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반란에 콧대 꺾인 '텐프로'유흥업소 서바이벌 전쟁, 세트메뉴 도입 등 대중화로 활로 찾기 안간힘
[이색지대 르포] 강남 룸살롱 판갈이 쿠데타 '퍼블릭' 반란에 콧대 꺾인 '텐프로' 유흥업소 서바이벌 전쟁, 세트메뉴 도입 등 대중화로 활로 찾기 안간힘
- 텐프로 지고 퍼블릭 뜨다 룸살롱의 구조는 우리사회의 권력구조와 놀랍게도 닮아있다. 텐프로(10%) 룸살롱이란 말은 속칭 나가요 아가씨가 받는 봉사료에서 마담에게 공제하는 금액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즉 10만원이 봉사료라면 텐프로 업소의 아가씨는 9만원을 자기 몫으로 챙겨 가는 셈이다. 이를 기준으로 점오(15%), 이십프로(20%)룸살롱 순으로 수준이 갈린다. 업소의 시설이나 아가씨의 미모 역시 그 기준을 따라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텐프로에서는 이른바 더블(동시에 다른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 허용되고, 매매춘을 뜻하는 2차가 없는 것이 기본.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의 경우 여대생은 물론이고 모델, 연예인 등 ‘그림의 떡’ 수준에 있는 퀸카들의 집합소로 유명했다. 당연히 손님들 역시 그 수준에 맞는 사회에서 돈 꽤나 있고 힘 꽤나 쓴다는 주류계층이 대부분이었다. 세월 좋던 시절 텐프로 아가씨는 하루 10테이블을 소화하기도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못 벌어도 월 1,500만원 이상은 손에 쥐었던 것. 하지만 올 초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손님은 하루가 다르게 줄었고, 급기야 텐프로도 2차를 뛴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사실로 속속 확인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가씨의 수입과 직결되는 2차는 업소의 매출부진 문제와는 별개의 것이었다. 텐프로 룸살롱들이 가격 낮추기 경쟁을 둘러싸고 눈치를 보는 사이 급기야 쿠데타가 터졌다. 텐프로의 단점을 포기하는 한편 술값을 파격적으로 내린 ‘세트메뉴’를 도입한 룸살롱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 ‘세트메뉴’는 술을 마실수록 술값이 내려가는 전례에 없는 시스템을 채택해 주당들을 놀라게 했다. 즉 12년 산 양주 1병에 안주 1개, 무제한 모든 음료수를 서비스하는 기본세트 가격이 22만원이라고 치자. 그럼 2번째 세트 가격은 16만원, 세 번째 세트는 13만원으로 내려간다. 따라서 양주 3병을 시켰을 경우 술값은 총 51만원이 나온다. 불황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룸살롱의 술값을 만들어 낸 셈이다. 이 시스템을 처음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리오’ 룸살롱의 김성렬 사장은 “돈을 흥청망청 쓰는 소수의 고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시대는 지났다. 젊은층에서 바나 클럽문화가 정착된 것처럼 룸살롱도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좀 더 대중화돼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룸살롱하면 질퍽대는 퇴폐서비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선입견이다. 룸살롱은 사교와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아가씨 역시 애인처럼 편안한 대화상대로 자리를 보조하는 역할 이상도 이하도 하지 않는다. 더블을 금지한 것도 이점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리오의 성공은 빠르게 다른 업소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업계에서는 룸살롱의 대중화라는 의미로 누군가 여성종업원의 더블이 없고 세트메뉴 가격을 적용하는 업소를 퍼블릭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퍼블릭 룸살롱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텐프로 룸살롱은 권력누수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수입이 줄어든 아가씨들은 점차 손님이 밀려드는 퍼블릭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폐업한 텐프로 룸살롱이 간판이름만 바꿔 퍼블릭업소로 재개업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2주전까지 텐프로에서 일하다 퍼블릭으로 업소를 옮긴 지우(가명). 모 淪?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지우(가명)는 그냥 돈을 많이 모으고 싶어서 나가요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더블이 없어 힘들긴 하다. 하지만 퍼블릭에서는 간단하게 술자리를 갖는 손님이 많은 편”이라며 “보통 하루 2방은 보기 때문에 수입은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텐프로는 아니지만 퍼블릭 보다는 조금 높은 중상급 룸살롱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왜냐면 퍼블릭 룸살롱 쿠데타의 여파가 텐프로가 아닌 중상급 업소까지 가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보물섬’은 룸만 39개를 가진 대규모 중상급 룸살롱. 보물섬의 최현우 상무는 “텐프로와 퍼블릭의 맞대결 구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원래 룸살롱은 텐프로-쩜오-20%-클럽-텐퍼블릭-퍼블릭-비즈니스클럽-단란주점 순이라고 계보를 짚어줬다. 가격과 아가씨 수준, 업소시설 등이 텐프로가 정점이라면 단란주점이 그 반대라는 것이다. 최 상무는 “현재는 혼동기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퍼블릭이 텐프로를 겨냥하며 치고 올라오고 있다 치자. 그렇다면 보물섬과 같은 클럽이상의 룸살롱은 퍼블릭의 장점을 받아들여서 다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 강남일대에 있는 퍼블릭 룸살롱은 대략 10여 곳. ‘고등어’와 ‘야후’는 그 중 선두그룹을 이끌고 있다. 특히 고등어는 텐프로 업소를 인수, 퍼블릭 룸살롱으로 바꾸면서 쿠데타의 완성을 꿈꾸고 있다. 지난 주 화려하게 개업식을 가진 고등어는 기존 퍼블릭 룸살롱과는 달리 인터넷 이벤트(www.10pub.com)까지 펼치며 공세를 펼쳤다. 퍼블릭 룸살롱을 서너 곳 다녀봤다는 회사원 김창환씨(34)는 “룸살롱들이 힘들긴 힘든 모양이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룸살롱 개업이벤트 메시지가 자주 뜬다”면서 “후배직원을 데리고 접대교육도 시키고 놀기도 할 겸 가끔 퍼블릭에 간다. 술값이 비쌀 땐 법인카드가 아니면 엄두도 못 냈던 일인데, 양주바 정도 가격이면 먹을 수 있으니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룸살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맞게 변해가고 있다. 오히려 소수의 문화였던 룸살롱은 이제 생존을 위해 서로 전쟁을 벌이며 대중 틈으로 파고들고 있다. 유흥업계 전문웹진 '시티조이'(www.cityjoy.net) 운영자인 유정선씨는 퍼블릭 룸살롱의 등장과 룸살롱의 생존법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룸살롱문화는 한국사회에서 이른바 주류(主流)문화에 진입한 남성들만을 위한 소수의 문화였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이제 주류(酒類)문화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룸살롱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결국 ‘수질’이라고 하는 아가씨의 수준이다. 에이스로 불리는 퀸카들이 많은 업소가 결국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에이스를 거느리려면 그만큼 손님이 많아야 한다. 가격인하경쟁도 이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아가씨가 먼저냐 손님이 먼저냐는 닭과 달걀의 논쟁과 다를 바 없다.”
입력시간 : 2004-08-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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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진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