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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에 부는 '블로그' 열풍
짓기 쉽고 꾸미기 편하지 이만한 홈피 있나요?
생성·관리 간편한 온라인 일기장… 쓰임새 다양해 너도나도 분양 대열


온 라인 공간에 내 집 짓고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보통신 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 그가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자신의 블로그(Blog)를 체크하는 일이다. 밤새 누가 방문해서 글을 남기진 않았는지 살펴 보고, 홈피에 저장된 자신만의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3월, 100년 만에 내렸다는 3월의 폭설은 교통 대란을 일으켰지만, 한편에선 아름다운 설원 풍경을 찍는 사람들과 동심들로부터 환호성이 나왔다. 김 씨는 출장 차 내려갔던 대전에서 눈 쌓인 계룡산과 도로의 설원 세상을 디카로 찍어 블로그 사진첩에 올리기도 했다.



요즘 디지털 세대라면,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 미니 홈피, 또는 '1인 미디어'로 불리는, '블로그'가 요즘 온라인 상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닷컴업계의 최고 히트 상품은 미니 홈피, ‘싸이월드(www.cyworld.com)’.

'싸이질'(싸이월드하기), '싸이홀릭'(싸이월드중독자) 같은 신조어는 그 인기의 폭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회원 수도 폭발적으로 늘면서 600만 명을 넘어 섰다. 요즘 네티즌들은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 또는 온라인 일기장인, 블로그에 열중하고 있다. 매일 같이 들락거리며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상의 개인 공간, 블로그. 요즘 이렇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이전에도 개인 홈페이지가 있었다. 포털 사이트마다 경쟁적으로 홈피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2,000만개가 넘는 개인 홈페이지가 생겨났다. 하지만 대부분은 관리가 안된, 속 빈 껍데기로 전락했다. 정성 들여 만들어도 찾아 주는 사람 없는 홈페이지는 당연히 시들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만들기도 쉽고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미니 홈피가 생겨났고 지금은 '블로그'(Blog)란 이름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홈페이지의 변종? 관계 마케팅의 성공?

'블로그(Blog)’란 '웹'(Web)과 '인터넷 일지'(Log)의 합성어다. 블로그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블로그 서비스에 접속해 자신의 정보 몇 개만 입력하면, 단 몇 분만에 개인 블로그가 생성되고 나만의 방을 꾸미게 된다. 사람들은 좀더 단순하고 핵심적인 기능에, 패스트푸드처럼 쉽게 만들어 사용하는 이러한 '인스턴트 홈페이지'에 열광하고 있다.

즉, 정보 공유와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간단한 툴만 갖고 진화한 것이 바로 블로그다. 블로그는 온라인 상에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확보해 사적인 기록, 의견, 기사 등 다양한 내용을 자발적으로 올려 놓았다는 점에서 '온라인 일기장'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쓰임새가 매우 다양해 커뮤니티, 오피니언, 사진첩, 모바일, 마케팅 블로그 등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블로그에 참여하는 다수의 사람을 '블로거'(Blogger)라고 부른다.

블로그가 다른 홈페이지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깊이와 다양성이다. 홈피를 방문하는 사람 중, 자신과 친한 사람과 '1촌 맺기'로 끈을 맺어 주는 것이다. 친구의 1촌과 그의 1촌, 또 그의 1촌의 미니 홈피를 연쇄 방문하는, 일명 '파도타기'가 유행하면서 미니 홈피 방문자들의 평균 체류 시간은 1시간을 넘어 섰다. 즉, 마음에 맞는 블로거들을 친구, 이웃, 친척 등으로 등록하고 이들의 블로그에 연속해 옮겨가는 식의 파도타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 온라인 상의 내 방, 구경해 보실래요?

최근 특정인의 블로그가 언론에 주목 받은 적이 있다. 사생활 공개를 극히 꺼리는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가족 이야기 등을 올리면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것. 또 노무현 대통령의 며느리와 최근엔 박근혜 의원이 블로그를 통해 개인적인 생활을 일부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외국의 블로그에는 공적 메시지를 담은 '1인 미디어'가 많다면, 한국에서는 이처럼 사생활을 살짝 보여주는 공개 일기장이 많다. 특히 여성 블로거는 아바타를 예쁘게 치장하듯, 자신의 방을 꾸미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들이 어릴 적에 종이인형에 옷 입히기를 즐겼듯, 온라인 아바타 꾸미기에 매달리다가 요즘엔 블로그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내 과거와 현재의 사진과 친구, 애인, 나에 대한 평가, 느낌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블로그는 온라인 상에 형성하는 또 다른 자아인 셈이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싶은 것처럼 자신의 자아인, 미니 홈피도 가꾸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 여성 블로거는 "오늘은 내 홈피에 누가 다녀갔는지, 어떤 답글과 방명록을 남겼는지 궁금해서 매일 들어 가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의 과거와 현재 모습, 그의 친구, 애인, 그에 대한 평가 등을 보면서 친숙한 이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 디카, 폰카 인기와 더불어 나날이 발전

최근 몇 년 사이, 블로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데에는 디지털 카메라(디카)와 휴대폰 카메라의 폭발적인 보급이 한몫 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커뮤니티 공간과는 달리, 나만의 공간을 남들에게 예쁘게 보여 주고 욕구가 생기면서 정성 들여 관리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글만 올리는 게시판을, 비주얼한 사진을 함께 올림으로써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또 스스럼 없이 셀프 카메라를 찍고, 합성 사진을 제작하는 네티즌들의 급증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연예인 블로거의 경우, 스타들의 진솔한 면모를 엿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로그 인기몰이에 크게 한 몫 했다.

블로그는 또한 이번 탄핵 정국에서도 드러났듯, '1인 미디어'의 새로운 매개체로 부상하였다. 한 블로그 운영 사이트의 경우, 수 천명의 블로거가 블로그 제목에 '탄핵 반대'라는 뜻을 밝혔고, 탄핵과 관련한 게시물도 수 만 건에 이르렀다. 블로거들은 탄핵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의 과거와 두 야당의 현실 등을 글과 동영상,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자신의 블로그에 속속 올렸으며, 이 표현물들은 자신의 블로그와 연결된 이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됐다.

-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계를 적절한 공유가 바람직

싸이월드를 비롯해 네이버, 야후, 엠파스 등에 있는 블로그를 합치면 국내에서 개설된 블로그는 2,000만개에 육박한다. 이 중 활성화된 블로그는 수백 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블로그가 장밋빛 세상만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보다 더욱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이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또 만약 블로그 운영사이트가 문을 닫으면 공들여 모아 두었던 기록이 일시에 사라질 염려도 있다. 그리고 오프 라인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소속감이나 불만을 온 라인 공간에서만 풀려고 하면, 실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은 오프 라인이지, 온라인이나 매트릭스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뷰> 한국아이닷컴 조상현 이사
  



- 앞으론 '특화 블로그'가 뜬다

“머지않아 블로그 자체만으로는 경쟁하기 힘든 시대가 올 겁니다.” 국내 종합일간지로는 처음으로 작년 12월 한국일보 뉴스와 블로그를 연계한 뉴스 블로그인 ‘메이저 블로그(www.majorblog.com)’를 선보인 한국아이닷컴(www.hankooki.com) 조상현(42) 이사가 내다본 블로그의 앞날이다.

“블로그는 인터넷 서핑에서 양념과 같은 존재죠, 어디 양념만 먹는 사람 보셨습니까? 물론 그 자체로 나름의 가치는 분명 가지지만, 다른 것들과 함께 어울릴 때 그 가치는 배가 됩니다. 일기장 형식의 ‘고전적인 블로그’로는 지금 이상의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요?”

‘메이저 블로그’ 오픈 뒤 한국아이닷컴의 전체 페이지뷰 수가 크게 늘었다. 정보 전달에 그치던 딱딱한 기사에 기자들의 말랑말랑한 블로그로 양념을 쳐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페이지뷰 건수의 증가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커 만족스럽다고도 했다. 중앙일보가 뒤늦게 조인스닷컴에 블로그를 붙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메이저 블로그’에서는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글을 쓰고 있습니다. 특유의 현장감 속에서 감칠맛 나는 문체로 범벅된, 신문 지면에는 실릴 수 없는 뒷얘기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기자들 블로그 구경하는 맛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는 조 이사. 그의 기억에 가장 남는 미디어 블로그는 생활과학부 김신영, 정치부 최문선 기자의 블로그 등이다. “취재 현장의 흥미로운 뒷얘기, 기사 하나가 생산되기까지 기자들이 겪은 무용담(?)들이 웬만한 소설 뺨친다는 이용자들도 많습니다.”

블로그의 진화는 뉴스가 블로그를 만나는데 그치지 않는다. 조 이사는 “한 인터넷 서점에서 만든 블로그가 요즘 인기입니다. 책벌레들이 모인 블로그죠. 블로그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약삭빠른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한 분야에 특화된 블로그들입니다. 한국아이닷컴의 ‘메이저 블로그’가 해당 기자와 독자간의 소통으로 뉴스의 질적 차별화에 무게를 둔, 특화 블로그의 원조라고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기존의 인터넷 까페처럼 한곳에 묶이지 않음으로써 자신만의 색깔은 내고, 공통의 관심거리는 공유할 수 있다는 게 특화된 블로그의 특징이다. 책 블로그, 뉴스 블로그 등 ‘들로그(Dlog, Differential blog, 한 분야에 특화된 블로그)’의 출현은 이제 다른 분야서도 계속 나타날 것이라는 게 조 이사의 전망이다.

“특화된 블로그의 인기가 오른다는 것은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아니겠어요?” 국내 최초로 시도된 ‘뉴스 블로그’의 안착에 안도할 만도 하건만 조 이사는 기사를 해당 기자의 블로그에 연결시키는 등 부단한 후속작업으로 더 따뜻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허주희 객원기자 cutyheo@hanmail.net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4-04-2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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