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예술이 공존하는 길목

마드리드 왕궁.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서성거림이 즐겁다. 공원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은 스페인의 잔영이 녹아든 완연한 도심의 모습이다. 도시의 일상은 오랜 건축물과 빛바랜 미술관의 담벽에도 선명하게 투영된다.마드리드는 해발 646m의 도시다. 유럽의 수도 중 가장 높은 고도에 들어서 있다. 남부 지중해 안달루시아의 마을들에 휴양의 기운이 완연해도 마드리드는 제법 차갑고 정형화된 길들로 도시의 윤곽을 드러낸다. 마드리드의 태생은 성채 도시이고, 한때 이슬람 세력의 통치를 받았다.

10세기 무렵 무어인들은 당시 수도 톨레도를 방어하기 위해 마드리드를 세웠다. 초기 이름은 ‘마헤리트’였다. 국왕이 잠시 머물다 가던 도시는 1561년 펠리세 2세때 정치, 문화적 수도로 탈바꿈했다. 고야 등 예술가들이 찾아들었고 17~18세기 화려한 스페인 건축물은 구시가를 중심으로 스며 있다.

도시의 세월 깃든 시장, 왕궁

마드리드는 광장의 도시다. 광장에서 출발해 공원 모퉁이에 지친 어깨를 기대는 것으로 도심 속 배회는 마무리된다. 건축가 후안 데 에레라의 설계로 조성된 마요르 광장은 화려한 프레스코화 건물이 도드라진다. 건물 1층 아케이드는 선술집들로 채워져 있다. 투우경기, 축제, 교수형이 이 광장에서 거행됐다.

광장 뒤편길은 산 미구엘 시장으로 연결된다. 스페인의 별미인 타파스(Tapas)는 이 시장에서 죄다 맛볼 수 있다. 낙지로 만든 폴포, 붉은 소시지 모르시야 등이 미각을 자극하고, 상그리아 잔술이 자연스럽게 곁들여진다.

마드리드 여행의 백미는 왕궁을 알현하는 것으로 무르익는다. 18세기 중반 세워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왕궁은 유럽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2800여개의 방은 샹들리에로 치장됐고 거장들의 그림과 보물로 채워져 있다. 회백색 왕궁은 주변으로 초록빛 정원이 에워싼 모양새다.

미술관 여행의 중심 ‘프라도’

왕궁을 벗어나면 거리는 현대식 빌딩숲으로 치장된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넓은 대로인 ‘그랑비아’가 시작되는 지점에 스페인 광장이 있다.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데스가 돈키호테, 산초를 그윽하게 내려다보는 동상과 돈키호테의 여인 드루네시아가 광장 한편을 채운다.

최대 번화가인 그랑비아를 지나면 큰 길은 프라도 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왕립 미술관인 프라도는 마드리드 미술관 여행의 중심인 곳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고야, 엘 그레코, 벨사스케스의 작품 외 6000여 점이 담겨 있다. 카르티요 광장 건너편은 붉은 저택의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이 시대를 거슬러 어깨를 맞댄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아토차역 가는 길은 왕립공원에서 시민에게 개방된 레티로 공원이 도시인의 분주한 일상을 담아낸다. 피카소, 미로, 달리의 작품이 전시된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가 공원길 끝자락을 단장한다.

마드리드의 모든 거리는 ‘푸에르타 델 솔’로 집결한다. ‘태양의 문’을 뜻하는 작은 광장은 마드리드 구시가의 관문이자 스페인의 중심인 의미를 지녔다. 알칼라 문, 시벨레스 광장 등 프랑스 지배 이후 화려하게 재건한 건축물들은 도시의 과거를 낱낱이 투영하고 있다.

마요르 광장 프레스코화.

여행 메모
가는 길 한국에서 마드리드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프랑스 남부해안을 거쳐 바르셀로나를 경유해 이동하는 것도 운치 있다.
음식 스페인식 철판볶음밥인 ‘파에야’는 꼭 한번쯤 맛봐야 할 음식이다. 꼬들꼬들한 쌀에 완두콩 등이 씹히는 맛이 미묘하다. 간단한 술안주로 곁들여먹는 타파스(사진) 역시 마드리드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타파스.
기타 스페인의 한여름 기온은 높은 편으로 남쪽으로 내려설수록 뜨거운 날씨를 만들어낸다. 마드리드에서는 오후 낮잠시간 시에스타때 상점들이 예고 없이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도시 투어 때는 플라멩코 공연이 볼만하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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