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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이 본 지구촌] IBT 성적 좌우하는 '집중력'


아시아 학생들-특히 한국 학생-이 토플 점수는 높지만 정작 미국에 유학 와서는 강의실에서 꿀먹은 벙어리라 현지 대학 당국에서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래서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시험방식을 지난해부터 예전의 CBT(Computer Based Testing)에서 IBT(Internet Based Testing)로 바꿨다.

문법 부문을 없애고 말하기와 쓰기 비중을 강화하고 각 부문을 통합한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암기식이 아닌 종합적인 영어구사 능력을 평가하게 된 것.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새로운 IBT방식으로 토플시험을 치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그것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준비 미흡으로 올해 5월로 늦춰졌다가 다시 9월로 연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서 치른 CBT토플 성적으로 미국에 온 후 나는 난생 처음으로 지난주에 새로운 IBT 토플시험을 치러봤다. 지금부터 그 경험담을 전해주고자 한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테스트센터 시설 등은 많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IBT시험을 준비하는 한국학생들에게 나의 체험은 약간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시험장소는 알킨 지방. 미국 사우스캘롤라이나주 주도인 컬럼비아에서 자동차로 1시간 15분 정도 떨어진 마을이다. 일단 IBT테스트센터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건물이 너무 작아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 건물 안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고 그곳에 4대의 컴퓨터를 갖추고 있는 게 전부였다. 미국이란 나라에 비해 너무 초라할 정도로 단순해서 놀랐다.

시험은 오전 10시에 시작. 나는 오전 9시 30분께 도착했는데 다른 응시자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그냥 시험을 치르란다. 한국에서 CBT를 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시간에 맞춰 동시에 입장했는데 여기서는 선착순 입실이다.

시험 감독을 하는 흑인 아주머니에게 "저 혼자 보나요?" 하고 물었더니 다른 3명도 곧 올 거라고 말한다. 황당하다. 같은 옆자리에서 똑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면서 응시시간이 다르다니….

어쨌던 시험은 시작됐다. 먼저 읽기(Reading).

예상대로 어려웠다. 내가 별도로 공부를 하지 않은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CBT시험을 볼 때는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IBT는 달랐다. 시험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게다가 도통 시험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옆자리 응시자 때문이었다. 읽기 시험을 시작하기 전 보통 마이크 작동을 확인하는데 내 뒤에 앉은 라틴계 남자가 마이크 작동이 안 되는지 내가 읽기 시험을 치르고 있는 동안 10분이 넘도록 한 문장을 계속 반복해서 읽는 게 아닌가.

결국 20분이 지나서야 흑인 아주머니가 와서 “이런, 마이크가 고장났네” 하며 바꿔주는 것이었다. 그때 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옆에서 그렇게 20여 분이나 한 문장을 반복해서 큰 소리로 읽는 데 어느 누가 집중력을 100% 발휘해서 문제를 풀 수 있겠는가.

다음 시간은 듣기(Listening).

이것은 영어가 귀에 들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헉~”이다. 방대한 영어지문의 양에 질렸다. 일전에 시험을 친 사람들이 듣기 시험을 치르다보면 뒤로 갈수록 영어가 외계어로 들린다고 했는데 내게도 진짜로 그랬다.

앞의 문장을 기억하기도 전에 다음 지문이 이어지고, 마침내 끝에 가서는 영어가 영어로 들리지 않았다. 머리 속이 복잡하고 멍했다. 미국인들도 지문내용을 제대로 이해는 할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듣기 시험 후 10분간의 휴식. 그 시간에 뭘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셋째 시간은 말하기(Speaking).

집중할래야 할 수도 없는 그런 시간이었다. 암울했다. 난 시험을 빨리 시작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혼자 먼저 말하기 내용을 녹음해 다른 응시자들을 방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 또한 내가 쓰기 시험을 치를 때는 말하기 녹음을 해서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것은 듣기 문제가 똑같다는 사실이었다. 나중에 친 그들은 문제를 다 아는 상태서 시험을 친 격이었다. 물론 발음 등 내 말하기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그렇더라도 먼저 시험을 친 사람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쓰기(Writing).

그러나 이것은 의외로 무난했던 것 같다. 지겨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쓰다보니까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다른 응시자들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나는 시험을 마치고 희한한(?)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이번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느낀 것은 한 가지다.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옆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읽기와 말하기를 할 수 있는 정신 집중. 바로 그것을 키워야 한다.

다른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 그런데 옆사람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려진다면 모든 게 헛일이다. 그러므로 IBT 토플시험의 고득점 비결은 첫째도 집중력이고 둘째도 집중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다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거의 도를 닦는 심정으로 집중력 향상 훈련을 해야겠다.

김지희 통신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거주)



입력시간 : 2006/07/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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