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학원 - 장기플랜과 적성에 맞는 진학지도로 신뢰 구축

‘백년대계’

서울 강동과 송파, 광진구의 강자로 자리잡은 청산학원의 지향점이다. 교육당국과 학교교육에나 어울릴법한 백년대계란 말을 사교육기관이 주장하니 낯설기만 하다. 점수 올리기와 명문대 진학생 숫자 늘리기 이외의 교육적인 요소가 있다는 주장이다.

청산학원 중등부의 김동범이사는 “청산학원은 특목고나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보단 학생의 적성에 맞는 진학지도를 우선하고 있다”고 말한다. 성적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생활지도와 진로지도까지 모두 관리해주고 있다는 것.

특목고 진학을 원하는 부모님을 설득해 일반고에 보내기도 하고, 성적 상승 속도가 늦더라도 대학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집스럽게 제시하고 있는 이유가 학생들의 미래를 고려한 설계라는 설명이다. 다른 학원들은 흉내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엄격한 관리, '청산교도소'로 불리기도

청산학원이 학생들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세울 수 있는 이유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뢰 때문이다.

청산학원은 설립한 지 4년 만인 1995년 서울과학고 수석 등 과학고 26명, 외국어고등학교 1백28명의 합격생을 배출, 강동지역의 최강학원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사로잡았다.

중학생 대상으로 성공한 청산학원은 고등부학원을 설립,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든다. 99년에 서울대 법대 수석합격생을 배출한 데 이어 2000년부턴 3년 동안 10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것.

학부모들은 이 학원에 보내면 대입에 성공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청산학원은 강동지역을 벗어나 송파와 광진구에 분원을 만들었고, 초등부 학원, 재수종합반과 기숙학원, 북경청산어학원까지 설립했다.

초중고 학원에 재수생 학원까지 모든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된 학원그룹이 됐다. 초등학교부터 재수생까지 일관체계를 갖추고 있는 학원은 청산학원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산학원이 급신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생에 대한 철저한 관리 때문이다. 초기엔 학생들이 청산학원을 ‘청산교도소’라고 불렀다. 학원에 일단 들어오면 선생님들의 매서운 관리에 학생들이 치를 떨 정도였다.

학습량도 다른 어떤 학원보다 많았고, 학원의 지침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체벌도 가해졌다. ‘뭔가를 이루고 싶으면 시련은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고 학생들을 설득하며 강행군시켰다.

주재곤 중등부원장은 “지금은 체벌을 금지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학생들을 엄하게 지도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학생들이 도망가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라며 웃었다.

학교에서도 하지 않는 체벌을 학생들이 감내하며 청산학원을 다니고 좋은 성적으로 열매을 맺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학원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학생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청산학원의 학생지도 이념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학생들에 대한 치열하고 완강한 애정’이었다. 애정을 바탕으로 한 체벌과 엄한 지도는 학생들에게 통했다. 새벽까지 공부를 했던 초기엔 선생님들이 끝까지 남아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주었다.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아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사소한 감정변화까지도 감지해 상담을 해주는 열의는 학생들을 감동시켰다. 이런 초기의 보습학원적인 분위기는 대형학원이 된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학기 초엔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름표를 달고 다니고, 선생님들은 학생이름쓰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학원이 끝나고 선배 선생님들이 후배선생님들에게 ‘치열하고 완강한 애정’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관리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도 청산학원의 남다른 문화이다.

청산학원이 변화무쌍한 학원가에서 흔들리지 않는 아성을 쌓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성공스토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청산학원은 중학교 학생이 들어오면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연결되는 경우가 수없이 많아 성공하는 학생과 실패하는 학생 유형을 명확하게 구별해 낼 수 있다. 상중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지도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자신있게 “특목고를 가지 말아야 할 학생”이라고 학생과 학부모를 설득할 수 있는 이유다.

중학교 때엔 중위권이었던 학생이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 스토리를 들으면 학생들의 눈은 빛난다.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선배부터 현재 청산학원 선생님을 하고 있는 선배까지 학원에 애정을 가지고 후배들에게 자기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 해줄 수 있는 학원이 바로 청산학원이다.

청산학원에선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은 받지 않는다. 4주 완성, 3개월 완성이란 구호는 허구라고 말한다. 성적은 부족한 부분을 잘 파악하고 이에 알맞은 대안을 제시하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부모 간담회 모습

주 원장은 “성적은 물이 끓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며 “천천히 가열하면 어느 순간에 물이 끓는 것처럼 임계점이 지나면 성적상승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한다.

"꾸준한 성적상승'이 지향점

청산학원도 수직으로 상승하며 성공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굴곡도 있었다.

97년과 98년엔 스타강사를 영입하는 전략을 폈으나 학생들의 성적상승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원점으로 회귀했다. 환란 시기와 맞물려 경영상의 압박을 심하게 받기도 했다. 학원가의 주류 흐름을 탔다가 실패했던 셈이다.

청산학원 운영진들은 아직도 자기들은 학원가에선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라고 말한다. 학원설립 초기 다른 학원들은 모두 수능에 몰두할 때 내신위주의 전략을 폈고, 지금은 남들이 특목고 시장으로 몰리지만 특목고 위주의 입시지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

다른 학원에선 학생들의 장밋빛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산학원은 학생들의 수준을 가혹할 정도로 냉정하게 판단하는 점도 차이점이다.

학생들의 인생이 걸려있는 학습설계를 막연한 가능성에 의존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이다. 백년은 아니더라도 학생 개인의 60년 대계를 세워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목고 진학, 득실 따져봐야"
"특목고 진학은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한때 특목고를 많이 보내는 학원으로 유명했던 청산학원 중등부의 주재곤 원장은 외국어고나 과학고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이라도 특목고 진학은 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주 원장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눈앞의 특목고 진학만이 지상과제라고 생각하는 현실인식은 문제가 있다"며 "특목고 진학으로 어문계열이나 공대 등으로 인생설계를 조기에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입시제도의 흐름상 명문대에 진학하는 경로로 인식되는 특목고 진학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경우도 있다는 것. 특히 외고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목표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 원장은 말한다. 수능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내신의 불리함을 과연 논술로 만회할 수 있는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과학고는 외고에 비해 그래도 좀 나은 편이라는 분석. 카이스트 등으로 조기진학할 수 있다는 이점이 그래도 동일계 지원의 불리함을 조금 상쇄시켜준다고 말한다. 외고와 과학고를 많이 보내기로 유명했던 청산학원이 특목고 반을 일부러 축소시킨 이유다. 90년대 후반엔 한 해 특목고를 1백50명 이상 보냈지만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진 이후부터는 특목고 지원 학생들을 설득, 일반고에 진학시켰다. 그래서 현재 청산학원엔 외고반을 한 반만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청산학원도 새로운 대입제도가 시행되는 2008년 이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신이 강화되지만 논술의 변별력이 충분히 커진다면 특목고 진학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대학원이 확대되고 법과대학원이 신설되는 분위기도 특목고 진학이 유리해 질 수 있는 요인이다.




교육전문 객원기자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