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무관 이상 고위직 12월 중순 단행 예정, 지역안배 등 변수 많아

경찰이 인사 바람으로 술렁이고 있다.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으로 미뤄졌던 경찰 인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하위직 포함 7,000명 이상의 승진자를 배출하게 된다.

하위직의 경우 3년간 지속돼 온 경찰 직급조정이 마무리되고 다음 인사부터 승진정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고위직은 서울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경찰청 차장 등 치안정감 자리가 대폭 바뀔 전망이고 치안감ㆍ경무관의 승진ㆍ전보에 따라 자리이동이 불가피해 인사 태풍권에 들어선 상태다.

경찰청 고위인사에 따르면 경무관 이상 고위직 인사가 12월 중순에 단행될 예정이고 이어 새해 1월 중에 총경 인사를, 이후에는 경정과 경감 등의 인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위직 인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따라 경찰 전체 인사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12월부터 시작되는 경찰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별들의 전쟁’으로 비유되는 경무관 이상 고위직 인사의 거취다. 11월 기준으로 승진 내지 전보 대상인 치안감은 21명, 경무관은 41명이다.

최고위직인 4명의 치안정감 중 48년생인 강영규 경찰대학장은 올해 용퇴할 것으로 보이고 49년생인 이기묵 서울경찰청장도 해양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국영기업체장으로 새 출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고위직 인사 하이라이트는 서울청장

최광식 경찰청 차장, 이택순 경기경찰청장, 어청수 부산경찰청장, 박영진 경남경찰청장 (왼쪽부터)







고위직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서울청장이다. 현재 최광식(56) 경찰청 차장, 이택순(53) 경기청장, 어청수(50) 부산청장, 박영진(49) 경남청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광식 차장과 이택순 청장은 올 1월 경찰인사에서 서울청장 자리를 놓고 이기묵 현 청장과 경합을 벌인 바 있다.

최광식 차장은 경찰내 호남의 선두주자로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허준영 청장을 잘 보좌하고 있다는 평가다. 96년 경찰청 기획과장을 시작으로 개혁추진단장, 방범국장,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등 줄곧 서울에서 근무했고 허 청장의 의중을 파악해 경찰이 응집력을 발휘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택순 청장은 정보통으로 기획력이 뛰어나고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내는 등 수도치안을 맡을 적임자라고 주변에선 말하고 있다.

어청수 청장은 업무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APEC 안전분야를 일선에서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한 점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박영진 청장은 사법고시(26회)에 합격해 경찰에 투신, 경남 산청, 거제서장과 경찰청 기획정보심의관, 부산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개혁적 치안행정에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서울청장에 누가 오르느냐에 따라 나머지 치안정감 자리도 주목 대상이다. 이들 인사는 차기 경찰청장 구도와 맞물려 있고 청와대의 의중, 지역안배, 개각 등 정국과 무관치 않기 때문에 상당히 가변적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차기 경찰청장 구도와 관련, 경남 출신인 어청수 청장이 유력하다는 분석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과 동향인 박영진 청장의 승진을 점치기도 한다.

강희락 대구경찰청장, 김석기 경남경찰청장, 한강택 전남경찰청장, 임재식 전북경찰청장 (왼쪽부터)







이택순 청장은 이해찬 총리의 용산고 후배라는 점이, 최광식 차장은 지역안배 차원서 거론된다. 또 서울청장 경합에서 밀린 후보들은 본청 차장, 경찰대학장, 경기청장 등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산청장은 현 어청수 청장이 승진이나 전보될 경우 후임 청장으로 선이 굵고 수사통인 강희락 대구청장, 본청 국장이나 부장, 또는 타 지역 청장이 거론된다.

대구청장은 현 강희락 청장이 본청 수사국장에서 승진해와 자리가 유동적이나 만일 옮길 경우 경합이 치열할 전망이다. TK(대국ㆍ경북) 출신인 윤시영 경찰청 수사국장을 비롯해 김용화 생활안전국장, 송강호 경찰혁신기획단장, 조용연 베이징주재관, 서울경찰청의 이영화 경무부장, 주상룡 수사부장, 서울청 경무부장을 지낸 박진현 경무관(국방대학교) 등이다. 이들은 경북경찰청장 후보로도 꼽힌다.

김석기 경북청장은 경찰 인사의 전례에 따르면 대구청장으로 옮길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사통으로 앞으로 경찰청 조직개편에서 ‘외사’의 비중이 ‘보안’보다 높아짐(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격상)에 따라 경찰청 외사보안국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밖에 청와대 치안비서관설도 있다.

충남청장은 조선호 청장이 정년으로 용퇴할 것으로 보이고, 충북청장은 최석민 청장이 정년상 1년 더 할 수 있으나 교체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후임에는 충청권 출신인 김정식 경찰청 기획정보심의관과 한진희 서울청 차장이 각각 충남청장과 충북청장 후보로 거론된다.

전남청장인 한강택 청장은 올초 경찰청 경비부장에서 승진, 자리가 유동적이나 지도력과 지역(호남) 안배 차원서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후임 청장에는 홍영기 경찰청 경무기획국장 등이 거론된다. 전북청장인 임재식 청장은 경찰청 국장으로 옮기는 것이 유력시되며 후임 청장은 승진 대상 경무관 10명 중에서 나올 것이 예상된다.

제주청장인 유정선 청장은 정년으로 인해 용퇴할 것이 점쳐지고 후임 청장은 경무관 중에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정광섭 강원청장과 박광현 인천청장도 정년으로 용퇴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승진 대상 경무관 중에서 후임 청장이 나올 전망이다.

경찰인사와 관련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허준영 청장의 인사원칙은 ‘공평무사’와 ‘선공후사’”라며 “권한과 책임이 분명한 인사을 하되 공을 세운 사람에 대해서는 배려를 하겠지만 그것도 공정한 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12월 경찰의 별들의 전쟁에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무대를 떠나게 되는지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상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