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오차오 주경기장.
베이징의 변신은 눈부시다. ‘중국 정치의 심장부’에서 문화, 예술, 과학을 아우르는 핵심 축으로 도약 중이다. 연나라의 작은 도읍이었던 베이징은 지구촌 트렌드를 뒤흔드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베이징 깊숙이 들어서면 옛것들은 시대가 변모해도 여전히 탐스럽다. 베이징은 후퉁의 도시다. 후퉁은 800여 년 동안 서민들의 주거지로 활용됐던 베이징의 뒷골목을 의미한다. 베이징 서민들의 오랜 고향이자 이방인들에게는 별천지인 공간이다. 인력거를 타고 후퉁 안으로 접어들면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의 회귀를 재촉한다.

전통골목 후퉁 & 공장개조 갤러리

베이징의 후퉁은 별도의 이름을 지닌 곳만 3600개에 달한다. 낙후된 골목이 아닌 베이징의 오랜 터줏대감과 온기를 더듬을 수 있는 곳이다. 후퉁 중 스차하이 후퉁에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밤이 되면 스차하이 후퉁 일대는 노천카페가 불을 밝히고 시민들이 모여 모던 댄스를 즐기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베이징은 닫힌 문을 열고 예술적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틀에 박힌 관광명소 대신 새롭게 단장한 예술 공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산쯔, 지우창 등 예술특구들은 베이징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798예술촌’으로도 불리는 베이징 다산쯔는 군수공장의 폐허 위에 조성됐고 지우창은 예전에 술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했다. 다산쯔는 100여 개의 갤러리가 들어설 정도로 큰 규모로 성장했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채 벽안의 아티스트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이곳에서 흔한 풍경이다. 다산쯔에서 벗어난 예술가들은 최근에는 호젓한 지우창 등으로 공간을 옮기고 있는데 지우창에는 한국 갤러리도 들어서 있다.

지우창.
도시에 덧씌워진 첨단과학과 건축

2019년 말 중국은 세계 최초로 무인 고속열차를 선보였다. 베이징과 허베이성 장자커우를 잇는 무인고속열차는 최고 시속 350㎞를 기관사 없이 달린다. 시속 300㎞ 이상 고속열차에 무인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베이징의 중관춘 지역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과학기술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베이징 서쪽의 먼터우거우에도 AI 특구가 자리했다. 베이징 변신의 진폭은 세월을 용수철처럼 건너뛴다. 중국의 오래된 것들 위에는 새로운 문화들이 강성하게 채워지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자금성, 천안문 광장으로 대변되던 베이징의 볼거리들은 공간 이동중이다. 중국 최대 별궁으로 서태후의 사연이 담긴 이화원 역시 명소의 바통을 넘기고 있다. 베이징의 현대 건축물들은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주요 공연이 열리는 국가대극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원형 건축물로 등극했다. 대극원은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으로, 내부 천장 위에 물이 들어차 있는 특이한 구조를 지녔다. 초고층 중심업무지구에 들어선 CCTV 건물은 두 개의 타워가 머리를 맞댄 모습이 이채롭다. 베이징은 천안문 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순환도로가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순환로는 일종의 자동차 전용도로인 셈인데 교통뿐 아니라 북경의 문화를 구분 짓는 경계 역할을 하고 있다.

천안문 광장.

여행 메모
가는 길 베이징 시내에는 다양한 탈 것들이 오간다. 지하철 노선도 빠르게 확장됐고, 2층 버스, 트롤리 버스 역시 서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터사이클과 전기자전거 등도 베이징 시민들이 애용하는 교통 수단이다.
음식 길거리 음식문화의 아지트인 동화문 먹자골목에서는 중국 4대 음식 외에 베이징의 다채로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대사관이 밀집한 싼리툰 지역은 라이브 바와 노천카페들이 골목을 채우며 베이징의 트렌디한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타 베이징의 관문인 T3 공항은 홍콩 첵랍콕 공항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참여해 ‘용의 형상’으로 제작한 하나의 작품이다. 베이징올림픽때 건축된 주경기장은 새둥지를 닮아 ‘냐오차오’로 불리는 인기 관람 코스다.



여행칼럼니스트 서 진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