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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습관성 어깨 탈구

‘코리안 좀비’라는 걸출한 UFC 파이터가 있다. 그의 이름은 정찬성. 2013년 그는 세계챔피언 조제 알도를 상대로 환상적인 경기를 펼치다 어깨가 빠지는(탈구) 상황을 맞게 된다. 링 주변을 둘러싼 수만 명의 관중들과 TV로 이를 시청하던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은 그의 이어지는 행동을 보며 열광했다. 비록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그가 링에서 보여준 투혼과 의지는 보는 이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열광시킨 그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챔피언의 주먹과 하이킥 세례 속에서도 빠진 어깨를 끼워넣으며 챔피언과 당당히 맞서는 장면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줬던 것. 그 경기 이후, ‘졌지만 이긴 경기’라는 평가와 코멘트가 정찬성의 프로필엔 항상 따라다녔다.

UFC파이터는 아니지만, 그만큼 건장한 20대 중반의 청년이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다 어깨가 빠졌다. 당황한 채 어쩌면 좋을지 몰라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필자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심한 통증은 없는 상태. 진찰을 해보니, 단순방사선 사진으로 볼 때 탈구(흔히 말해, 어깨가 빠지는 것. 관절을 이루는 뼈들의 간격 및 위치가 바뀌어 접촉면이 소실된 상태)는 아니었다. 환자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몇 년 전에 운동을 하다가 어깨가 탈구되어 병원에 가서 정복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후로도 1년에 2~3회 탈구가 돼서, 처음 몇 번은 병원에서 정복을 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어깨를 끼워 맞춰 넣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기지개를 켜는 중에 빠진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심한 정도의 재발성 탈구라고 볼 수 있겠다. 대체로 탈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환자들의 경우, 이 환자와 비슷한 병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탈구를 유발시키는 외부충격의 크기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심한 재발성 탈구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대개 작은 외력이나 충격에도 쉽게 탈구가 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자면 자다가 뒤척이는 중에 탈구가 된다거나 팔이 조금만 젖혀져도 탈구가 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게 되면 불편감은 물론 통증과 환자의 불안감은 가중된다.

어깨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탈구가 일어나는 관절이다. 운동 범위가 제일 큰 관절이다 보니, 그만큼 안정성 면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믿을만한 연구에 의하면 18세에서 70세에 해당하는 성인 중 탈구를 경험하는 경우가 약 1.7% 정도라고 하니 드물지 않게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가끔은 TV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다가 경기중인 선수에게 어깨 탈구가 발생하는 것을 실제로 목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깨 탈구는 여러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외상에 의한 것인지 외상없이 발생한 것인가이다. 외상성 탈구는 외부 충격에 의해 탈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비외상성 탈구는 외상없이 다른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탈구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탈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어깨관절 불안정성이라고 하며, 흔히 재발성 탈구 또는 습관성 탈구라고 한다. 대개 비외상성 재발성 탈구는 특수한 형태의 운동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외상에 의한 탈구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수술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외상성 탈구가 일단 발생하게 되면 손상된 조직이 완전히 회복되어 다치기 전과 동일한 상태가 되기는 쉽지 않다.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낭이 찢어지거나 느슨해지게 된다. 또한 관절 내부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시 탈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탈구가 반복될수록 손상은 대체로 더 심해지고, 따라서 재탈구는 더욱 쉽게 일어난다. 악순환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최초 탈구가 발생했을 때, 앞으로 생길지 모를 재발성 탈구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수술치료를 해야 되는 건 아닌지 궁금할 것이다. 물론 최초 손상 시에 수술적치료를 하게 되면 재탈구의 빈도를 낮출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최초 탈구시에는 비수술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여전히 통상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치료 방법이다. 물론 의료진의 판단 또는 환자의 상황 등에 따라 치료 방법에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어깨 탈구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스포츠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탈구가 발생하면 연령대에 따라서 손상되는 부위에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재발성 탈구로 이어지는 경우는 대부분이 젊은 연령대에 해당된다. 처음으로 탈구가 발생했다면 정확한 평가를 통해서 적절한 향후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성 탈구로 이어진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달려라병원 박진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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