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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날개를 꺾어라?
여권, 정 의장 '차기' 행보·영향력 확대에 경계의 목소리 높아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표정 관리에 바쁘다. 4ㆍ15 총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홍(內訌)으로 죽을 쑤자 정 의장은 고위 당직자 회의에서 “두 당이 진통끝에 개혁세력으로 거듭나면 우리가 어려워진다”며 당 지도부의 방심을 경계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당의 지지율이 정 의장 체제 출범후 줄곧 1위를 지키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올인’전략도 서서히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의장의 표정 관리를 외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만 보면 권력의 정치게임을 너무 쉽게 판단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면하에서 움직이는 은밀한 ‘파워게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바로 4ㆍ15 총선 이후 주도권을 겨냥한 여권내 ‘파워게임’ 징후다. 정 의장의 독주를 경계하는 청와대와 당 중진들의 제동 움직임은 벌써부터 정동영 파와 반(비) 정동영파 간의 ‘대권 암투’로 이어지고 있다.

- 곳곳서 파워게임 징후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8월 청와대를 나온 노 대통령의 한 386 측근은 최근 정 의장의 행보를 두고 “호랑이 새끼를 키워놓는 꼴 되는 것 아닌 지 모르겠다”며 “정 의장이 당의 ‘간판’이 된 것은 총선승리를 위해 잘 된 선택이지만 그의 움직임에 ‘복선’이 깔려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복선’은 한마리로 정 의장의 ‘대권 야망’이다. 정 의장이 1ㆍ11 경선 이후 친위그룹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총선을 앞두고 외부 인사 영입과 공천 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우리당을 ‘정동영 당’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도 “총선 이후에도 정 의장의 독주가 계속될 경우 그의 ‘(대권) 야망’이 자칫 노 대통령에게 레임 덕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정 의장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측는 벌써부터 ‘대권’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정 의장이 당의 중심 축이 된 소장 개혁그룹의 리더가 되면서 파워게임에서 밀린 시니어 그룹과 청와대 일부 인사들의 ‘정동영 흔들기’차원에서 나온 음모라고 강변한다. 10년 가까이 정 의장을 보좌해온 한 측근은 “정 의장은 당 대표로서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하고 있을 뿐이고, 그것(총선 승리)이 당이 살고 노 대통령도 사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정 의장을 둘러싸고 거론되는 ‘대권론’ ‘차기론’등은 결코 정 의장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정 의장의 정치적 파워를 경계하는 자들의 ‘음모’”라고 단정했다.

정가에서는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 중견 정치평론가는 “정 의장은 1ㆍ11 경선을 통해 ‘차기 주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4ㆍ15 총선에서 성공할 경우 확실한 ‘(차기) 날개’를 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 의장이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때부터 그에게는 ‘차기 주자’라는 이미지가 병행돼왔고, 우리당 경선은 정 의장에게 당 대표라는 타이틀보다 ‘차기 주자’라는 이미지를 ‘실체’로 환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차기 주자 중 한 사람(one of them)에서 가장 확실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 따라서 정 의장의 정치적 언행에는 ‘대권 행보’라는 의문 부호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외부인사 영입 주도 등 독주

우리당 정동영(가운데)의장이 김근태(오른쪽) 원내대표와
신기남(왼쪽)의원 등이 참석한 상임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원내대책을 얘기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실제로 우리당 안팎에서는 정 의장이 당을 총선 체제로 재편하고 후보를 영입ㆍ공천하는 과정에서 대권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경계의 소리가 적지 않다. 단적인 예로 당내 핵심 부서인 정책위의장(정세균), 총선기획단장(김한길), 영입추진위원장(신기남ㆍ이미경), 홍보기획단장(정동채), 대변인(박영선) 등 주요 당직자들이 ‘친 정동영’ 인물로 구성된 점을 든다. 여기에 또 총선을 위한 외부 인사 영입이 정 의장 주도로 이뤄지고, 공천 과정에서도 정 의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박영선 MBC경제부장을 비롯해 MBC 라디오에서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을 맡았던 김방희씨를 경제특보로 영입한 뒤 총선에 출마시킨 것이나 ‘전언회’ (전주고 출신 언론인 조직) 후배인 양기대 동아일보 기자와 자신의 보좌관 출신 정기남씨를 당 부대변인으로 영입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 공천후보자 심사위의 외부 위원 중 얼마전 물러난 김재홍 경기대 교수 대신 정 의장의 브레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권만학 경희대 교수를 후임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 의장의 독주를 우려하는 측의 반발도 만만찮다. 특히 노 대통령의 측근들은 1ㆍ11 경선 이후 이른바 ‘정동영 효과’에 따라 우리당의 지지율이 1위로 올라선 것을 환영하면서도 정 의장이 ‘차기 주자’로 부각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의 우리당 입당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 대통령측과 정 의장측 간의 물밑 대립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 의장은 전당대회 이전만 해도 노 대통령의 조기입당을 주장했지만 전대 직후 인 1월15일, 노 대통령의 입당을 총선 이후로 늦출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 뒤 노 대통령의 한 386측근은 “우리당 경선에서 정 의장이 압도적으로 당선된 데는 노 대통령이 영남표에 중립을 지켰기 때문”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3월 중 입당 가능’ 의사를 밝혔는데 정 의장이 이를 깔아뭉개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정 의장이 이미 ‘후계자’ 반열에 성큼 다가선 만큼 자칫하면 노 대통령이 ‘레임 덕’을 일찍 맞을 수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김원기 당 고문이 노 대통령의 정치특보에 임명된 것도 의혹을 살만하다. 김 특보가 노 대통령을 보필하고 총선과 그 이후의 여권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노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정 의장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정 의장은 4ㆍ15 총선에서 100석 가까이 얻지 못하면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2선으로 후퇴한 당내 중진들과 노 대통령 시니어 측근그룹, 청와대 출신 386 측근들이 그를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 의장의 ‘대권 꿈’은 4ㆍ15 총선 결과에 따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이 ‘도전’에 응전하는 정 의장의 표정 관리는 이미 시작됐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2-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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