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에 넘치는 '당근'제시?… 일부선 "지나친 퍼주기" 비판

“우리 경제 사정도 안 좋은데 외국인 손님들에게 접대가 너무 후한 게 아니냐.”

“치열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대회 유치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대구시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일견 ‘퍼주기'식 제안을 펼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대회 개최의 실익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수익이나 효과에 비해 대회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지난 3월 27일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회 최종 프리젠테이션(PT)에서 파격적인 제안들을 제시했다. ▲대회 종료 후 3일간 선수 및 임원 숙박 식사 무료 제공 ▲미디어 관계자에게 하루 100달러의 실비 및 숙식 제공 ▲대회 3주 전부터 훈련장 무료 이용 ▲IAAF 육상학교 프로그램에 150만 달러 기부 ▲한국 육상발전을 위해 육상사관학교에 종자돈 300만 달러 우선 투자 ▲국제육상아카데미 개설 및 교육 비용 부담 등이 주요 내용들이다.

유치 신청 도시 가운데 마지막으로 PT를 하면서 파격적으로 내놓은 대구시의 이들 '히든 카드' 제안은 다른 경쟁 도시들을 제치고 대회를 유치하는 데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하계 올림픽, 월드컵 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빅 이벤트로 불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우리나라에서도 개최할 수 있게 된 것은 온국민이 박수칠 만한 국가경사다.

하지만 대구시가 내놓은 이들 제안은 ‘너무 지나치리만큼 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록 큰 목소리는 아니지만 ‘대구시가 대회 유치를 지나치게 의식해 대회 개최를 통한 실익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소요되는 제안을 했을 수도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

실제 대구시의 제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파격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일례로 대회 종료 후 3일간 선수 및 임원들에게 숙박 및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구상은 국내외를 통틀어 여느 스포츠 대회에서도 전례를 찾아 보기 힘든 당근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스포츠 대회나 행사에서 이만한 혜택은 대회 관계자나 VIP 요인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관행이다. 웬만한 스포츠 대회의 경우 마지막 결승 경기나 폐회식이 끝나면 거의 모든 지원이 끊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통이나 통신 등 부대시설이나 지원까지도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곧바로 종결된다.

‘손님을 귀하게 맞이한다’는 한국인의 전통 미덕을 감안하면 한편 수긍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대회 기간 중 선수 2,500여 명에 임원들만도 1,000여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에게 3일간 숙식이 무료로 제공된다면 그 금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모두 대회를 주최하는 우리의 부담이다. 결국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든, 국민 세금을 갖다 쓰든 돈을 끌어와야 한다는 얘기다.

또 ‘미디어 관계자에게 하루 100달러 실비 및 숙식 제공’ 제안도 파격적이다.

초기엔 이들에게 하루 100달러가 돈으로 지불되는지, 아니면 숙식비 등에 보전되는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결국 ‘미디어 관계자에게 하루 100달러의 실비에 숙식 제공’으로 밝혀졌다. 대구시의 대회유치단도 뒤늦게 ‘An exceptional amount of $100 will be charged in the media village for 24 hour service of full board & meal’이라는 제안서 원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 물가와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미디어촌 숙박 기자에게 숙박과 3식을 하루 100달러씩에 제공한다는 것은 커다란 혜택임에 분명하다.

국내 기자들이 해외 주요 대도시에서 열리는 대회에 가더라도 하루 100달러에 호텔 숙박과 식사까지 지원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점과 대비된다. 우리는 해외에서 낼 돈을 다 내는데 외국인 기자들은 그렇지 않다면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또 선수들이 대회 3주 전부터 훈련장을 무료로 이용케 한 것도 ‘대접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선수들이 해외 대회에 나가 연습을 하기 위해 경기장이나 시설을 빌릴 경우 대부분 돈을 내고 사용한다. 이밖에 IAAF 육상학교 프로그램에 150만 달러를 기부하고 국제육상아카데미 개설 및 교육 비용을 부담하는 것 등도 향후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사안들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대회유치단 측은 “함께 경쟁했던 모스크바, 바르셀로나 등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도시인데 반해 세계 무대에서 대구는 워낙 무명이다시피해 파격적인 지원책들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대구시는 전례에 비춰 볼 때 부담이 크다는 점 또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당장에 들어가는 투자금과 비용은 적지 않지만 대회를 통한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유치단의 최영호 사무관은 “대구시를 세계에 알리고 그럼으로써 투자나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앞으로 파생적인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번에 대회 유치로 생산유발효과 3,500억원, 부가가치 창출효과 1,500억원 등 5,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무형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시민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그럼 하지 말란 말이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단 따놓고 봐야죠” “대구로서는 손해본 거 없지”라는 옹호론부터 “거의 미쳤다고 봐야겠지?” “국민 세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등 반대론까지 나온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대회 유치 못지않게 ‘이제 우리도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실제 외국 도시들은 대회 유치를 통해 호텔 숙박이나 식사, 쇼핑, 교통 등으로 지역 주민들이 얻는 소득을 크게 기대한다. 이를 포기하고 ‘그저 미래의 투자 가치’만 기대한다는 것은 자칫 뜬 구름 잡는 격의 베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굵직한 각종 스포츠 대회를 유치할 때마다 외국인 손님들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퍼주는’ 그간의 관행에 이제는 제동이 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처음 외국인 손님을 맞이 할 때에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제는 엄연히 국제 사회에서 당당히 경쟁하면 되지 관례를 벗어난 지나친 대접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일 프로야구 대회의 경우 고작 며칠간 취재진을 위한 인터넷 전화 통신 회선과 시설을 설치해 주는 대가로 언론사당 1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청구해왔다는 것은 새삼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 스포츠계 관계자는 “대회 축제 무드에 들떠 실익을 챙기는 데 소홀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경제적 득실을 따져볼 만한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며 “대회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인천 아시안게임, 여수 세계박람회에서도 대구와 같은 관행이 답습될 지 지켜봐야 한다”고 일침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