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성
구도심 성마리안 성당
폴란드 비엘리츠카는 깊게 웅크린 땅이다. 폴란드의 제2 도시 크라쿠프 인근에 위치한 비엘리츠카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광산으로 알려져 있다. 광산에 들어서면 암염으로 제작된 예술작품에 눈이 현란해진다.

폴란드 주민들은 가을이면 두꺼운 외투를 성급하게 꺼내 입는다. 비엘리츠카는 폴란드의 가을추위보다 더 깊고 은밀한 땅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소금광산은 광부들의 손길이 깃든 화려한 내부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크라쿠프에서 남동쪽으로 13km, 리틀 폴란드주에 위치한 비엘리츠카는 13세기 후반 들어선 마을에서 광산 이름이 비롯됐다. 이 일대 소금은 선사시대에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엘리츠카 탐방
크라쿠프 도심과 트램
총 300km, 700년 세월의 소금동굴

소금세상 탐방은 광산을 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00m로 내려서는 것에서 출발한다. 방마다 펼쳐진 암염 작품들은 지하 광산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신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비엘리츠카 동굴의 길이는 총 300km나 되고 본격적으로 채굴이 된 역사도 700여년을 넘어선다. 광산의 입구만 26개에 달한다. 125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업이 계속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비엘리츠카에 얽힌 얘기는 전설처럼 이어진다. 작업을 위해 광산에 내려온 말은 평생을 햇빛을 보지 못하고 땅속에 머물렀다고 전해지고, 한때 폴란드 왕궁 전체 수입의 30% 가량이 이 소금광산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중세에는 소금 1kg은 금 500g의 가치가 있었다.

광산 노동자들은 지하에서 오랜 세월 일하고 묵으며 암염으로 조각된 예술품들을 만들어 냈다. 소금광산에만 3000여개의 방이 있는데 그중 20여개의 독특한 방들이 일반에 공개중이다.

비엘리츠카 소금동굴 조각상
비엘리츠카 암염
최후의만찬 암염

암염으로 조각된 작품과

지하 110m 위치한 있는 은 소금광산 여행의 백미다. 20세기초 30여년간 암염으로 만든 대형 동굴에는 역대 왕과 샹들리에 조각들이 찬란하게 재현돼 있다. 천장과 바닥, 벽들도 온통 소금이다. 광부들이 수작업으로 완성한 성당은 최근까지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소금동굴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암염 부조 작품으로 남았으며, 폴란드 출신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 요한 바오로 2세의 조각상도 만날 수 있다. 작은 연못과 극장, 식당이 자리했고 유럽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우체국도 들어서 있다.

비엘리츠카 인근의 크라쿠프는 왕들의 대관식이 거행되던 도시다. 크라쿠프는 폴란드의 수도를 바르샤바로 옮기기 전까지 500여 년 간 폴란드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다. 거대한 소금광산은 도시의 부를 뒷받침하던 자양분이었다. 크라쿠프의 구도심에는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가 수학하던 이 있다. 왕이 행차하던 구도심 역사지구는 비엘리츠카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코페르니쿠스 암염조각
킹카 성당
야기엘론스키 대학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교통: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오스트리아 등에서 크라쿠프까지 열차로 이동한다. 중앙역에서 비엘리츠카까지 소금광산행 버스가 다닌다. 크라쿠프 도심에는 트램이 오간다.

음식: 폴란드의 대표적인 음식은 ‘비고스’로 그릇 모양의 딱딱한 빵 안에 고기와 양배추 절임이 들어 있다. 한국의 만두를 닮은 ‘피에로기’도 맛이 좋다.

기타: 크라쿠프의 은 폴란드 국왕들의 거처로 사용되던 곳으로 수도가 옮겨진 뒤에도 대관식만은 이곳 대성당에서 거행됐다. 바로크 양식의 대성당, 르네상스풍의 지그문트 탑 등을 둘러볼만하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