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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푹신한 눈길 따라 펼쳐진 '설경'

  • 검룡소로 가는 길과 대덕산 및 금대봉 등산로가 갈라지는 세심교 삼거리.
한강 발원지… 화수분 같은 샘물 솟아

태백시 화전 4거리에서 강릉 방면 35번 국도로 들어선다. 사방이 온통 새하얀 눈세계지만 제설 작업이 잘된 덕분에 차가 오르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비교적 완만한 고갯길을 5㎞쯤 오르면 해발 920미터의 백두대간 피재에 다다른다. 삼척지방 사람들이 태백 황지지역을 이상향이라고 여기고 난리를 피해 이 고개를 넘어왔기에 피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수령이라고도 일컫는 피재는 우리 국토의 중심 산줄기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백두대간은 분수령(分水嶺) 구실을 한다. 마루금을 경계로 두 물줄기가 갈라진다는 뜻이다. 한데 피재는 분수령이 아니라 삼수령(三水嶺)이다. 이 고개에서 백두대간이 낙동정맥이라는 큼직한 가지를 치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피재는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세 물줄기가 갈라지는 수계(水界) 구실을 함으로써 삼수령이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삼수령 피재에서 북쪽으로 3.9㎞ 남짓 굽이굽이 내려가면 검룡소 안내판이 걸려 있는 창죽교 삼거리다. 여기서 35번 국도를 벗어나 창죽교를 건너면 시냇물 따라 찻길이 이어진다. 눈밭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가재 잡고 놀던 옛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가는 도중, 안창죽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고 촌로와 아낙네를 간간이 만날 뿐, 사방은 자연에 포위되어 있다. 산새와 바람 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 없는 고요한 벌판과 산자락이 흰 눈으로 소복하게 덮여 있다. 적막을 깨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왠지 송구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5.6㎞ 남짓 달리면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푹신한 눈길 헤치며 만나는 눈부신 설경

  • 흰 눈으로 뒤덮인 검룡소 하류 계곡.
차에서 내려 오솔길을 걷는다. 누군가 미리 밟은 발자국 따라 눈길이 다져져 있다. 그러나 다져진 눈길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도 무릎까지 눈 속 깊이 잠긴다. 길옆으로는 눈으로 뒤덮인 시냇물이 흐르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은 눈부신 눈꽃을 피운다. 10여 분만에 만나는 세심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시냇물 위로 걸린 세심교를 건너 10분 남짓 더 걸으면 검룡정에 이르고 비스듬히 경사진 바위를 더듬어 오르면 이내 '한강의 발원지'라는 검룡소가 반긴다.

발원지는 물줄기의 근본이 되는 샘이라는 뜻이다. 강은 여러 하천이 모여 이루어지고, 하천은 수많은 계곡 물을 받아들인다. 강의 발원지는 가장 먼 데서 흘러온 계곡의 샘을 일컫는다. 예전에는 오대산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86년 국립지리원의 조사 결과, 금대봉 검룡소가 오대산 우통수보다 32㎞쯤 더 먼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검룡소는 514.4㎞에 이르는 한강의 발원지라는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검룡소는 바닥의 조약돌들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샘이다. 하루 2천 톤 가량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오르고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신비의 샘이다. 수온이 사철 섭씨 9도 안팎에 머물러 한겨울 혹한에도 얼지 않으며 사방이 온통 짙은 숲 그늘이어서 한여름에도 으스스 한기가 느껴진다.

이무기의 전설 어린 맑은 샘

검룡소에는 서해의 이무기가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도를 닦고 용이 되어 승천하려 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때 이무기가 물 마시러 온 소들을 잡아먹자 마을 사람들이 못을 메워버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곳이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지자 1986년 태백문화원이 메워진 못을 복원했고 1989년에는 태백시가 육각 정자인 검룡정을 세웠다. 검룡소 아래로는 깊이 1~1.5미터, 너비 1~2미터로 파인 암반을 20여 미터나 흐르는 와폭이 있다. 흡사 자연이 빚은 완만한 물미끄럼틀을 연상시킨다. 이는 이무기가 검룡소로 들어가려고 몸부림친 자국이란다.

  • 백두대간 피재 입구에 놓인 삼수령 표지석.
1993년 '한강 살리기 시민운동연합'과 '녹색신문사'가 발표한 '한강 대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검룡소 상류 1.5㎞ 지점(해발 1,340m)의 제당굼샘이 진짜 한강의 발원지라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검룡소는 '상징적 의미의 한강 발원지'로 격이 다소 낮아진 셈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한강의 발원지라는 영예를 안고 있다.

검룡소의 물은 골지천-임계천-조양강을 거쳐 정선 가수리에서 동남천을 만나 동강을 이룬 뒤에 영월에서 서강과 합류하여 남한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후 남한강은 충주호를 거친 다음, 양평 양수리(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된다.

# 찾아가는 길

제천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38번 국도-사북-고한-두문동재 터널을 거친다. 태백시 화전 4거리에서 38번 국도와 작별하고 강릉 방면 35번 국도로 북상하면 검룡소 입구인 창죽교 앞에 이른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직행버스를 타거나 태백선 열차를 이용해 태백시로 온다. 태백 터미널에서 안창죽까지 가는 버스는 아침, 저녁으로 하루 2회밖에 다니지 않아 불편하다. 안창죽 버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하장 방면 버스를 타고 창죽교에서 내린 뒤에 1시간 30분 남짓 걷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 삼수령 피재 정상의 전망대인 삼수정.
# 맛있는 집

태백은 질 좋은 한우를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태백 한우는 공기 좋고 물 맑은 해발 700미터 이상의 청정 고지대에서 자라는데다 여름에도 날씨가 시원해 모기 등의 해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음으로써 육질이 뛰어나다고 한다. 태백시에는 한우 전문점들이 즐비한데 대부분이 숯불보다는 연탄불에 구워내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집 가운데 그집한우(033-552-3000), 배달실비식당(033-552-3371), 태백한우골(033-554-4599), 태강실비식당(033-553-7893) 등이 유명하다.

  • 자연이 빚은 물미끄럼틀을 연상시키는 여름철의 검룡소 아래 와폭.
  • 검룡소 오솔길을 따라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눈꽃을 피운다.
  • 계곡을 끼고 검룡소로 가는 오솔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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