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은 이탈리아, 가난한 남부에서 토마토소스 섞어 먹어
파스타 동서양에 존재…밀과 활용법 달라
‘그란 구스또’ 생멸치ㆍ고등어 파스타 등 완성도 높은 음식 만나
‘로칸다 몽로’ 셰프 박찬일 진두지휘, 술집과 밥집 겸해
‘이안스’ 흔한 식재료 재치 있게 요리, 무 파스타 특별
‘르씨엘비’제주 고유 식재료 활용, ‘빈티지 프렌치’ 내세워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파스타는 국수다. 파스타 종류는 많다. 이름도 어렵다. 펜네, 푸질리, 스파게티, 탈리아텔레 등 생소하다. 파스타는 서양 국수다. 복잡한 이름은 의미가 없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치타’ 라미란 여사. 스파게티를 삶으며 말한다. “미국 국수라는데 뭐 별거 있어?”. 스파게티, 파스타는 서양의 국수다. 정작 ‘파스타 종주국’ 이탈리아에는 파스타의 굵기나 두께에 대한 규정이 없다. 생산자가 이름을 붙이기 나름이다. 짧은 면과 긴 면 정도로만 구분한다. 우리가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수제비도 ‘한국형 파스타’다. 수제비는 중국 고산족도 즐겨 먹는다. 물론 ‘고산족 파스타’다.
밀가루는 오래된 식재료다. 많은 역사, 식물학자들은 밀이 인류가 인공 경작한 최초의 작물 중 하나라고 추정한다. 기원전 3100년 전의 수메르 문서에는 밀로 빵과 맥주를 만드는 레시피가 있다. 중국에는 기원전 2800 년 전 정도에 전해진 걸로 추정한다.
밀의 원산지는 확실치 않다.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근방이라는 설이 다수설이다. 터키 밀 기원설도 있다. 현재 밀, 밀가루의 주요 수출국은 미국, 러시아, 캐나다다.
파스타는 ‘이탈리아 기원설’과 ‘중국 기원설’이 있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국수를 가져가 서양에 소개했다는 이야기는 거짓이다. <동방견문록>에서 중국의 국수를 ‘라자냐’라 표현했지만, 이는 비슷한 단어를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 그보다 오래 전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문서에 마카로니가 등장한다. 마르코 폴로의 라자냐를 기원한 ‘국수 중국기원설’은 미국 식품회사가 만들어낸 낭설이다. 유럽학자들은 ‘국수 중국기원설’을 믿지 않는다. 일본의 학자들도 ‘중국 국수기원설’을 부정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학자들조차 “정부에서 ‘중국 국수 세계 최초’를 만들었을 뿐, 틀린 이야기”라고 말한다. ‘밀가루 반죽’은 5000∼7000년 전 이집트 유물에서도 발견된다.
고대 유대인들은 이집트에서 밀가루 반죽을 배웠다. 이탈리아도 이집트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로마제국 시절에는 북아프리카 지역을 ‘로마의 빵 바구니’라 불렀다. 이탈리아가 파스타의 종주국이 된 이유다.
토마토소스의 역사도 길게 봐야 200년 언저리다. 산업혁명 덕분에 밀가루를 곱게 가는 기계가 나타났다. 밀가루를 곱게 갈아야 파스타를 만들 수 있었다. ‘삶은 국수’를 그냥 먹을 수는 없다. 토마토가 등장한다. 토마토는 신대륙에서 건너온 것이다. ‘악마의 과일’로 여겨 유럽대륙에서 먹지 않았던 것이다. 가난한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굶는 것보다는 그나마 먹는 것이 나았다. 토마토로소스를 만들었다. 현재 토마토소스의 시작이다. 파스타의 기본은 결국 ‘국수+토마토소스’다.
파스타는 생면과 건면으로 나눈다. 달걀을 넣느냐 마느냐로 가르기도 한다. 구분은 결국 수분의 함량 문제다. 달걀을 넣어 반죽하면 물기가 남는다. 물기는 보관기간을 짧게 한다. 생면은 보관이 힘들다. 시금치나 당근 등으로 색을 입힌 생면도 있다.
건면 파스타를 삶는 최적의 방식은 ‘알 덴떼’다. 라면과 마찬가지로 약간 설익힌다. 꼬들꼬들한 식감을 즐긴다. 설익은 면은 소스를 더 많이 끌어당긴다. ‘알 덴떼’를 높이 치는 이유다.
생면은 다루기가 힘들다. 반죽을 해놓으면 숙성하며 삭기 시작한다. 반죽하는 이의 컨디션이나 날씨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차라리 ‘알 덴떼’로 잘 삶은 건면이 좋을 때가 많다. 생면은 건면과 반대로 푹 익혀 먹는다. 우리가 칼국수를 ‘알 덴떼’로 삶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죽기로 만든 생면도 있다. 맛은 손으로 만든 생면과 다르다.
‘로칸다 몽로’는 글 쓰는 셰프 박찬일 씨가 진두지휘하는 주방이다. ‘로칸다’는 포르투칼 어로 ‘Pub’이다. 작고 편안한 주점이라는 뜻이다. 술집과 밥집을 겸한다. 자유롭고, 편안한 이탈리안 음식이다. 안주, 식사 모두 가능하다.
‘노아’는 서울 해방촌에 있는 작은 가게다. 자그마한 주방에서 세 명의 셰프들이 놀라운 진정성을 보여준다. 메뉴는 많지 않다. 봉골레와 까르보나라가 아주 좋다. 소스도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많다. 오븐에 구운 피자가 특이하고 맛있다.
‘이안스’는 흔하게 만나는 식재료들을 재치 있게 요리한다. 무 파스타가 아주 좋다. 무는 밀가루와 궁합이 잘 맞는다. 무의 효소가 글루텐을 분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식사, 안주 모두 가능하다. 흔한 식재료를 조화롭게 만져서 내놓는다.
‘르씨엘비’는 제주도에 있다. 서래마을 ‘줄라이’의 수석 셰프가 고향인 제주도에 오픈한 이탈리안이다. 가게에서는 ‘빈티지 프렌치’를 내세운다. 제주도 고유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놀랍다. 감태보말 파스타가 시그니처 메뉴다. 가게 앞의 푸른 제주 바다는 덤이다.
*사진 캡션
-‘그란 구스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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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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