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숨결이 골목마다 깃들다

프랑스 남부의 아를 여행은 반 고흐의 흔적을 ?는데서 시작된다. 그가 서성대던 카페, 병원, 골목길에도 고흐의 숨결이 내려 앉았다. 프로방스의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 쬐는 길목에 1년간 머물며 고흐는 2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의 호흡이 닿았던 대부분의 공간들은 캔버스 위에 담겼다. 고흐가 머물던 병원인 에스빠스 반 고흐는 문화센터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작품 속 정원처럼 화려한 꽃이 피고 매년 여름이면 공연이 열린다. ‘노란집’, ‘아를 병원의 정원’, ‘밤의 카페 테라스’ 등 강렬한 색채의 작품 역시 도시의 매혹이 자양분이 됐다.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카페는 아를에 대한 추억과 휴식이 서려 있다. 카페 반 고흐라는 이름으로, 노란색으로 치장된 채 여전히 성업중이다. 메뉴판도 식탁도 온통 고흐에 관한 것이다. 카페 골목은 해가 이슥해지고, 가로등 조명이 아련할때 찾으면 작품속 장면처럼 더욱 운치가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된 카페와 강변

카페와 술집이 술렁이는 골목을 벗어나면 론 강으로 연결된다. 고흐가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려낸 낭만적인 공간이다. 푸른 강변과 주황색 지붕의 낮은 건물들이 이뤄내는 프로방스 마을의 단상은 소담스럽다. 옛 자태가 남아 있는 개폐교, 천년 역사를 간직한 묘지인 알리스깡의 오솔길 역시 고흐 작품의 소재였다.

현지 안내서는 그의 자취를 따라 노란 동선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가 걸었을 론 강변, 해질녘의 카페 거리 등을 걸어서 호젓하게 둘러 볼 수 있다.

고흐가 아를을 찾은 것은 1888년 2월. 겨울이었지만 파리의 우울한 생활을 벗어난 화가의 도시에 대한 인상은 유독 따뜻했다. 고흐는 그런 아를에서 미술공동체를 꿈꿨다. 유일하게 초대해 응했던 고갱마저 곁을 떠나자 결국 귀를 잘라냈다.

중세와 로마 유적이 뒤엉키다

고흐의 숨결 위에, 프로방스의 햇살 위에 덧칠해진 것은 중세와 로마시대의 유적이다. 아를에서는 중세의 광장을 벗어나면 고대의 로마 유적과 만나고 유적 뒷골목으로 접어들면 고흐의 캔버스에 담기는 식의 여행이 진행된다.

로마인들은 기원전 100년 즈음에 원형경기장과 고대 극장 등을 세웠으며 그 잔재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경기장 외에도 무덤인 네크로폴리스 등을 남길 정도로 도시에 미련을 보였다. 경기장 아레나 등 로마시대의 유적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아를은 고대 뿐 아니라 중세유럽 문명이 혼재된 도시다. 리퍼블릭 광장에 들어서면 로마네스크 양식의 시청사와 생 트로펌 성당 등과 조우하게 된다. 성당은 수많은 순례자가 거쳐간 곳으로 입구에 새겨진 최후의 심판 장면이 독특하다.

골목길에는 스페인풍 식당에 요란스러운 펍들까지 여행자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찬찬히 도시를 들여다 보면 프랑스와 로마 외에도 스페인의 향취가 아를에 담겨 있다. 도시 어느 곳을 서성거려도 변치 않는 것은 프로방스의 아늑한 햇살이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아를까지는 아비뇽을 경유해 열차로 가는게 일반적이다. 아비뇽에서 아를까지는 30분 소요. 역에서 도심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최근에는 파리에서 직접 가는 열차도 운행중이다.

▲숙소=현대식 호텔보다 프로방스 특유의 정취가 느껴지는 소박한 숙소들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저렴한 호텔은 기차역에서 원형경기장으로 향하는 라마르틴 광장 주변에 있다. 아를 역앞 안내소에서 숙소예약이 가능하다.

▲기타정보=매년 여름이면 아를에서는 세계적인 사진축제가 열린다. 교회, 마을회관, 고대극장등이 모두 사진전의 무대로 변신한다. 프랑스관광성 홈페이지(kr.franceguide.com)에서 아를 열차편 등 다양한 교통, 숙박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말, 성수기때는 숙소 등은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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