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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최지영, 미술계를 매혹하는 '욕망의 붓'
[문화계 앙팡테리블] (10)
GanaNowArt 수상·금호 영아티스트 선정과 두차례 개인전으로 주목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우아한 곡선과 희끄무레한 빛으로 그려진 샹들리에와 욕조, 로코코풍 침대와 찻잔… 최지영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은 그 사물들의 몽롱한 질감이다.

순정만화를 읽던 시절에 한번쯤 꿈꾸어 본 아름다운 삶의 형상과, 그런 삶에 대한 욕망이 제법 어른이 된 우리 안에 꼭 저렇게 남아 있다.

저 사물들의 본질은 환영(illusion)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작동하는 매혹의 메커니즘은 실재(the real)다. 평론가 강수미는 최지영의 그림에 대해 "스스로를 화면 위로 내세우는 성스럽고 유혹적인 주인공-사물들이 우리를 욕망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욕망은 단지 소유욕이 아니다. 의식이 억압하고 있는 쾌락 충동을 좇고자 하는 욕망에 가깝다.

그래서 최지영의 그림 앞에서는 어쩐지 무기력해진다. 이 그림이 추동하는 묵직한 감정이 단지 저 샹들리에와 욕조, 로코코풍 침대와 찻잔을 가짐으로써 해소될 수 있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이 표상들은 겨우 우리 욕망의 그림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겨우 이런 사물들에 기대어 아름다움을 꿈꾼다.

순수한 탐미의 순간이 이런 것일까. 아름다움을 보고 마음이 들끓되 또 그 아름다움의 한계에 먹먹하고 그래서 어느새 안타깝게 제 은밀한 욕망에 젖어 드는 순간, 최지영의 그림 앞에 서 있는 순간 말이다.

"결핍에서 시작됐죠." 최지영이 이 그림들을 그린 동력은 사적 공간에 대한 갈망이었다. 대구에서 와 내내 하숙집 생활을 했던 대학교, 대학원 재학 시절의 서울살이 경험도 녹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욕망이 "이글이글하게" 드러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차분하고 단정한 몇 가지 색만을 쓴 것은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 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의도가 보는 사람이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사적이기에 풍요로운 그의 작품 세계는 미술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지영은 2007년 가나아트갤러리가 주관한 GanaNowArt를 수상한 데 이어 금호미술관의 제5회 금호 영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작년 '연출된 장면' '2Nd 연출된 장면'이라는 타이틀로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는 가나아트갤러리의 '장흥 제2 아뜰리에'에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최지영에게 좀처럼 사적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던 서울을 떠나 장흥의 툭 트인 작업실로 갔다니 그의 결핍도, 욕망도 좀 누그러들지 않았을까.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니 좀 편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자유롭지는 않아요. 함께 입주한 작가들을 보면서 '성실함'이 예술가의 기본 요건임을 배웁니다."

두 차례의 개인전은 최지영에게 이름에 대한 책임감으로 남았다. 다음 전시에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이런 엄격함이 무겁거나 폐쇄적인 풍경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다음에는 '연약한 색'을 쓰고 싶어요. 벨기에 작가 뤽 튀망의 작품을 보면 공기가 들락날락하는 여백이 느껴지는데 저도 그런 '여유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를 예술가이게 하는 결핍과 욕망은 이렇게 단련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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