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랜서 아나운서 전성시대1만원대 박한 출연료에 과한 부대 업무 탈피방송사선 '배신자' 낙인… 자사 출연금지 규제로강수정 등 고전하다 실패

김성주
7일 방송된 Mnet '댄싱9' 생방송 오프닝에는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바로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지난 4월 프리선언을 한 문지애 아나운서다. 문지애 아나운서의 깜짝 등장은 MBC아나운서 동기이자 프리선언 이후 현재 프레인TPC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오상진 아나운서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해석됐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요즘 TV를 켜고 채널을 돌릴 때마다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야흐로 '프리아나운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 배경과 이후 행보들을 대표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울타리 박차고 훨훨

상당한 수준의 안정된 월급과 높은 사회적 명성을 보장받는 지상파 아나운서는 일반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꼽힌다. 그러나 방송사의 간판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아나운서들 중에는 안전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야생의 방송가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프리선언의 위험성도 크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반대급부가 상당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 중 상당수는 갈 곳 없는 신세로 추락하지만 일부는 날개를 단 듯 방송가를 훨훨 날아다니며 최고 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한때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아나운서로서 인지도를 높인 다음 프리선언을 해 수익을 챙긴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의 활발한 활동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과거의 명성에만 기대지 않고 전문 MC들보다 더욱 나은 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까닭이다. 특히, 안정적인 진행과 순발력, 재치 등을 요구하는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MC로 나선 아나운서의 활약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전현무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방송가에 뛰어든 프리아나운서들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확연히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다. , , 오상진, , 아나운서 등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프리를 선언한 이들은 안정감, 순발력, 예능감 등 자신 만의 무기를 갖고 방송이라는 정글 속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방송사 규제 만만치 않아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에게도 시련은 있게 마련이다. 예능인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높은 데다 친정집이라고 할 수 있는 출신 방송사에서 한동안 배척당하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자사 프로그램 출연이라는 안정성을 담보로 하고 있었을 때는 스타 아나운서였지만 프리선언 후 상황이 반전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아나운서와 예능인 또는 전문 MC 사이에서 정체성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이도 저도 아닌 B급 방송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아나운서 출신 특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예능인들 무리에 섞여 묻어가다가 결국 경쟁에서 뒤처지고 운신의 폭이 좁아지다 마침내 방송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이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행보다.

대표적으로 2006년 KBS를 떠난 강수정 아나운서를 꼽을 수 있다. DY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강수정 아나운서는 프리선언 이후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MBC '공부의 제왕', '일요일 일요일 밤에', SBS '결정! 맛대맛' 등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폐지되거나 MC자리에서 하차하는 불명예를 얻은 것이다. 그밖에 김병찬, 박나림, 신영일 아나운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수정
물론 프리아나운서의 실패가 개인의 역량 미숙에만 있던 것은 아니다. 키워준 공을 모르고 떠난 소위 '배신자'들에 대해 방송사가 갖는 제재도 프리아나운서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KBS의 강도 높은 출연금지처분이다. KBS는 2010년 3월부터 자사 출신 프리아나운서에게 3년간 방송출연금지처분을 내리고 있다.

어찌 보면 강수정 아나운서의 실패도 출연금지처분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 프로그램을 통해 밝힌 아나운서의 말에 따르면 프리선언 후 출연금지처분 때문에 2년을 쉰 강수정 아나운서가 방송에 복귀하려던 찰나 금지기간이 3년으로 바뀌었다. 1년을 더 쉬어야만 했던 강수정 아나운서는 결국 방송복귀에 실패했고 현재 홍콩에서 남편 내조에 전념하고 있다.

그 밖에도 한때 방송사들은 경영난을 명목으로 정은아('좋은아침'), 허참('가족오락관'), ('굿모닝 FM') 등 프리아나운서들이 맡고 있는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의 MC들을 과감히 교체하는 등 외부인력 기용을 대폭 축소하고 신인 아나운서들을 대폭 이용하며 자사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돈 때문만은 아냐"

그렇다면 쉽지 않은 상황이 예상됨에도 아나운서들이 속속 프리선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로움이다.

박지윤
프리선언을 하는 아나운서들의 경우 시사프로그램이나 뉴스보다는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음에도 방송사에 소속된 아나운서와 일반 예능인들과의 출연료 차이는 막대하다.

실제로 KBS의 경우 아나운서들의 TV프로그램 출연료는 1만8,000원, 라디오프로그램 출연료는 1만원에 불과하다. MBC와 SBS도 비슷한 수준이다. 회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받는 예능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예능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아나운서들이 프리선언을 하는 것에 대해 '돈만 밝힌다'고 손가락질하기에는 이들에 대한 방송사의 처우가 너무 박한 것이 사실이다.

서류작업, 야간당직 등 방송사에 소속된 사원으로서 해야 하는 부대 업무도 아나운서들에게는 골치다. 대중적인 인기가 높아질수록 담당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져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는 상황은 쥐꼬리만한 출연료와 맞물리며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는 것, 스케줄 관리 등 기본적인 사항 또한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획사행 본격화

그렇다면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소위 '성공한' 프리아나운서들에는 누가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아나운서다. 과거에도 프리선언한 아나운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형 기획사와 손잡고 본격적인 탈주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아나운서는 프리아나운서의 원조격이라 볼 수 있다.

김경란
2000년 MBC에 입사한 아나운서는 7년 만에 프리선언을 했다. 아나운서의 독립에 대해서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아나운서가 프리선언을 하고 대형기획사에 둥지를 트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데다 아나운서의 입지 또한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예상대로 아나운서는 프리선언 이후 한동안 공백기를 갖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친정집인 MBC는 그를 '배신의 아이콘'이라 하며 배타적인 태도를 취했고 여타 예능인에 비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한 아나운서를 KBS나 SBS 또한 썩 내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나운서는 MBC예능프로그램인 '명랑 히어로'를 통해 친정집에 복귀했고 이후 tvN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 예능프로그램 MC로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아나운서의 찬란한 귀환을 알린 것은 Mnet '슈퍼스타K' 시리즈였다. 전직 아나운서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 생방송의 돌발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등 주목을 받은 아나운서는 '슈퍼스타K 5'까지 총 5시즌의 진행을 맡아오고 있다.

이후 아나운서는 케이블 방송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하다 2012년 MBC 노조파업 당시 런던올림픽 취재단에 합류하며 프리선언 5년 만에 MBC 스포츠 캐스터로 복귀했다. 최근에는 MBC '아빠! 어디가?'에 아들 김민국군과 함께 출현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능 대세남 등극

요즘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남을 꼽으라 할 때 유재석, 신동엽, 김구라 등과 함께 꼭 거론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나운서다. 특히 몇 년 전부터 확연해진 프리아나운서 시대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의미는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는 KBS 재직 당시 '예능 맞춤형' MC로 종횡무진 활약한 바 있다. 프리선언 이후 규정상 KBS에 출연하지는 못해왔지만 그를 향한 여타 방송사의 러브콜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프리선언 후 아나운서는 2012 코리아드라마어워즈 MC를 맡으며 공식석상에 복귀했고 tvN '택시', '세 얼간이', MBC '엄마가 뭐길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아나운서는 JTBC '히든싱어', '미스코리아 비밀의 화원', Mnet '보이스 키즈', MBC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 등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이다.

아나운서의 성공요인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미지를 꼽았다. KBS 아나운서 시절 만든 '밉상' 이미지에 프리선언 이후 매끄러운 진행능력과 순발력 등 예능프로그램 MC로서의 장점을 더해가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앞서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이 드라마, 라디오 등 다른 분야에 기웃거린 것과 달리 예능프로그램 MC라는 특화된 영역에 집중한 것도 주된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오상진 아나운서는 프리아나운서의 양대산맥 격인 , 아나운서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006년 MBC에 입사한 오상진 아나운서는 '불만제로', '뉴스투데이' 등 예능프로그램과 뉴스를 넘나들며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누가 봐도 아나테이너인 , 아나운서와는 달리 깔끔하고 교과서적인 진행을 하는 오상진 아나운서가 프리선언을 하게 된 계기는 앞선 두 사람과 사뭇 다르다. 지난해 1월부터 약 6개월간 MBC 노조의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불합리한 대우가 이어지자 결국 퇴사를 결심한 것이다.

프리선언 이후 프레인TPC와 전속 계약을 맺었지만 바로 MC 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SBS '땡큐', tvN '택시' 등에 출연, 파업 동안의 심경과 프리선언의 비화 등을 토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프리선언 후 첫 복귀작으로 Mnet '댄싱9'의 MC를 맡으며 시동을 건 상태라 이후 행보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여성 아나운서들도 주목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기 어려운 여성 MC의 경우 해당 방송사의 아나운서가 배치되는 것이 대부분인 까닭에 여성 프리아나운서들은 상대적으로 설 땅이 좁다. 그러나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이다.

2008년 KBS를 떠난 이후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아나운서는 현재 케이블 및 종편채널을 넘나들며 여느 예능프로그램 MC 못지않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선언 직후 아나운서가 골라잡은 프로그램들은 대체로 잘 풀리지 않았고 고민 끝에 손댔던 사업 또한 아쉬움만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아나운서는 JTBC '썰전'에서 아나운서다운 분석력을 인정받았고 타고난 식탐으로 YSTAR '식신로드'의 안주인으로도 자리잡으며 제2의 전성기를 꾸려가고 있다.

봉사활동을 이유로 지난해 8월 KBS를 퇴사한 아나운서에 대한 세간의 평은 엇갈리는 중이다. KBS 아나운서로 재직할 당시 '스펀지', '사랑의 리퀘스트' 등 교양ㆍ정보프로그램에 주로 출연, 튀지 않는 단정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아나운서인지라 프리선언 이후 선보인 톡톡 튀는 행보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읽힌다.

아나운서는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 '환상 속의 그대' MBN '인생고민 해결쇼 신세계', 채널A '꿈을 쏘다' 등 케이블 및 종편채널에 출연하며 색다른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직은 낯설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지적인 이미지와 깔끔한 외모를 바탕으로 이후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