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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록'의 대부 세계로 가다

미국서 앨범 낸 신/중/현
'아름다운 강산' 등 14곡 CD·LP로 전세계 시장에
"록은 퇴폐 아닌 순수한 음악" 생활고 견디며 '한국 록' 완성
요즘도 하루 한 시간 기타 잡아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이 불어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73)이 작사 작곡한'아름다운 강산'은 한 때 금지곡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 가요'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권력의 잣대로 소통을 막을 수 있을 듯 해도 권력보다 오래오래 남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예술임을 잘 보여준다.

이제 신중현의 음악은 세계로 나간다. 전 세계 숨은 뮤지션의 희귀 음반을 발굴해 발매하는 미국 시애틀의 음반사 라이트 인 디 애틱(Light inthe Attic)이 신중현의 기타 명곡 14곡을 골라 '아름다운 강산 : 대한민국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Beautiful Rivers and Mountains : the Psychedelic Rock Sound dt South Korea's Shin Joong Hyun)'이란 긴 제목의 CD와 LP 앨범을 만들어 전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

이 앨범에는 1958년부터 1974년 사이에 발표돼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김정미의 '햇님(The Sun)', 장현의 '기다려주오(Please Wait)', 박인수의 '봄비(Spring Rain)'과 함께 '달마중(Moon Watching)', '할 말도 없지만(I've Got Nothing to Say)'등도 수록됐다.

"아주 순수한 음악이 바로 록이다. 자기가 생각한 세계를 자유롭게 그려나가는 것이다. 자유란 그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걸 다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껏 음악 작업을 하다보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신중현은 이미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의 반열에 올라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악기 제조사인 펜더 커스텀사로부터 아시아 뮤지션 최초로 헌정 기타를 받았다. 에릭 클랩턴, 제프 벡, 에디 반 헤일런, 잉베이 맘스틴, 스티비 레이본에 이어 6번째 헌정 기타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 용산의 미 8군 무대와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던 젊은 날 그렇게 갖고 싶었던 악기를 자랑스럽게 받았다. 신중현의 손에 잡힌 펜더 기타는 거장을 알아봤고, 그의 '록 정신'을 가감없이 담아낸다.

"펜더는 아주 솔직한 악기다. 연주자의 기량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무한대까지도 받아준다."

1960~70년대 서양에서 유행하던 사이키델릭 록은 신중현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이키델릭 음악은 히피족이 즐기는 퇴폐적인 것이 아니다. 마약을 하고 하는 음악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사회엔 여러 면에서 잘못 전해졌다. 사이키텔릭 록은 인간의 강박 관념에서 착안해 보다 차원 높은 음악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세기에 대중들이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는 다양한 영상 매체의 이미지들의 뿌리가 바로 사이키델릭 음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중현은 오랫동안 시련과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미 8군 무대에 서면서 소올, 리듬 앤 블루스,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한국에 와 있던 히피족들과 어울려 호기심에 마리화나도 피워 봤다. 그러나 곧 그 폐해를 알았고, 딱 끊었다.

"대마초나 마리화나 등을 하면 피가 곤두선 것처럼 모든 신경이 피크에 오른다. 이런 순간 잠시 음이 잘 들리고 섬세한 소리까지 잡아내지만 후유증이 심하다. 뇌가 수축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찌그러졌던 뇌가 다시 회복하려면 1주일 가량 심한 고통이 따른다. 마약을 끊지 못하고 계속하는 것은 고통을 참지 못해 늘 뇌를 수축된 상태로 놔두려는 것이다."

오히려 음악 활동에 장애가 된 것을 깨닫고 손을 끊었지만 그것이 화근이 돼 뒤늦게'대마초 가수'로 낙인 찍혀 '활동 금지'까지 당하면서 집도 팔고, 악기까지 파는 등 생활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심지어 퇴폐 풍조를 조장한 장본인으로 몰려 기관에 끌려가 '물 고문'까지 당했다. '대통령 찬가'를 만들라는 기관의 요구를 거부한 '괘씸죄' 탓이었다.

신중현이 1968년 데뷔한 펄 시스터즈와 함께 대중들에게 알려진다. 미 8군 무대가 사양길에 접어들자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월남으로 떠나려 했다. 송출 회사와 계약을 끝내고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님아'와 '떠나야할 그 사람'을 작곡해 음반사에 넘겨 준 상태였다.

하루 하루 월남으로 가는 날이 다가올 무렵 이른 새벽 찾아온 레코드사 사장이 갑자기 "떴다. 떴다"를 되풀이 하며 싱글벙글했다. "뜨긴 뭐 뜨냐"고 되받았더니 "펄 시스터즈의 음반이 떴다"는 것이었다.

'대박'은 예감한 레코드사 사장은 "월남에 가지말라"며 신중현의 발목을 잡았다. "계약 관계는 자신이 모두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김추자, 장현, 김정미 등과 함께 트로트 일색이던 대중가요계에 소올, 록 등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음악 세계가 더욱 활발해졌다. 한대수, 조영남, 트윈폴리오 등 통기타 가수들도 활발하게 대중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신중현은 동양의 단음계에 관심이 많다. 평면적인 화모니가 입체적인 깊이를 더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 다양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한국적 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주시간이 20여분인 '가을 나그네'를 비롯해 아직 발표하지 않는 곡까지 30여곡의 한국적 록 정신을 담아낸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록의 정신은 바로 용기다.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용기의 정신을 보여주고 싶다. 음악은 무한한 다양성을 갖고 있다. 병 들지 않고 늙어가며 연주할 수 있는 것도 음악 때문일 것이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요즘도 하루 1시간 이상 꼭 기타를 연주하며 '록 정신'을 가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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