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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류애 싹트는 아름다운 어울림
제40차 유네스코 국제청년캠프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한데 모여 젊음을 불태우고 우의를 다지는 11박 12일 일정의 국제청년캠프(IYC: International Youth Camp)가 경기 이천 유네스코(UNESCO)문화원(원장 손춘석)에서 11일 막이 올랐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1966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이번 행사는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그 동안 이 곳을 거쳐간 인원은 전 세계 85개국 3,931명(한국인 1,586명)에 달한다.

‘변화와 청년의 참여(Be the One to Change)’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40차 캠프에서는 35개국 107명(한국 28명)의 청년ㆍ대학생들이 워크숍, 작업, 국제문화교류의 밤, 현장실습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기 위한 참여방안 등을 논의한다.

캠프 입소를 앞두고 속속 입국한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모인 곳은 유네스코문화원 대강당. 12일 동안의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듣고 서로를 영어로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이선재 캠프 총감독의 설명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옆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눌 정도로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했다. 이 분위기는 저녁 식사시간으로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첫날의 서먹함에 따라 같은 나라에서 온 캠퍼들끼리만 어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배식대로 가서 밥과 반찬을 서로 담아주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에이멘(24) 씨는 나머지 4명의 일행을 제쳐두고 일본, 러시아 캠퍼들과 섞여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인지 잡담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음식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불평 섞인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끝내 이들이 향한 곳은 이선재 감독이 일본인 자원 봉사자와 식사를 하고 있는 테이블. 불평 불만을 듣다 못한 이 감독은 “외국에 나오면 모든 사람이 음식으로 고생한다. 여기 음식에 적응하라”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그들이 남긴 얘기는 의외로 “고맙습니다”였다. 이날 제공된 메뉴는 밥, 유부 국, 열무김치, 감자튀김, 도라지무침에 고추장 양념을 뺀 돼지불고기.

IYC는 국내서는 물론 세계서도 보기 드문 청년 프로그램이다. 국제적 교류를 통해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다. 높은 인지도가 행사 성공으로 연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IYC가 유네스코라는 국제기구의 후광을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교육기관 관계자들이 견학차 캠퍼자격으로 캠프에 합류하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 구 러시아 연방인 사하공화국의 경우 IYC를 본 따 ‘중앙아시아청년캠프(CAYC)’라는 이름으로 1997년부터 캠프를 운영 중이다.

성공적인 캠프 운영에 대해 이선재 감독은 “IYC의 확고한 원칙이 바탕이 됐다”며 “캠프 운영의 철학과 방침은 40년 동안 변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유네스코라는 큰 조직에서 하는 일이지만,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캠프 감독에게 주어지고, 그 감독은 또 그 책임과 권한을 모든 캠퍼들에게 다시 이양한다는 것이다.

“믿고 많은 책임을 맡기면 맡길수록 개개인들은 더욱더 열심히 잘하게 돼 있습니다. 입소식 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총재가 캠프 감독에게 IYC 기를 넘기는 의식이 이를 의미합니다.” 26차 캠프부터 40차 캠프까지 15년간 감독직을 수행한 이 감독의 말이다.

1시간 동안의 저녁식사 시간 뒤에는 28명의 한국인 캠퍼들이 한달 동안 준비한 환영행사인 ‘Korean Night’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성 민속 드라마 꼭두각시, 태권도 품세를 이용한 태권무와 격파 시범, 부채춤 등 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잔뜩 머금은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지난해 캠퍼로 IYC와 인연을 맺었다가 올해 IYC본부 행사진행 보조요원으로 캠프에 합류한 김형성(26ㆍ한국외대 3년) 씨는 “1시간 남짓한 이 환영식을 위해 한국인 캠퍼들이 여름 방학 전체를 반납했다”며 “또래의 외국인 친구들과 우정을 쌓기도 하지만, 이 힘든 과정을 통해서 협동의 소중함을 체득하고 나간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문화원 손춘석 원장은 “40년 동안 캠프가 지속돼 온 만큼 캠프가 끝나더라도 이들은 묍옇르옮淪漫?서로 교류하고 우정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21차 캠프 참가자 야토 수미오(42) 씨

IYC를 빼고는 그의 삶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40차 IYC 자원 봉사자로 나선 야토 수미오 씨가 그렇다. 한국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리기 직전이던 1986년 여름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무작정 떠나온 곳이 한국이고, 그것도 IYC(21차)를 통해서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그 인연으로 이후 연세대 석사과정(법학)에서 공부했을 뿐 아니라 IYC를 연으로 만난 한국인과 결혼, 한국에서 직장(안양외국어고등학교)까지 잡았다.

“당시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은 그 나라를 대표해서 왔지만, 저는 개인 자격이었습니다. 그래도 국적, 인종, 종교 등 모든 배경을 배제한 채 젊은이 대 젊은이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그들과 얘기하고 토론하는 게 좋았습니다.”



당시 일본의 문부성 장관의 망발로 한일 관계가 불안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는 “너네 문부성 장관이 한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국 캠퍼들의 질문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캠퍼들은 그 한 사람의 발언을 일본 전체의 의견으로는 보지 않았습니다.”

수미오 씨가 캠프 후배들에게 ‘Open your eyes’를 강조하는 것도 열린 사고로 세상을 보는 한국이 좋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 때가 묻은 말 같지만, 이 캠프에서는 또 그 만한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수미오 씨는 21차 캠프에서는 참가자 자격이었지만 이후 캠프본부의 행사 진행 보조요원으로 26, 27차 캠프에 참가했다. “여기 오면 무지 고생합니다. 그래도 함께 땀 흘리고 도우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는 게 좋습니다.”

IYC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큰 테두리(주제)만 잡아줄 뿐, 캠프에 참가하는 청년들이 열흘간의 모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디 어디서 비행기가 추락했다 하는 등의 뉴스를 접하면 제일 먼저 가슴 졸이며 친구들의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합니다. 세상을 보는 넓은 눈도, 세상에 대한 애정도 IYC가 키워준 셈이죠. 초등학교 1, 2학년에 재학중인 딸, 아들도 이리로 꼭 보낼 겁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입력시간 : 2005-08-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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