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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기차를 타고…

한국부라스 조성원 대표
국내 최대 모형기차 제작사 미술지원 활발, '투명도시' 작품 코레일 기증
지난 3월 6일 코레일공항철도 인천국제공항역에서는 이색적인 미술 퍼포먼스가 있었다.

개성있는 현대미술 전시로 유명한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대표 이명진)가 모형기차 작품 'Transparent City(투명도시)'를 코레일공항철도(대표 하승열)에 전달하는 기증식을 가진 것.

작품은 팝아티스트 김태중, 포토그래퍼 윤현선 작가의 공동작으로 플라스틱 그릇과 아크릴, LED 등 일상적인 용품을 사용한 오브제 기법으로 제작됐다. 가로 3m, 세로 2m 규모의 구조물 주변은 레일이 깔려 모형기차가 순환하며 기적도 울린다.

이명진 대표는 "레일 안쪽 추상적 형태의 구조물은 현대 도시의 이미지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변형시킨 가상의 도시를 뜻하는데, 주변을 도는 모형기차와 어울려 예술과 산업의 직접적이고 유기적인 소통을 통한 지속적인 교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작품 '투명도시' 를 접하고 나름의 상상력과 함께 호기심을 갖게 한 특별한 역을 기억할 것이다. 모형기차가 모티프가 돼 예술작품이 탄생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게 된 셈이다.

그 '투명도시'는 갤러리에서 먼저 선보였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열린 'LOCO-motive engineer'전(2009.12.23~2010.1.10)에서다. 전시에는 김태중, 윤현선 각가 외에 김소연 작가의 작품이 호흡을 맞췄다. 자동차 마니아이기도 한 김태중은 일상의 플라스틱 소재와 LED 조명을 활용해 '투명도시'를 창작했고, 윤현선은 기차역을 소재로 한 사진작품을 내놨다. 김소연은 기차로 꾸며진 디오라마에서 어린 아이가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처럼 세상을 내려다 보는 듯한 작품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갤러리 전시와 코레일공항철도 작품 기증 및 전시에는 국내 최대 모형기차 제작사인 한국부라스(대표 조성원)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LOCO-motive engineer'전이 기차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꾸며졌고, 작품을 기증한 데는 조성원 대표의 뜻이 반영됐다.

그에게 '예술관'을 물으니 기차를 생산하는 것과 예술을 창조하는 것이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고 했다. "기차를 제조하면서 기차가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의 혼, 장인의 혼이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기차 소리만해도 미국인이, 유럽인이 즐겨하는 음색을 알아야 하고 이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해야 됩니다. 산업이나 예술이나 조금이라도 미흡하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40년 가까이 모형기차에 전력해 온 그가 예술, 그중에 미술과 손을 잡은 배경이 궁금했다. 조 대표는 자신이 모형기차 전문가로 성장한 과정을 설명하며 미래를 위해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조 대표가 모형기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4년 구로공단의 모형기차 제작업체에 들어가면서다. 그리고 10년 뒤인 84년 독립해 모형기차 부품을 생산했고, 97년 IMF 위기 때 완제품 생산에 도전, 이듬해 미국 최대 모형기차 업체인 라이오넬(LIONEL)사를 찾아가 한 달여간의 설득 끝에 라이오넬 본사에서 100만달러 상당 모형기차 5000대의 주문 계약을 맺었다. 이후 라이오넬사는 대금을 선불로 지급하며 한국부라스와 거래해 왔다.

  • 코레일공항철도 인천국제공항역에 있는 모형기차를 소재로 한 작품 'Transparent City(투명도시)'
한국부라스는 2003년 1000만달러 수출의 탑 수상, 2005년 미국 올해의 상 수상, 2008년 독일 최우수 제품 선정 등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기까지 한국부라스는 '굴뚝연기 발생장치' 특허 등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지금까지 미국 라이오넬사, 일본 덴쇼사, 유럽 굴지의 회사 등 세계적인 기업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모형기차 분야 국내 수위인 한국부라스는 세계시장 점유율 20%대로 중국 산다칸사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저가품 위주인 중국과 달리 고가 제품 수출이 대부분이다.

그간 해외 수출에 주력해 온 조 대표는 최근 국내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모형기차가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어 이제 한국도 기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사업상 해외에 자주 나가게 되는데 각국의 기차박물관을 보면 기차로 그 나라(지역)의 역사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어요. 독일 뉘른베르크, 미국 일리노이, 일본 도쿄 기차박물관 등. 기차 테마파크만해도 단순히 즐기는 곳이 아니라 지역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아요."

조 대표는 선진국에서 모형기차가 지식인과 부유층의 관심 대상인 것을 고려할 때 한국에 진입할 경우 문화와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모형기차 역사가 유럽은 140년, 미국은 110년, 일본은 60년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기차를 수집하는 사람이나 취미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차에 문화, 역사, 과학이 들어 있으니까요. 그들에게 기차는 장남감이 아니라 고가의 수집 대상입니다. 부품만해도 적게는 150가지, 많게는 3천가지가 들어가요. 가격도 몇 십만원에서 수천 만원 하는 것도 있어요."

조 대표는 한국이 철도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기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장난감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만큼 우리 역사와 문화, 지방(역)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창구를 소홀하게 되는 안타까움도 전했다.

조 대표는 모형기차와 미술을 접목한 것은 고급문화와 연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모형기차를 국내에 소개하는데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모형기차가)고급스러운 만큼 문화와 연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갤러리와 연결된 거죠."

조 대표는 미국과 유럽을 다닐 때면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해 기차와의 관련성을 찾아내곤 했다고 한다. 그의 오랜 파트너인 미국 라이오넬사의 소유주가 구겐하임미술관인 것도 한몫한 듯했다.

그런 그의 정성 때문인지 'LOCO-motive engineer'전은 미술계 안팎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왔다. 작가들은 기차를 통해 다양한 영감을 떠올렸고 흥미로왔다고 했다. 다른 작가들도 관심을 보이며 차후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관람객 중엔 특히 어린이를 동행한 가족이 많았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이명진 대표는 "미디어, 설치, 키네틱 작가들과 기차와 관련된 전시를 해볼 생각인데 그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원 대표는 갤러리 전시와 작품 기증을 계기로 외국과 같은 기차박물관을 세워보겠다는 꿈을 좀 더 진척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기차를 소재로 한 전시를 다양하게 전개하고, 그런 작업을 하는 미술인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오는 8월 기차를 모티프로 한 전시가 열리면 그는 꿈과 미래에 한발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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