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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처럼 읽히는 신비평

[문화계앙팡테리블] (62) 문학평론가 허윤진
형식 파괴하는 평론으로 주목… 1년 반 미국생활 문학관 전환점
평론가는 예술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자다. 이 연결을 위해 예술계 지형도를 그리는 게 일차 업무, 그 지형도를 밑천 삼아 예술가와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이차 업무,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삼차 업무다.

예술가와 학문하는 자 사이에 있는 평론가는 어느 분야든 길러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랭보는 19살에 시집을 냈지만, 수전 손택이 <해석에 반대한다>를 낸 건 31살이다.)

때문에 문학평론가 허윤진은 등단 이래 줄곧 주목받은 '젊은 평론가'다. 2003년 제 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때가 23살 때였다. 비슷한 시기 활동을 시작한 복도훈, 이수형, 신형철, 차미령 등 또래 평론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평론집을 냈다. 2007년 여름에 출간된 <5시 57분>이다. 같은 해 출판사 민음사의 문예지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이 됐다.

그녀가 왜 주목받았을까.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문인과 독자들은 입을 모았다. '형식을 파괴하는 평론'이라고. 책을 펼쳐 보자.

'소노그램 아카이브에서 아키비스트로 일하게 된 지도 어느덧 24,327,850초가 지났다. 기계언어학에 관해서 쓴 논문이 아카이브의 관리자들에게 매력적이었던지, 이미 유능한 아키비스트를 313,257,900초 전에 발탁했던 그들이 뜻밖에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11페이지, Sonogram Archive Serial Number 6002)

저자는 한유주, 김애란 소설을 근대 소설의 독법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21세기적 독서 감상법을 소개한다. 그러니까 그녀는 작가의 말투로 작품을 해석한다. 68세대 철학자들의 이론과 최근 한국문학 텍스트를 접목하는 '이론으로 무장된 세대'군에서 허윤진은 신비평을 이론적 기반으로 삼는다. 1950~6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실증적으로 정밀한 독해를 강조하는 방법이다. 현학적 논리와 건조한 문체에서 벗어난 평론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학작품처럼 읽힌다.

"저는 궁극적으로 문학 작품 안에 이론이 있고 비평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열심히, 많이 읽고 나만이 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꼼꼼하게 볼 때 제대로 비평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가 편혜영, 김숨, 시인 조연호, 황병승, 김경주, 이준규 등 그녀가 즐겨 소개한 작가와 작품이 2000년대 문학계 변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부각된 것도 그녀의 평론이 주목 받은 이유였다. 책을 내고 이듬해 그녀는 하버드 옌칭 연구소 방문 연구원으로 1년 반 동안 미국에서 생활했다.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할 만큼 지향하는 바와 문학관이 바뀌었다"고 대답한다.

"예전에는 문학 언어가 일상 언어와 달리 어떤 미학적인 지점을 향해서 정교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존재 의의와 목적을 찾는 문학을 선호하게 됐어요. 틀리더라도 작가만의 물음과 답을 찾는 구도자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최근 발표한 글에서 그런 변화가 읽힌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미적 전위를 염두한 작품에 주목했다면, 이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작품을 논한다. 얼마 전 김미월의 장편<여덟 개의 방> 해설을 쓴 이유다. "제가 드러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말처럼 주석과 문학 이론을 뺀 친절한 해설이다.

귀국 후에도 "방랑과 배회와 현자 생활"을 하며 활동이 뜸했던 그녀는 올 가을 복간할 예정인 <문예중앙>의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목표는 사랑과 치유의 통로가 되는 작품을 찾고 위안이 되는 글을 쓰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제가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돈을 받지 않고 어떤 종류의 가르침이 됐든 앎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거예요. 어떤 방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저를 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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