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데이드림일본 '영생원' 방문 계기 '영혼의 노래' 만들어… 역사 담은 음반 활동 계속

올해로 한일강제병합 100년, 광복 65년이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일제강점의 역사와 상흔이 뚜렷해지는 해이다. 올 초 이를 기억하려는 논의와 행사가 무성했지만 정작 그 역사를 상기시키는 이달 8월은 의외로 담담하다.

이것이 한일관계, 나아가 역사를 바라보는 성숙된 시각의 반영이라면 다행이나 망각의, 또는 떨쳐내고픈 진부한 상처로 여기는 징후라면 꽤 씁쓸한 일이다.

8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데이드림(연세영)이 '시대'를 담은 곡으로 역사를 반추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탄광촌으로 징용돼 갔다가 사망한 한인들을 위한 추모곡 '영혼의 노래'다.

"지난해 기타큐슈의 고쿠라 교회에서 관리하는 재일동포 납골묘역 영생원을 방문한 게 계기였습니다. 묘역에 분향하는 내내 마음이 아팠는데 그 분들의 한과 삶을 음악으로 표현하기로 다짐했었죠."

데이드림은 지난해 11월 재일동포 1세들의 한과 애증이 서려있는 고쿠라 교회를 찾아 작은 공연을 마련했다. 그는 그곳에서 일제강점기 때 징용돼 탄광촌으로 끌려왔다 사망한 이들의 영령을 모신 영생원을 방문하고 영혼의 노래를 만들어 공연에 선보였다. 반향은 뜨거웠고 객석은 우는 이들로 가득했다.

고쿠라교회에서 관리하는 '영생원'에서 데이드림
"본래 연주할 곡은 아니었는데 프로그램을 바꿔서라도 후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어요. 강제 노동자로 끌려와 이름도 빛도 없이 돌아가신 분들의 아픔과 삶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는 입국하자마자 강제 징용자들과 제일동포들의 지난한 삶을 표현한 초연곡을 음반에 담아 5집 '콘체르토 다모르'에 수록, 이들의 영정에 헌정했다. 지난 5월 고쿠라교회의 주문홍 담임목사는 전교인이 그의 음반을 함께 듣고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며 재일 한인들을 위한 음반활동을 해준 그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오는 10월 그의 골든 베스트 음반에도 '영혼의 노래'를 실을 예정이고, 12월에는 일본연주가들과 함께 서울, 부산, 일본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갖는다.

데이드림은 그동안 드라마 <겨울연가>, <순수의 시대> 등의 음악을 창작하고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발해뗏목탐사기금 모금을 위한 전시(2005), 중국의 동북공정을 규탄하는 미술전시와 공연(2007),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알리는 전시와 공연 등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다가서왔다.

그는 '영혼의 노래' 음반 뒷 얘기를 갈무리하며 향후 계획을 넌지시 내비쳤다.

"정치적인 문제나 이해관계를 떠나 그들의 힘겨웠던 삶을 그대로 음악에 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역사적인 내용들을 작곡하고 알릴 예정입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의미의 사회참여라고 생각하니까요."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