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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서 만들어진 '가짜 영재'가 는다
"특목고 입학에 유리"인식 초등생들 영재교육원 진학 경쟁률 치열
학원서 족집게 공부로 진학… 가난한 '진짜 영재'들은 밀려나기도



영재교육원 입학이 향후 명문대 진학을 위한 하나의 코스로 인식되면서, 가짜 영재들을 양산하는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과학영재교육원의 수업모습.


“아이가 공부를 성실하게 잘 하는데, 영재교육원 입학이 가능할까요?”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이모(39) 씨는 최근 학원에서 영재교육원 대비반에 다니라는 권유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이 씨는 “아이가 모범생인 편이지만, 진짜 영재교육원 갈 정도의 실력이 되는 건지, 괜히 힘만 빼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은 영재교육원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인데 확신이 안 선다는 것이다. 이 씨는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면 나중에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가능성만 보이면 학원 대비반에서 준비를 시켜볼 것”이라고 했다.

‘영재교육’ 지망생인 아이들은 이 씨의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영재 교육을 받으면 입시에 유리하다는 막연한 사회적 인식이 영재 지망생들을 대거 양산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과학영재 교육원이 새로운 사교육을 불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영재 교육 변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빗나간 교육열이 초등학교 영재 입시 준비반까지 등장시켰다”며 이로 인해 “가짜 영재가 대량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재 교육원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학원에는 입학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으며, 학원비가 월 70~80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영재교육원 입시 대비 수험서나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쏟아지고 있다.

변 의원실은 이러한 빗나간 영재 교육 열풍이 “우수한 영재를 조기 선발하여 체계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당초 목적을 희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래 영재란 재능이 뛰어난 사람, 즉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영재교육원진흥법 제2조 제1항). 그러나 최근의 영재 교육 열풍은 잠재력을 타고난 진짜 영재가 아닌, 학원에 의한 선행 학습과 족집게 문제 풀이를 통해 영재교육원 입학 시험을 통과하는 가짜 영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서울시 교육청이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의 초등부 경쟁률은 17.3대 1. 지난해 6대 1보다 무려 3배나 껑충 뛰어올랐다. 중등부 경쟁률도 8.5대 1로 지난해(3.7대 1)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과연 이 학생들은 진짜 영재성을 보여 지원한 학생들일까?

진짜 영재성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한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이 변재일 의원실의 주장이다.

“영재교육원에 들어가기 위한 학생들에게 본인이 영재인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영재교육원 진학 자체가 특목고 진학 -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코스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고, 민족사관고 등 특목고 입시에서 ‘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특별전형에 탈락하더라도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짜 영재들에 밀려 진짜 영재들이 소외되는 기현상마저 벌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국내 영재 교육의 경우 열기가 단시간에 퍼지면서 너도나도 학원에 가고, 실제로 그렇게 준비하면 영재교육원 진학에 도움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영재는 학교 공부를 잘 한다는 것과는 다른데도, 학과 성적이 조금 저조하고(상당수 영재교육원이 선발의 1단계로 학교장 추천을 받는데 이 경우 성적이 중요 기준이 된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면 아무리 영재성이 있어도 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의 지적이다.

반면 학원에 의존하여 영재교육원 입시에 합격한 아이들은 영재교육원 진학 후에도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또 다른 문제을 부르고 있다.

“영재교육원 교육과정은 넓고 다양하게 접근하는 경험을 주는 프로그램과 심화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대부분 도움이 되지만, 깊게 들어가는 심화 프로그램의 경우 잠재력이 있어야 소화할 수 있다.”

경원대 영재교육원 김명환 교수는 이처럼 “영재 재능이 없는데 영재그룹에 속하게 해 교육을 받게 하면 정신적으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영을 못 하는 아이에게 태평양 한가운데 떨어뜨려놓고 헤엄쳐 나오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따라서 영재교육 성공의 관건은 어떻게 영재를 발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부분 영재는 타고나는 것이다. 선천적인 영재성이 없다면 후천적인 교육을 통한다 해도 진짜 영재로 길러지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가짜 영재 양산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영재 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공주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 김현섭 원장은 “영재교육은 잠재 능력을 계발하고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자세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라며 “상급 학급 진학 대비를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풍토를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혹시 내 아이도?"… 영재 판별법

영재 교육의 성공 요건 중 가장 일차적인 것은 진짜 영재를 발굴하는 것에 있다. 영재로 태어나더라도 계발되지 않으면 그 능력은 사장되며, 선천적인 영재성이 없다면 후천적인 교육을 받는다 해도 영재로 키워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영재성의 발견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영재는 흔히 부모들이 혼동하기 쉬운 ‘공부 잘 하는 아이’와도 구별된다.




입력시간 : 2006/12/04 15:07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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