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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는 남을 기쁘게 해주는 직업"
가든플레이스 총지배인 김용희 씨
한국 소믈리에 대회1위… 11월 국제대회 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파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 갔을 때 어떤 소믈리에(Sommelier·와인을 전문적으로 서비스 하는 사람)를 만나느냐에 따라 행운이 바뀔 수 있다. 그날 마시는 와인이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 본인과 모임의 취향과 성격에 맞는지,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지 등을 좌우하는 것이 소믈리에이기 때문이다.

소믈리에의 역할은 베스트셀러 만화 <신의 물방울>로 인해 부쩍 관심을 끌게 됐고, 젊은이들 사이에선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얼마 전, 한국 소믈리에의 최강자를 뽑는 '제8회 한국소믈리에 대회'가 열렸다.

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 농수산부가 주최하고,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SOPEXA·소펙사)가 주관하는 이 대회에서 올해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소믈리에는 김용희(가든플레이스 총지배인)씨다.

그에게 왜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로 뽑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인 것 같다"고 답했다.

● 소믈리에는 오직 고객을 만족시키는 사람

그는 "흔히 생각하듯 와인에 대한 지식이 탁월하다고 훌륭한 소믈리에가 아니다. 이론은 기본이고, 좋은 서비스로 손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믈리에가 인기 직업으로 뜨면서 환상을 품고 입사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청소를 하고,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며 굉장히 당혹스러워하더군요. 소믈리에는 단순히 와인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거나 화려한 언변으로 승부하는 직업이 아니에요. 직업관이 제대로 서있지 않으면 끝까지 하기 어려운 직업이지요."

어떤 서비스가 고객을 가장 만족시킬까.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해요. 와인을 잘 모르는 손님이 와서도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이 그 중 하나죠. 예를 들어, 손님들 중엔 드라이하면서 살짝 단맛이 나는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와인은 세상에 없어요. 하지만 소믈리에 경험이 쌓이면서 이런 경우 손님이 원하는 와인은 칠레나 호주산 와인처럼 약간 탄닌이 있으면서 진한 맛을 내는 와인이라는 감을 잡을 수 있지요. 손님이 틀린 말을 한다고 따져서 가르치기보다는 알아서 손님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감각이 필요해요."

그날 먹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와인을 골라주는 것이다.

"벤츠를 몰고 왔다고 무조건 비싼 와인을 추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외모를 보고 손님을 판단하는 건 금물이고요. 손님에게 반드시 예산을 물어보는 것이 매너입니다. 그런 다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와인을 추천하는 것이 진정한 소믈리에가 할 일이지요."

<신의 물방울>에서 소믈리에의 힘은 놀라웠다. 소믈리에가 추천한 와인 한 잔으로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

이 만화를 6권까지 읽어 봤고, 만화의 저자를 한국에서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는 김 씨는 "와인에 대한 해석은 개인 차가 크기 때문에 잘못하면 큰일나는 일"이라며 웃는다.

● 한번에 50~100종류의 와인 시음

그는 10여 년 전, 재즈 기타리스트로 일하던 와인바 '쉐조이' 안준범 사장의 권유로 와인을 시작하게 됐다. 현장에서 와인을 서빙하며, 안 사장으로부터 틈틈이 와인을 배운 그는 2005년부터 소펙사 대회에 출전해 계속 결선에 진출했고, 다섯 차례의 도전 끝에 1등의 자리에 올랐다.

"제 경우엔 타고난 와인 감식가는 아닌 것 같고요. 주류박람회와 각종 와인 시음회를 찾아다니며, 와인을 많이 마신 게 밑천이 되었어요. 해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와이너리를 찾아 다니고 있고요. 한번에 50에서 100종류의 와인을 시음해 보죠."

출전자들이 와인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꼽는 것이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눈을 감고 시음한 후 그 와인에 대해 알아 맞추는 시험)이다.

그는 "세계 와인대회 우승자에게 어떻게 하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무조건 많이 마셔보는 게 답이라고 했다"며 경륜을 강조했다.

2년 전, 그는 담배도 끊었다. 흡연이 후각을 둔하게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소믈리에는 남을 기쁘게 해주는 직업으로 하면 할수록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고비도 있었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털어놨다.

"한번은 모 기업 CEO가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와인을 주문하셨어요. 촛불을 켜고, 정식으로 디캔팅(decanting·병에 담긴 와인을 유리병에 따르는 것)을 했지요. 디캔팅할 때 찌꺼기는 따르지 않고 병에 남겨 놓는데, 이를 불쾌하게 여긴 고객이 주인을 부르더니 "소믈리에가 와인을 마시려고 다 따르지 않았으니 내가 보는 앞에서 다 따르게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럴 땐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 건지 회의도 들었지요."

그는 오는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국제 소믈리에 대회에도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이제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믈리에를 꿈꾼다. 세계적인 소믈리에가 되어 우리나라에 와인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고 우리의 술과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데 일역을 담당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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