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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에 갇힌 아이들의 비명이 들려요"
[문화계 앙팡테리블] (22) 사진작가 인효진
'오감도' 'High School Lovers' 연작 통해 연민의 감정 표현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제 딸도 고등학생인데...연출하신 건가요, 실제인가요?”

지난 봄 서울 성곡미술관 ‘불안정한 질서’ 전을 찾은 ‘엄마’들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인효진 작가에게 물었다. 고등학생 연인들을 찍은 ‘High School Lovers’ 연작을 보고 나서였다. 단지 소재가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구도나 포즈만 따지자면 ‘그들도 우리처럼’ 수준이다.

연인들이 손을 잡고 팔을 끼고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모습이야 거리에서도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교복 차림의 아이들이 그것을 재현하자 거기에는 강하고 묘한 기운이 요동한다. 아이들 몸에 충천한 성적 에너지와 욕망 때문이다. 그들을 보는 시선은 과장도 강조도 아니다. 단지 솔직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겨우 이 정도에도 이렇게 놀란다. 얼마나 외면해 왔다는 뜻인가.

인효진 작가가 이렇게 용감하게 ‘보는’ 이유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질서와 체제를 싫어하기 때문”이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마저 불온하고 위험한 것으로 치부되는 이 연인들에 반항의 코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작가노트’ 중) 자신의 여고생 시절을 투영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기 때문이다.

‘High School Lovers’의 전작인 ‘오감도’에는 이런 작가의 관심이 좀 더 역력히 담겼다. 이상의 시 ‘오감도’의 “답답한 언어”에서 “제도 속에 갇힌 아이들”의 비명을 들은 것이 기원이었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배경에 처한 여고생들의 사진이 다닥다닥 배열되어 있다.

아니 ‘여고생들’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는 푸른 샌들을 신었고, 어떤 이는 가발을 썼으며, 어떤 이는 망사 스타킹을 신었고, 어떤 이는 담배를 들었다. 저 티끌 같은 차이 혹은 욕망을 들보처럼 봐달라고, 작가는 이 작품을 무려 60X400cm의 크기로 출력해 내걸었다.

이 아이들의 사랑하고 싶은 욕망, 구분되고 싶은 욕망은 온전히 자신이 되고, 또 온전히 자신으로 인정받기 원하는 원초적인 욕망일 것이다. 이 불온하고 위험한 욕망이 제도와 타협하면 어떤 모양이 나올까? 작가는 ‘출장마사지 카드’에서 답을 찾았다. 이 손바닥만한 카드들은 성적 욕망의 판타지의 전시장이다.

“빨간 바탕에 하얀 말이 그려져 있는 카드가 있어요. 노란 글씨로 ‘백마를 타러 가자’고 써있죠. 백인 여성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욕망을 너무나도 간결하게, 강렬하게 표현한 거에요.”

작가는 카드가 뿌려지는 정황에서 욕망을 포섭하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포착하기도 한다. 이런 카드는 주로 큰 외제차에, 같은 종류로 여러 장 나란히 꽂힌다.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열혈남아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다.

작가가 2003년부터 모아온 카드들을 전시장 벽면에 가득 배열했다. 카드 속 여자들은 이 질서 속에서 한낱 진부한 기호로 전락하는 동시에, 이 질서와 더불어 관객의 욕망을 깨우는 힘을 갖는다. 작가는 그중 몇 장을 골라 확대해 ‘Private Collection’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이렇게 ‘인간’을 묻는다. 그들은, 우리는, 욕망한다 고로...존재하나? 인효진은 올해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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