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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가 한식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맛집] '착한식당' 검증기
  • 걸구쟁이
“조미료만 사용하지 않으면 ‘착한식당’이고 ‘착한음식’이냐?”

필자가 ‘착한식당’ 검증단 일을 하면서 숱하게 들어온 이야기이자 ‘항의’다. “조미료 없이 음식 만들기 불가능한데 쓸데없는 짓을 한다” “조미료 없는 ‘착한식당’을 찾는 바람에 멀쩡한 식당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왜 식약청도 안전하다고 했는데 자꾸 조미료를 걸고넘어지느냐?” 등등.

2012년 여름 무렵에는 ‘조미료 논쟁’이 극심했다. ‘착한식당’ 검증단 내부에서도 조미료를 놓고 심한 논쟁이 있었다. 한때는 검증위원들이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조미료에 대해서 난상토론을 하자는 말도 나왔다. 당시 프로그램을 총괄 진행하던 이영돈PD는 조미료를 소재로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필자는 조미료 사용을 반대했다. “조미료는 안전하다”는 말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미료의 유해 여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식약청의 “안전하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미료를 많이 먹으면 눈꺼풀이 떨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을 먹고 나면 물을 많이 들이켜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식약청 발표의 기초 자료는 미국 FDA 발표문이다. 이것도 임상 실험을 거친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조미료는 안전한지 아닌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표현이 오히려 정확하다. 사카린과 같은 인공 감미료에 대한 자료도 마찬가지다. 안전하다, 아니다를 왔다 갔다 하니 혼란스럽다. 오랫동안 사용한 아질산나트륨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발암물질로 판명이 되면서 사용 금지 조치되었다. 조미료의 위해여부도 알 수 없다.

2012년 여름 무렵, 이영돈PD의 프로그램은 ‘중재안’을 제시했다. “조미료의 안전여부와 관계없이 식당에서 사용한 양을 정확하게 표기하자”는 것이었다. 그럴 듯하지만 불가능했다. 주방장들도 자신들의 음식에 어느 정도의 조미료, 감미료, 합성첨가물을 사용하는지 모른다. 주방의 각종 양념류에 어느 정도의 소금, 조미료, 감미료, 합성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 짐작도 하기 힘들다. 일반인들은 양념류 라벨에 적혀 있는 물질들의 정확한 정체를 알기도 힘들다. 쇠고기 분말이 있고, 쇠고기 ‘맛’ 분말이 따로 있다.

  • 전주식당
필자가 조미료를 반대한 이유는 “조미료가 우리 음식, 한식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조미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식 맛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마지막에 조미료를 조금 넣으면 맛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강해진다. 그 정도의 감칠맛과 균형을 위해서는 조미료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방의 주장이다. 결국 음식에 대한 대단한 진정성을 지니지 않은 음식점들은 조미료 등 각종 식품첨가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주의 ‘걸구쟁이’. 그리 크지 않은 한식당이다. 20종류 안팎의 나물반찬이 나오는 채식전문식당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장독대에 가면 각종 재래 장들과 효소들이 잘 익고 있다. 단맛은 좋은 장과 효소 등으로 만든다. 고기, 조미료, 각종 식품첨가물로부터 자유롭다. 대신 주인이자 주방장이 바쁘다. 식당일이 조금만 한가하면 산으로, 들로 쏘다니면서 나물을 캐거나 모은다. 부족한 것은 인근 장터의 단골가게에서 구한다. 장과 효소는 철저하게 직접 만든 것만 사용한다. 가게에서 15년 이상 보관해오던 소금 독을 외부 전시회에 빌려준 적이 있었다. 직후 가게에 불이 났다. 아직도 소금 독을 빌려 주는 바람에 불이 난 것이 아닌가, 라고 이야기한다. 옮긴 새 가게로 검증을 갔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여주 ‘걸구쟁이’는 ‘착한식당’치고는 깨끗하고 크다”고 했다.

“전생에 지은 죄가 커 이번 생에 두부를 만든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두부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만들기는 힘들다. 국산콩과 좋은 간수를 사용하고 가마솥에 콩을 삶고 전 과정을 제대로 해내기는 힘들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제때, 제대로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두부는 물에 담그는 순간 맛이 변한다. 몇 시간 보관하면 상하거나 맛이 변한다. 막 만든 두부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

양구의 ‘전주식당’은 ‘착한식당’이다. 서울-인제-속초를 잇는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차피 양구는 한 시간 이상 돌아가야 하는 곳이다. ‘서울 손님’들도 쉽게 가기 힘든 곳이다. 지역의 군인들이나 양구 주민들이 고객이었을 것이다. 가격을 높이기도 힘들고, 돈을 벌기도 힘든 곳이다. 이 외진 곳에서 조미료 없는 두부음식을 만든다. 두부전골이나 두부 관련 음식에 무슨 첨가물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불행한 것은 그런 쓸데없는 것을 쓰는 집들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국물 음식이 많은 한식뿐만 아니라 빵집도 마찬가지. 빵을 한번만 만들어본 사람들은 빵에 얼마나 많은 첨가물, 첨가제들이 들어가는지 잘 안다. 화학꽃소금부터 엉터리 물, 각종 색소, 첨가물들이 가득하다. 효모를 생각하면 제대로 된 빵을 만나기는 불가능하다. 엉터리 천연효모, 표백한 짝퉁 밀가루가 대부분이다. 배양을 하는 것은 대부분 정제된 효모들이다. 자연효모가 아니라 정제한 한두 가지 효모들을 대량 배양, 사용한다. 그나마 ‘먹을 만한’ 빵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의 빵집 ‘뺑드빱바’에서 만날 수 있었다. 검증을 갔을 때 주인이 했던 말은 “요즘 소금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능하면 우리나라 천일염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밀가루와 소금, 물, 효모 등만 제대로 사용해도 제대로 된 빵을 만날 수 있건만 이런 기본을 제대로 하는 집이 드문 것이다.

  • 전주식당 두부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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