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에라 해안의 지중해는 강렬하다. 칸을 품은 코트다쥐르 지방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을 대표하는 휴양지다. 내려쬐는 햇살과 도시에 반해 숱한 예술가들이 여생을 보냈다. 마티스는 ‘모든 게 거짓말 같고 참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며 프랑스 남부를 칭송 하기도 했다.

칸은 여행자들에게는 ‘본능의 도시’다. 기차를 타고 칸으로 이동하면 호흡은 빨라진다. 차창에 비낀 바다는 쪽빛이다. 빛바랜 열차 안에는 세련된 프랑스어가 빠르게 흐른다. 칸까지는 니스에서 열차로 불과 30분. 리비에라 해안을 따라 보석같은 마을들을 줄줄이 스쳐 지난다.

칸은 영화제의 도시답게 기차역부터 이질적이다. 플랫폼에는 영화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 있다. 최초로 영화를 만든 뤼미에르 형제의 대형 사진도 내걸려 있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며 칸까지 달리는 것은 영화처럼 제법 운치 있고 흥미진진하다. 이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성수기에는 별도의 열차가 다닐 정도다.

5월 국제영화제로 들썩이는 도시

열차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가슴은 빠르게 요동친다. 기차역에서 칸의 해변이 가까운 것은 고맙다. 다운타운을 채운 가게들도 성급한 마음을 다독이지는 못한다. 도심을 지나 마주친 칸의 바다는 푸른 정취 속에 곳곳에 요트가 떠다닌다. 길목에는 영화제를 알리는 포스터가 문득문득 얼굴을 내민다. 이방인들은 해변가 벤치에 앉아 칸의 햇살을 탐닉하거나 군중에 휩쓸려 도시에 함축된 영화제의 정취를 만끽한다.

칸의 국제영화제의 도시다. 매년 5월이면 영화인들의 축제를 위해 도시 전역이 들썩거린다. 칸의 숙소는 일찌감치 동나고 인근 니스까지 덩달아 축제의 영향을 받는다. 니스에 숙소를 정해놓고 칸으로 왕복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임권택, 전도연, 박찬욱 등 한국 영화인들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칸은 어느새 친숙한 도시가 됐다. 칸의 도로에는 영화제의 상징인 종려나무가 늘어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올해로 71회째를 맞은 칸 국제영화제에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경쟁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핸드프린팅과 종려나무로 단장된 거리

영화제의 열기와는 별도로 칸의 거리들은 한 템포 느리게 흘러간다. 영화의 도시를 더듬는데 마음이 급할 필요는 없다. 가로수들은 붉은 꽃들로 단장 됐고 그 아래로 꼬마열차가 지난다. 부티크 숍들로 채워진 바닷가 크루아제트 거리는 니스의 해변보다 독특함이 강하다.

해변을 걷다 보면 왠지 한번쯤 봤을 법한 여배우와 마주치는 착각에 빠져든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외모의 여행자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이방인들은 과한 포즈와 길 한편에서 유명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을 찾는 것으로 욕망을 대신한다. 칸에서는 쉐케르 전망대에 오르거나 생트 마르그리트 섬으로 향하는 유람선에 기대 숨 가쁜 도시의 정취를 여유롭게 음미할 수도 있다.

햇살과 낭만 가득한 코뜨다쥐르의 해변에서 숱한 아티스트들은 일과와 여생을 보내며 지중해의 풍광에 몸과 작품을 의지했다. 따사로운 해변 어느 곳에 머물던 스크린의 한 장면처럼 진한 잔상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파리에서 칸까지 테제베(TGV)로 5~6시간이 소요된다. 니스에서 칸은 열차가 수시로 오간다.

▲숙소=칸 영화제가 열리는 매년 5월은 칸 지역의 호텔값이나 물가가 치솟는다. 성수기에는 니스역 인근에 숙소를 마련하고 칸까지 당일치기 투어를 하는 게 편리하다. 니스중앙역 일대에 준수한 가격의 숙소가 많다.

▲기타정보=코트다쥐르의 아름다운 해변마을들을 놓치지 말 것. 니스와 칸 사이의 앙티브에서는 매년 재즈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생폴드방스는 샤갈, 르느와르,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이 찾았던 언덕위 성곽마을로 인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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