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 IT문화원 원장'모바일 혁명이…' 출간 유통사서 대중으로 주도권 넘어갈 것 예측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문화콘텐츠의 유통사 파워가 힘을 잃게 된거죠."

1일 <모바일 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를 펴낸 김중태 IT문화원 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아이폰의 등장으로 차세대 모바일 디바이스의 유형이 명확해졌다고 얘기한다. 문화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이 유통업자에서 대중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최신의 모바일 혁명으로 인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창하는 그지만, 개량한복을 입고 있다. 둥글둥글한 인상에 달변이다. 사실, 김 원장은 1990년대에 PC통신에 시를 발표한 최초의 디지털 시인이다. 우리 글꼴 보급과 IT용어 순화에 앞장선 국문학도 출신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모바일 혁명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꿀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갖고 이미 시작됐다"며 "문화예술분야에서는 유통사의 힘을 축소시키고, 오픈마켓에서 CCL(Create Common License; 공공재 라이선스)이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다시 중요한 것은 콘텐츠 자체의 질"이라고 요약했다.

"거대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뒤늦게 변화하면 그만큼 시장에서 쳐지는 겁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을 감지하고도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게 답답한거죠."

김 원장은 실패사례와 성공사례 모두를 제시한다. 김 원장은 책에서 KT가 인터넷전화로 패러다임이 변했는데도,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만 보이다 인터넷 전화 1위 자리를 LG데이콤에 넘겨준 것을 지적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아이폰 출시와 거의 동시에 전용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했다.

역설의 사례도 있다. KT는 아이폰과의 제휴로 하루에 1만여 명꼴로 이통통신 가입자를 SK텔레콤으로부터 넘겨받고 있다. SKT는 와이파이(Wi-Fi•근거리 무선통신망)를 개방한 서비스를 삼성(옴니아2)과 출시하며 뒤늦은 안깐힘을 쓰고 있다.

반면, LG텔레콤은 불과 몇달 뒤를 내다보지 못하고 자체 무선통신망(OZ)을 개방했을 뿐, 국내용 제품에는 와이파이를 넣지 않은 모델(뉴 초콜릿폰)을 출시했다 위기에 처해있다.

문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먼저 투자하느냐다. 김 원장은 "오프라인 은행과 인터넷뱅킹에서 은행의 신뢰도 차이가 이를 증명한다"며 "주류가 될 시장을 읽고 먼저 진출한 브랜드는 기존시장 고수들의 브랜드 파워를 앞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콘텐츠 공짜경제 시대로"

"스마트 폰의 콘텐츠 유통은 오픈마켓이 이끕니다. 누구나 문화예술 콘텐츠를 쉽게 올리고 유통시키는 공짜경제의 시대가 가속화 하는 것이죠."

그는 모바일 혁명은 문화예술 콘텐츠 유통에 있어서 주가 되는 힘을 소수의 이통사에서 콘텐츠제작자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예측한다. 와이파이를 적용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는 누구나 오픈 마켓에 자신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이용자가 스스로의 선택으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하드웨어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통사가 휘두르던 막강한 영향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아이폰을 통한 콘텐츠 유통 방식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으며 수익의 70% 이상을 창작자들이 가져간다. 국내 이통사에서 음원을 구입할 경우 창작자에게 지급되는 저작권료는 5% 수준이다.

김 원장은 개인 다운로더에게 무료 제공되는 CCL의 대중화도 예상한다. 나인 인치 네일(NIN)은 작년 '고스트 I-IV'(Ghosts I-IV)에 CCL을 붙여 무료 공개해 2008년 아마존 베스트 앨범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유료 앨범 판매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크리스 앤더슨의 책 <프리>도 아마존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공짜경제 시대라는 통찰의 당위성을 지적 대중이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콘텐츠의 질로 승부해야"

"소스만 좋으면 멀티유즈가 더 활발히 일어나게 될 겁니다. 소비자와 예술가가 바로 만날 수 있게 되는 만큼 콘텐츠 자체에 더 집중해 열심히 만들면 되는 것이죠."

모바일 혁명은 문화예술 콘텐츠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다시 그 자체의 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작품 자체의 창의성과 독창성만 있으면 이를 유통할 통로는 모바일을 통해 좀더 넓은 범위로 확대된다.

음원과 공연 동영상, UCC, 전자책, 게임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의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되는 것은 당연지사. 가수 배철수가 음반을 내는 조건으로 1년 내내 공연을 하고도 공연비를 한푼도 받지 못했던 시대와는 판이하다.

콘텐츠가 모바일로 보다 작은 화면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만 염두에 둔다면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 외에 더 집중해야 할 환경은 적어진다. 반젠노블의 전자책 '누크'의 주문량 폭증도 주목할만 하다.

김 원장은 자신의 IT문화원(www.dal.kr)에 한국의 IT 100년사와 사진자료를 정리해 사이버 박물관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다. IT용어사전을 만들어 모바일 혁명의 시대에 국가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생각이다.

"모바일 문화의 변화는 모바일 경제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시대를 준비한 코닥의성공과 그렇지 못했던 아그파의 실패에서 배워야 합니다."

김중태 원장은 …
IT문화원(www.dal.kr) 원장. 본지 '김중태의 인터넷 세상 읽기' 연재.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이슈리포트 편집위원, 지역정보개발원 편집위원, 네이버뉴스 이용자위 전문위원.

전 IT포럼 자문위원,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자문위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자문위원. 최초의 신문 IT칼럼니스트, 디지털 시인, PC통신 한글운동 동아리 운영.

IT문화 및 비즈니스•창업•취업 강의 다수. 전 마이윙 기획담당 이사, 아망씨 대표. <대한민국 IT史100> <창업력> <인터넷 웹 2.0의 날개를 달다> <블로그 교과서> <웹 2.0시대의 기회, 시맨틱웹> 등 저술.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