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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25시] 골든걸
'늙지 않는 소녀'의 꿈을 위해
얼짱 아니면 꿈꾸지 말라…
걸스카우트, 그대는 코스튬 플레이어 그리고 파티 플래너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삶이 진행된다면, 꿈꾸는 대로 살아진다면, 숨겨졌던 욕망을 재현하고 일상이 이벤트인 삶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최근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며 사는 한 ‘ 이십대 소녀’를 만났다.






걸스카웃(galscouts)의 리더인 골든걸(goldengirl)은 좀 특이한 소녀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그녀는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 마이 네임 이즈 골든걸” 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일본에서는 뭐라고 불렸나요? 이렇게 물으면, “ 노 코멘트!”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신비한 소녀다. 일본 국적을 지닌 이 소녀는 미국에서 더 오래 살았지만 ‘ 열정과 순수의 나라 한국’이 자신에게 매력적으로 다가 와,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골든걸로 통한다. 그녀가 골든걸이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릴 적 흑인의 세계를 동경한 나머지 흑인 잡지만을 탐독한 그녀는 온몸에 금가루를 뿌리고 비키니를 입은 럭셔리한 흑인 모델을 우연히 보고 말았다. 한마디로 뻑! 간 것이다. ‘나도 저 여자가 되어야지’ 생각했더란다. 모델 어깨위로 이름이 문신처럼 박혀 있었다. Goldengirl. 웃지 마시길. 그녀는 나름대로 심각했으니. 이 소녀의 한국 이름은 그래서 ‘ 금소녀’다. 그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코스모폴리탄!

모험가인 아버지를 둔 덕에 그녀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한다. 아버지는 그녀보다 더 특이한 사람인데,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섬의 원주민 공주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그들의 발자취에 대한 논문을 썼다고 한다. 하여, 아버지를 쏙 빼닮은 골든걸은 언제라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 바람을 품은 소녀’다.

그녀의 직업이 궁금하다면 직업이 뭐예요? 라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질문 대신, 어제 뭐했어요? 라고 묻는 게 알아내는 빠른 길이다. 자꾸 캐내려 하면 그녀는 “ 그냥, 걸스카웃인데요”라며 약간은 짜증 섞힌 목소리로 대답할 테니까. “ 사람들은 왜 저를 보면 직업을 먼저 물어보죠? 저는 그냥 하고 싶은걸 하면서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예요. 직업으로 저를 규정한진 말았음 좋겠어요.” 참으로 불친절한 대답이다. 해서,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녀. 그래, 그녀는 꾸미지 못하는 솔직한 소녀다.


- 여자들이 선망하는 여자, ‘금소녀’

그녀의 직업을 알아냈다. 그녀는 코스튬 플레이어, 파티 플래너, 걸스카웃의 리더다.

코스튬 플레이어. 말 그대로 의상을 입고 노는 직업이다. 그녀는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변신의 요정이기도 하다. 그녀는 한국의 코스플레이가 아직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진촬영을 목적으로 일회성에 그치는 이 코스플레이가 아쉬웠던 그녀는 우연히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교복으로 코스플레이를 하고 걸스카웃이란 모임을 만들어 파티를 열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일본풍의 교복을 입고 싶어하는 소녀들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한다. ‘걸스카웃’이라는 끝나지 않는 코스플레이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 걸스카웃은 제가 하는 일의 총집합이예요. 코스플레이와 파티플랜, 그리고 걸스카웃과의 파티. 전 리더일 뿐이고 멤버들 각자가 주인공이죠.”

걸스카웃은 그녀가 만든, 불특정 다수의 특별한 소녀로 이루어진 단체이다. 걸스카웃 소녀들은 시즌별로 한번씩 돌아가며 각자가 주인공이 되는 파티를 연다. 얼마 전 섹시 뱀파이어 축제처럼 스페셜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뱀파이어로 둔갑했을 때 홍대 주변의 뭇 아저씨들은 소녀들에게 넋을 빼앗겨 이성을 잃었다 한다. 이 집단에 들어가는 것은 소녀라면 모두 가능하다지만, 사실 자격은 깐깐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얼굴이 못생기거나, 뚱뚱한 사람은 접근할 수도 없는, 얼짱들의 모임이다.

“ 얼굴이 이쁜 애들은 마음도 이쁘고, 또 자신의 분야에서도 당당한 아이들이 많죠. 교복이라는 유니폼이 어울리려면 살이 찌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하면 ‘ 너, 나더러 재수없다고 말하지만, 체중을 조절해서 들어 오겠다’는 애들이 줄을 섰어요. 여자들의 맘속엔 소녀가 들어 앉아 있으니까요. 소녀는 늙지 않는 거잖아요.”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격을 높이는 이 걸스카웃은 마음속에 소녀를 품은 여자라면 모두 지원 가능하지만, 특별해야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맞다. 자칭 타칭 잘난 여자여야 한다. 왜 굳이 여자들에게 민감한 체중을 건드리냐는 질문에 골든걸의 한마디. “ 소녀는 살이 찌면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니까요.” 단박에 잘라 말한다.


- 세계화 시대에 더 빛나는 20대

실제 여고생부터, 여대생, 모 잡지사의 여기자, 이십대 후반의 아티스트, 30대의 아나운서도 이 걸스카웃의 멤버라는 말을 듣고, 한 번 희망을 가져본다. 그러니 골든걸 내 위 아래를 훑어보며 하는 말 “견적이 나오는데요. 들어오셔도 될 거 같네요.” 하더랬다. 어찌나 고맙던지 눈물이 다 날 뻔했다.

“ 친구가 없어서, 걸스카웃이란 타이틀로 친구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첨 시작은 소박했는데, 요즘 회원 신청서 받고 면접을 보기에 바빠요. 걸스카웃은 소녀라면 다 가능해요. 뭐가 어려운가요. 하지만, 럭셔리한 것을 지향해요. 왜냐면 스스로 품격을 높이는, 콧대 높은 소녀야만 가능하죠. 남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여자가 아니라 여자들이 선망하는 여자가 되는 것, 이게 바로 걸스카웃이예요.” 이 여자 아이들이 모여서 하는 일은 수다 떨고 파티를 열고, 한 번씩 자신이 파티의 주인공으로 되는 것이지만, 곧 있으면 사회 봉사 활동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얼굴 이쁜 소녀는 맘도 이쁘기 때문이란다.

코스플레이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재현하는 코스튬 플레이어. 골든걸이 가는 곳은 언제나 파티장이다. 파티 플래너로서 그녀가 기획하고 준비하는 파티는 하나같이, 동화나 만화같은 이미지의, 우리가 어릴 적 마음에 간직했던, 지금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순수 프로젝트에 가깝다. 리더로서 적당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그녀를 분신이라 여기고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소년도 있다. 바로 보이스카웃. 걸스카웃이 좋아 자생적으로 생겼다는 보이스카웃 또한 골든걸의 지휘 아래 있다. 조만간 이 골든걸은 걸스카웃과 보이스카웃이 만나는 ‘ 소녀, 소년을 만나다’라는 파티를 연다고 하는데, 관심 있는 사람은 한번 연락해도 좋겠다.(http://www.galscouts.com)

“ 걸스카웃 공화국을 만들 거예요. 돈 벌어서 커다란 섬을 하나 사야겠죠. 세계적인 휴양지가 될 거예요.” 소녀의 허황된 꿈처럼 들리지만 나, 왠지 이 꿈이 이루어질 것만 같다.



유혜성 자유기고가 cometyou@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6-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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