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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받는 대학생, '한 수 배워' 취업 높은 벽 넘는다
동료·선배가 과외 선생님… 전공과목에서 외국어·취미 등 다양



‘경제학원론 문제풀이 도와주실 분 찾습니다. 내일 하루 시간 되시는 분 쪽지로 연락주세요. 페이는 협의해봐요.’

‘유기화학 과외 해주실 분 구합니다. 기말고사 범위를 1주일에 두 번, 주말에 가르쳐주시면 되구요. 페이는 시간당 1만5,000원~2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01x-xxxx-xxxx로 연락주세요.’

최근 각 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위와 비슷한 글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대학생들이 동료나 선배로부터 개별적으로 한 수 가르침을 받겠다는 ‘대학생 과외’를 구하는 글이다. 물론 ‘과외 받는 대학생’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또한 신규 채용을 하는 기업에서 높은 학점과 뛰어난 어학 실력, 다양한 자격증을 요구함에 따라 그 현상은 확산되는 추세다.

사교육이 대학에까지 급속히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대학생이 되면 중고교생 과외로 번 돈을 학비 마련 등에 보탰지만 지금은 자신이 과외 받는 데 그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공계 중심의 '과외 급구' 늘어

대학생 과외의 종류는 물리학, 수학, 경제학 등 전공 과목부터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자격증 취득을 위한 컴퓨터 기술 배우기까지 다양하다.

전공 과목의 경우 학점 관리를 위해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단기 ‘쪽집게 과외’를 구하는 광고가 다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다. 아예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려는 과외가 등장한 것.

서울 모대학 4학년 허모(26) 씨는 여름 계절학기를 맞아 같은 학교 화학과 학생에게 과외를 받고 있다. 문과에서 이과로 전과한 탓에 학부의 필수과목인 일반화학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가 벅차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에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담당 교수에게 어려움을 호소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스스로 노력하라”는 것뿐이었고 결국 F학점을 맞게 되었다.

재수강을 하게 된 허 씨는 “학생으로서 과외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개인 과외를 통해 수업 시간에는 알 수 없었던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초 과목 ‘과외 급구’ 목소리는 이공계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올해 입학한 06학번 대학생들은 수능 선택과목이 다양해져 기초 과목인 물리, 화학, 미적분이 포함되는 수리 ‘가’형 등을 피하는 경향이 뚜렷했던 세대라 기초 과목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더 부족한 실정이다.

그에 반해 외국어, 컴퓨터 등의 과외는 시간 취업준비용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중앙대 3학년 박모(22) 씨는 최근 인터넷으로 해외에 오랫동안 거주한 대학생을 구해 1주일에 2번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 점수보다 실제 영어 활용 능력을 중시하는 최근 취업 시장의 추세에 따라 회화 실력을 키우고 싶지만 기존 학원에서는 학생 수가 많다보니 제대로 말을 배울 기회가 적다는 생각에서다.

“평소 아르바이트로 모아뒀던 저축을 깨 과외를 받고 있다”는 박 씨는 “주머니 형편을 서로 잘 아는 처지이기 때문에 학교 밖 학원에서 1대1 영어회화 과외를 받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대학생 외국어 과외의 장점을 말했다.

그러나 주로 인터넷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엉터리 강사’가 접근해 피해를 보기도 한다.



▲ 서울시내 한 여자대학 취업게시판 앞에서 채용공고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여대생들. 취업문이 점차 좁아지면서 과외를 받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화여대 3학년 김모(22)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영어회화 과외를 위해 구한 재미동포 대학생이 과외기간을 다 채우지도 않은 채 선불금만 받고 연락도 없이 출국해버린 것.

김 씨는 “영어회화 과외를 구하는 주변의 다른 대학생들도 돈만 받고 제대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거나 처음의 소개와는 달리 형편없는 어학실력을 갖고 있는 수준미달의 대학생들에게서 피해를 입은 경험이 한두 번쯤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영어를 잘 하는 재학생이나 교환 학생을 연결시켜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족한 공부를 채우고자 하는 일부 대학생들의 열망에 개인 과외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순수 학문 연구의 전당인 캠퍼스 내에서 대학생들끼리 배움을 매개로 금전이 오가는 빗나간 행태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칫하면 학문조차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그릇된 풍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 논문 대필이 언론에 종종 보도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한 중·고등학교 때부터 과외와 학원에 단련된 요즘 대학생들은 남에게 의존하는데 익숙해져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학문을 탐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냐 라는 지적도 많다.

교육전문가들은 “과외 받는 대학생 문제는 중·고교 때는 입시 위주로 공부를 하고, 대학에 들어 와서는 취직 위주의 공부를 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순수 학문 연구보다 실용주의에 너무 치우친 기형적인 대학 문화의 산물이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엉터리' 피해 해소 위해 튜터링제 등 도입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학생들의 기초적인 학습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 방학도 잊은채 책과 씨름하는 대학생들.
/ 최흥수 기자


경희대, 고려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전남대 등에서는 전공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재학생이나 대학원생이 튜터로 학습을 지도하는 ‘튜터링 프로그램’을 진행 하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영어실력이 출중한 재학생들이 원어 강의 수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는 ‘영어 강의 튜터링’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스터디그룹 구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끼리 5명 내외의 그룹을 만들어 지원하면 학교에서 담당 교수 면담, 스터디 장소 배정 등을 주선하고 결과에 따라 포상하는 식이다. 전남대에서는 ‘공부 일촌’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대, 숙명여대, 울산대, 인천대 등에서도 스터디그룹 구성을 장려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7/03 14:40




방지현 객원기자 leina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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