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 시상 고집하다 여론의식 철회 해프닝. 사내서도 고개 갸우뚱… 건교부, 사고조사 발표 꼼수

/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은 연거푸 자충수? 관리감독기관인 건설교통부는 늑장 발표에 미적지근한 태도 일관.’

지난 6월 9일 일어난 아시아나 항공기(8942편)의 우박사고 조사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또 한차례 일어난 파문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예상보다 뒤늦게, 그리고 매우 조용하게(?)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한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고 아시아나항공도 또다시 사고기 조종사의 표창을 고집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8월 25일 이 사고를 담당한 건교부 항공ㆍ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원인이 조종사와 관제당국의 무리한 운행’이라고 발표했음에도 이 조종사에게 창사 이래 단 두 번 수여한 최고 사원상 격인 ‘웰던상’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얼마 후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 일단 시상을 보류하겠다”고 당초 입장을 수정했다. 사고 당시 조종사 시상을 서둘러 발표했다가 여론에 밀려 보류한 데 이어 똑같은 상황을 두 번이나 연출한 셈이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사고기 조종사 시상을 계속 고수하고 또 철회하는 일을 벌인 데 대해 내부에서도 일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왜 이 문제를 은폐, 호도하고 있는가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잘못한 것은 깨끗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윤리경영의 시작이다.” “사건에 대응하는 것이 아둔해 보인다.” 모두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다.

특히 시상 철회 전까지만 해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던 다른 기장들은 두 배의 포상을 받아야 이치에 맞는 거 아니냐”는 등 제법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조종사들도 있었다. 심지어 중국에서 비슷한 사고를 낸 뒤 비상착륙한 노조원 조종사에 대해 직급을 강등시킨 경우와 비교해 “노조원과 비노조원에 대한 회사측의 차별 대우로 비노조원은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무언의 암시 아니냐”, “오너의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방침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입장”, “포상을 주도한 실세의 권위는 절대적이라 의문이나 변경을 제시할 수 없는 회사의 구조” 등 온갖 억측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건교부도 조사 발표를 8월 25일, 즉 금요일 오후에 함으로써 보도 효과를 최소화시키려 계산하지 않았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항공 사고 조사라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브리핑 없이 보도자료만 슬며시 배포한 것은 기사화의 충격을 줄여보기 위한 꼼수로 증권시장에서 ‘올빼미 공시’와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건교부가 조사 결과 전체를 발표하지 않고 며칠이 지난 후 홈페이지에 게재하려 했다는 것도 여론 눈가리기용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사고조사위가 처음 발표 시점을 7월 중순으로 잡았지만 세 차례나 연기 끝에 항공사의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 직후로 결정한 것도 사실상 국민 안전보다 항공사의 이해를 배려한 시간끌기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이상기 홍보부장은 “위기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해 비상착륙에 성공한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운항승무원에 대한 시상 방침을 고려했지만 이에 반하는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다시 내부 의견을 모았다”며 “최종 조사결과에 따라 잘못된 부분은 국민에게 사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