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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20대가 늙어간다] 20대의 반란 "난 보수가 좋아"
대선 출구조사 58%가 MB·이회창 찍어… '총선 때 보수정당 찍겠다' 전 연령대 중 1위
"안정이 최우선" 공무원·교사·공기업 직원이 선호 직업
민주화 이후 자란 세대, 취업난 등으로 정치이념 퇴색



이명박 당선인의 팬클럽 MB연대. MB연대 구성원의 30%는 20대다.


미술학원 강사 L씨(28)는 남자친구와 데이트 장소로 ‘산’을 꼽는다. 한 달에 두세 번 가까운 교외로 차를 타고 나가 등산을 한 후 토종오리나 닭백숙으로 몸 보양을 즐긴다.

배우자감으로는 돈 많고 직업 좋은 사람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공무원을 선호한다. 얼마 전 끝난 17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를 찍었다. L씨는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이긴 하지만 정통 보수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L씨의 친구들은 이회창, 이명박 후보를 반반씩 선택했다.

L씨와 같이 보수성향의 20대가 늘고 있다.

정치 이념은 물론 생활방식과 경제관념, 선호 직업도 ‘윗세대’인 386세대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다. 2년여 전에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는 20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가정’이란 답변이 51.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건강이 34.2%로 2위였다. 30~40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친구’와 ‘국가’를 주요 가치로 정한 20대는 각각 6.7%, 2.4%에 불과했다.

■ 이회창 투표율은 20대가 1위

20대의 보수 성향은 17대 대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12월 19일 SBS와 TNS코리아의 출구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20대는 이명박 후보에게 42.5%, 이회창 후보에게 15.7%의 표를 던져 총 58.2%가 보수화 성향으로 돌아섰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투표율은 30대를 앞섰고 특히 이회창 후보 투표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표 참조)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결과로 20대의 투표성향이 보수로 이동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 사교육비로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한 40대의 투표성향을 비교 분석해야 정확한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질문’으로 들어가면 20대의 보수 성향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해 12월 리서치 앤 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20대의 50.3%가 한나라당을 지지해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율 9.3%를 크게 앞섰다.

이는 30대(한나라당 지지 43.1%, 통합신당 지지 14.5%)보다는 40, 50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11월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오늘이 총선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습니까?’란 질문에 20대의 한나라당 투표율은 43.9%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30대의 31.3%, 40대 41.3%, 50대 이상 37.3%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대답했다. 이회창 후보의 자유신당을 선택한 세대도 20대가 8.9%로 가장 높다. 자유신당의 지지율은 30대 3.0%, 40대 5.3%, 50대 이상 6.2%였다.

지난 해 10월 차기 대통령에 관한 조사에서는 20대의 61.7%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능력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겠다고 대답했다. 반면 30대의 58.8%, 40대의 60.9%, 50대 이상 57.7%만이 같은 대답을 했다. 대통령 선택기준에서 ‘능력’을 ‘도덕성’보다 우위에 두고 있는 것 역시 20대의 보수화 성향을 시사한다.

2002년 대선에서 20~30대 진보진영이 온-오프라인 선거운동 등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면 2007년 대선에서는 20대 보수진영이 진보에 맞서 방어전에 나선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팬클럽인 MB연대의 20~30대 회원은 전체 14만 명중 30%를 차지한다. 이명박 당선인의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20대가 22.7%로 30대 21.1%보다 높다.



■ 안정적인 공무원이 최고

20대의 보수화는 경제 분야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20대가 선호하는 직장은 공무원과 교사, 공기업 직원과 같은 안정직이다. 지난해 4월 30일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 조사에서 20대 직장인의 선호직업은 ‘공무원과 교사’가 37.9%로 가장 많았다.

‘전문직’이라는 응답이 27.6%로 2위에 올랐고 ‘일반 회사원’은 25.5%, ‘프리랜서’ 4.7%, ‘개인사업 및 자영업’ 4.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배우자 직업 선호도에 대해서는 남성은 ‘공무원ㆍ교사’(48.0%), ‘일반 회사원’(21.5%), ‘전문직 종사자’(18.2%), 여성은 ‘전문직 종사자’(47.6%), ‘공무원ㆍ교사’(22.3%), ‘일반회사원’(20.0%) 등의 순으로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30대 직업의식 조사에서 20대는 직업의 가치로 경제적 안정(59.4%)을 자아실현(31.9%)과 사회참여(6.7%)보다 높게 생각했다.

공무원과 교사, 공기업에 대한 인기는 곧 ‘취업입시’로 이어진다. 대기업에 근무를 하면서도 공기업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주경야독’ 형이 있는가 하면 기업에 1,2년 근무하면서 월급을 모은 후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노량진 고시원을 등록하는 ‘올인’ 형까지 다양하다.

지난 해 12월 31일로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공기업 입사시험 도전에 나선 정 모(27)씨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대기업 직원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공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D그룹에 다니는 양 모(28)씨는 재작년 입사한 이후 2년 째 한국은행 취업을 준비 중이다. 이미 대학시절 공기업 입사관련 수업을 모두 수강한 터라 지금은 주말 스터디만 하고 있는 양 씨는 “만약 올해도 낙방할 경우 경력을 쌓아 미국 MBA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기업의 평균 입사경쟁률이 42대 1을 기록했으며 최고 296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공기업까지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3월 연봉검색사이트 페이오픈이 직장인 1,1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대는 ‘높은 연봉’과 ‘우수한 복리 후생제도’를 일하고 싶은 기업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아 ‘적성에 맞는 업무’를 일하고 싶은 기업 조건 1위로 꼽은 40대(40.94%)와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여러 조사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지금의 20대는 정치적으로 진보와 혁신보다는 ‘보수’ 성향이 강하고, 경제적으로는 도전과 성취보다는 ‘안정과 실용’을 희망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취업 후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직 등 생활안전판을 만들기 위해 추가 학위취득과 어학점수 관리에 철저한 세대가 오늘의 20대인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 20대가 태어나고 자라난 시대환경을 지적한다.

현재의 20대는 민주화 이후 자라난 세대이어서 정치 이념이 많이 퇴색된 반면 입시와 취업난, 주택 문제 등 경제적인 긴장과 불안을 보면서 커왔기 때문에 유신세대나 386세대의 가치관과 다른 것이 당연하다는 평가다. 386세대를 지배한 정치적 이상주의의 실패가 드러남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따른다.

성공회대 우석훈 외래 교수는 <88만원 세대>란 저서에서 “현재의 20대는 세대 간 경쟁에 편입돼 성실히 살기를 강요 받은 세대”라고 분석했다. 단군 이래 최대 학력을 갖춘 세대이지만 취업난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평론가 홍세화 씨는 20대의 보수 성향에 대해 ‘사회적 상황’을 이유로 제시했다. “유신세대와 386세대는 자유, 저항, 낭만의 젊은 시절을 보낸 뒤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오늘의 20대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386세대가 억압의 상황에서 젊은 시절 정치적 동물이 되었다가 경제 동물로 변신했고, 외환위기가 이를 합리화하도록 작용했다면, 오늘의 20대는 애당초 경제 동물이 되기를 강요 받은 존재”라고 분석했다.

■ "건강이 최고" 웰빙상품 주요고객은 20대
한방화장품·차음료 최대 고객 '우뚝'… 건강기능식품 구매 1년사이 두배로





최근의 20대는 웰빙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점도 이전세대와의 차이를 갖는다. 40,50대 전유물로 알려진 한방제품의 히트나 건강음료인 차(茶) 시장을 20대가 평정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20대 여성들에게는 ‘퓨전한방 화장품’이 인기다. 지난 해 더페이스샵코리아의 한방화장품 ‘수향진’은 상반기에만 약 25만 개(약 30억 원 어치)가 팔렸다.

소망화장품의 경우도 한방화장품 주 고객층이 30∼40대가 아닌 20대다. 소망화장품의 한방제품은 고가품인 ‘다나한 수’와 20대를 대상으로 한 ‘다나한 영’.

소망화장품 관계자는 “20대 타깃의 ‘다나한 영’ 매출액이 30∼40대 대상인 ‘다나한 수’의 약 두 배”라고 밝혔다. 소망화장품은 지난 12월 말께 20대 대상의 미백 한방 화장품 ‘다나한 설’을 추가 출시했다.

한방화장품 전문업체인 정산생명공학은 20대 타깃의 ‘백옥생 퓨어스노이’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회사측은 “3년 전만 해도 ‘백옥생 퓨어스노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엔 152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의 3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0대에서 한약재를 함유한 ‘메디푸드’(건강 기능식품)를 찾는 경향도 늘고 있다. 온라인마켓 옥션에서는 각종 한방재료를 찾는 20대 여성이 2006년 6%에서 2007년에는 2배 이상인 15%로 증가했다.

옥션에서 율무가루, 오미자 등을 판매하고 있는 ‘산하고’의 유장민 사장은 “가장 인기 있는 재료는 단연 감초”라며 “차로 끓여 마시는 것은 물론 감초 넣어 끓인 물로 세안하면 피부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인터넷 입소문을 타면서 20대 여성들의 구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국장가루, 양파즙 등도 20대에게 인기다. 한약 재료에 대한 인기 덕분에 약탕기도 하루에 2백여 대씩 팔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신장한 것이다.

옥션의 식품CM 고현실 과장은 “외모와 함께 건강을 중시하는 20대 직장인들의 메디푸드에 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가격도 저렴하면서 먹기에도 간편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메디푸드’를 찾는 이들은 더 증가할 것”라고 말했다.

2006년과 2007년 음료업계를 강타한 녹차, 혼합차 시장 역시 20대가 타깃이었다. 2001년 녹차음료 ‘차우린’을 출시했던 롯데칠성측은 당시 “커피와 탄산음료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20대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차를 출시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2006년 혼합차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남양유업 ‘17차’의 콘셉트는 ‘20대 여성들이 들고 다니며 마시는 다이어트 음료’였다. 혼합차 시장은 2007년 990억 원, 2006년 2,000억 원대 시장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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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1/22 14:53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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