이버가 과연 대리운전 업계를 구하는 '구원투수'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기사들에게 손 내민 카카오

카카오는 지난 5일,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를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카카오 측의 설명에 의하면 카카오드라이버는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자와 기사 모두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 구축을 중심으로 한다. 기사와 승객을 효율적으로 이어주며 국내 대표 모바일 생활 플랫폼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카카오택시의 성공 노하우가 카카오드라이버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정주환 비즈니스총괄부사장은"내부의 깊이 있는 논의 결과 카카오가 지닌 모바일 DNA와 카카오택시의 성공 경험으로 누구나 만족할 만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카카오드라이버를 준비하기로 했다"며 "기본적으로 모바일에서 가능한 모든 편의와 가치를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자와 기사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드라이버 출범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지난 5일 수도권 5개 대리운전 기사 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 대리운전노동조합, 한국노총 대리운전 노동조합, 한국 대리운전 협동조합, (사)전국 대리기사 협회, 전국 대리기사 총연합회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카카오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카카오드라이버가 갖춰야 할 정책 및 서비스 구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카카오의 이번 간담회는 카카오택시 서비스 출범 때와 마찬가지로 제일 먼저 기사들과의 의견 청취를 통해 서비스 안착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서비스 출범 전에도 택시기사들이 모인 단체를 통해 협력을 요청함으로써 카카오의 택시 관련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해'가 아닌 기사들과의 상생을 이끈다는 걸 강조한 바 있다. 승객 유치만큼 기사 유치가 관건인 교통 사업에서 기사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며 업계의 지지를 얻겠다는 속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 초부터 대리운전 협회들과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착실히 이번 서비스 출범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신임 임지훈 대표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온디맨드 전략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온디맨드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 사업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디맨드란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산업 시스템을 의미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드라이버가 온디맨드 사업의 출발점이지만 굳이 택시 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고객의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모바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온디맨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 언급했다.

골목상권 침해 아닌 골목깡패 소탕?

카카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리운전 기사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카카오의 등장으로 그동안 대리운전 업계가 골머리를 앓아 온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카오와의 간담회에 참여한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 회장은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대리운전 중계 업체 관계자들은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이 골목상권 침해라 반발하지만 대리기사들은 카카오의 진출로 골목깡패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오랜 기간 동안 수수료 문제로 고민을 해왔다. 대리기사들은 서울 지역에서 요금의 20%를 콜택시 업체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줘야 한다. 서울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심야에 운행할수록 수수료는 높아지는데 수원의 경우 수수료는 25%, 전북 지역에서는 심야에는 수수료가 37%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높은 수수료 때문에 대리운전기사들의 실질적인 수입은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카카오는 구체적인 수수료 비율 등을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운전 기사들 사이에서 카카오의 시장 진출이 반겨지는 것은 카카오의 진출로 높은 수수료가 조금은 낮춰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시장에선 콜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큰 힘을 갖고 있다. 대표적 업체는 대리운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로지소프트.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배차하는 게 대리운전 중계 업체들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중계업체에 가입하지 않으면 프로그램 사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중계업체에 가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계업체가 요구하는 과도한 수수료와 함께 심지어는 대리기사들의 보험료를 낚아채는 업체들 탓에 대리기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카카오의 파급력은 이미 카카오택시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승객 확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고, 일찌감치 협회를 통해 택시기사들을 확보하며 앱택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콜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택시기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카카오 드라이버 역시 카카오택시에 준하는 파급력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 대리운전 업계 관계자는 "대리운전 서비스는 이용하는 승객들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만큼 이용률이 높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대리운전 업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대리운전 업계에도 손을 뻗은 카카오가 수수료를 기존 업체들보다 훨씬 적게 책정한다면 대리운전 업계에도 효율적인 수수료 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직 카카오가 세부적인 영업 방침은 내놓지 않았지만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대리기사들은 중개업체에 가입하지 않고도 승객으로부터 '콜'을 받아 영업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리운전 기사들은 더 이상 중개업체에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리운전 협회들은 카카오가 과연 수수료를 얼마나 제시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만약 카카오마저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다면 오히려 더 큰 '갑'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은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리운전기사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선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무조건 반기는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리운전 업계 관계자는 "결국 카카오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리운전 업계에 진출한 만큼 지나친 독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도 봉사단체가 아닌 만큼 초반에는 기사들에게 우호적이더라도 나중엔 모습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대리운전 업계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기사들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개선 가능성이 있는 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대리운전 기사들과의 꾸준한 대화로 기사님들의 어려운 점과 업계 상생 방안을 청취해 왔다. 이를 최대한 반영 해 내년 서비스를 출범할 것"이라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