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바는 원시의 자연, 청정 바다, 토착민들의 삶이 어우러진 열대의 휴식처다. 수천년을 지켜온 자연 생태계와 밀림은 사바에 ‘아시아의 허파’라는 수식어를 남겼다.

희귀한 환경과 생물은 사바가 간직한 소중한 보물들이다. 툰쿠 압둘 라만 해양공원, 키나발루 공원, 터틀 아일랜드 공원 등은 사바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이다.

사바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에서 보트를 타고 20여분 달리면 가슴 뛰는 툰쿠 압둘 라만 해양 공원에 닿는다. 5개의 섬으로 이뤄진 툰쿠 압둘 라만 공원은 유럽 배낭족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트레킹이나 산호초 다이빙을 즐긴 뒤 해변에서 조용히 머물다 가는 곳이다.

산호 바다 어우러진 국립공원

툰쿠 알둘 라만 공원의 관문이 되는 곳은 가야 섬이다. ‘크다’라는 의미가 담긴 가야 섬의 해안선은 26km에 달한다. 가야섬에는 번화가나 쇼핑골목이 번잡하게 조성돼 있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풍겨나는 전원미 가득한 깜풍(전통마을) 분위기가 섬의 매력이다. 듬성듬성 리조트가 들어선 고유의 모래해변과 맹글로브 숲으로 뒤덮인 늪지, 섬에만 서식한다는 고유종 식물들은 안락한 휴식을 선사한다.

마누칸 섬은 스노쿨링, 수중 다이빙 등을 위한 최적의 장소다. 오두막 타입의 숙박시설과 다채로운 해양 레포츠로 청춘들에게 인기 높은 섬이다. 소똥 고렝(오징어 튀김)안주에 타이거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섬에서 맞는 저녁 또한 장관이다. 파도가 잔잔해 각종 열대어와 산호초를 볼 수 있는 사피 섬은 공원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한다.

사바주 동쪽의 터틀 아일랜드 공원은 바다거북의 산란지로 알려진 곳이다. 푸른거북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섬 전역이 해양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산

바다와 맞닿은 사바주에서는 거대한 산도 만난다. 키나발루 산은 산 애호가들에게는 ‘로망의 공간’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높이(4095m)인 키나발루산과 공원일대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키나발루 산은 높이에 따라 다양한 식생이 서식하는 에코투어의 천국이다. 화려한 꽃과 웅장한 나무 속에서 운이 좋다면 사바주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를 만날 수 있다. 산악 트레킹은 섬에서 즐기는 트레킹과는 또 다르다. 열대의 습기 대신 수천m 높이의 서늘한 기운이 동행을 한다.

섬과 산의 자연을 벗어나면 사바주의 주도이자 여행자들의 아지트인 코타키나발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심 워터프런트는 이곳 청춘들이 밤만 되면 모이는 데이트 코스다. 미로같은 골목이 독특한 필리핀 마켓은 이 일대에서 나는 온갖 토산품을 판매한다. 형형색색의 열대 생선들이 쏟아지는 생선시장도 포구에 선다.

사바주가 속한 동말레이시아의 풍습은 말레이 반도와는 또 다르다. 이곳 사람들의 종교는 토속신앙을 비롯해 다채롭다. 원주민인 룽구스족의 숙소인 ‘롱하우스’에서 1박2일 체험을 하거나 쌀로 빚은 민속주 ‘리힝’을 맛볼 수도 있다. 보르네오의 터줏대감인 오랑우탄을 사바의 열대우림 공원에서 조우하는 체험도 흥미진진하다.

일과를 마치고 사바의 해변가에 몸을 기대면 짙은 노을은 파도의 파문과 함께 찾아든다.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바다 위의 깜풍(수상가옥)들은 리조트 발코니 너머로 아득하게 펼쳐진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사바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로 20여분 소요된다.

▲음식ㆍ숙소=코타키나발루에서는 해산물요리를 맛본다. 어느 식당을 방문해도 해산물 요리가 풍성하게 식탁위에 오른다. 해변에는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호텔과 리조트들이 밀집돼 있다. 호텔에서는 섬으로 향하는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기타정보=사바에서는 보르네오에서는 드물게 철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는 영국, 일본의 식민 시기를 거쳤으며, 최근에는 중국계 말레이인들이 다수 거주해 복합적인 문화 환경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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