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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민심기행, 미워서~ 밉지만~ "억수로 헷갈리네"
우리당 대약진에 지역정서 부활 조짐, 부동층 많아 "뚜껑 열어봐야"

“와~따 기세 겁나네. 이번에는 진짜로 저쪽(열린우리당)이 다 묵어 뿌리는 거(의석 점유) 아이가” “머, 그리는 안될 끼라카이. 니는 부동층이 절반에 가깝다 하는 소리도 못 들었나. 선거가 막상 닥치면 (한나라당으로) 마이(많이) 돌아설 끼라”

총선을 열흘여 앞둔 4월3일 밤 뱃고동과 갈매기 소리가 엇갈리는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 시장, 이미 불콰해진 얼굴로 곰장어를 안주 삼아 소주판을 벌이던 50대 서너명은 선거 이야기로 목청을 돋궜다.

“하기사 한나라(당)도 차떼기다 뭐다 짜다라(별로) 잘 한 기(것) 있나. 촛불집회에 새까맣게 몰린 것도 열린우리당이 좋아서만은 아닌 기라”.

언제까지나 한나라당의 텃밭인 줄만 알았던 부산지역도 최근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날이 저물면 벌어지는 시민들의 술자리도 선거 이야기로 전에 없이 후끈 달아오른다.


- 부산, 갈수록 '그놈의 그놈' 인식 확산





부산 중심가 서면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한 신사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려고 했는데 최근 노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듣고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며 “여당 당수라는 자가 지지도가 좀 오른다고 오만해도 유만분수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혀를 차기도 했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부산 지역의 관심사는 단연 열린우리당의 의석수다. 마지막 교부보라 할 PK지역마저 열린우리당에 떨어질 경우 한나라당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현실적인 분석과 맞물려 선거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부산 지역 18개 의석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60~70%인 10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장미빛 예측에서부터 2~3석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에 이르기까지, 의석 수를 놓고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솔직히 워낙 부동층이 넓은 데다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 시비마저 없지 않아 누구도 예단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일단 여론조사만 놓고 볼 때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로 선거 판세는 변했다. 3월31일 부산일보의 여론조사 결과 18개 선거구 중 열린 우리당이 7개 지역에서 한나라당을 여유 있게 따돌렸으며 나머지 11곳에서도 오차 범위 내에서 우세 또는 접전지역으로 집계됐다.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서도 열린우리당이 40.1%를 차지, 한나라당(29.4%)과 최근 활기를 띄고 있는 민주노동당(7.8%)을 크게 앞질렀다.

여성이 맞붙은 연제구(한나라당 김희정 열린우리당 노혜경)와 한나라당 정형근 후보와 열린우리당 이철 후보가 맞붙은 북ㆍ강서갑 등 ‘격전지’조차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선거구마다 부동층이 40~50%에 달하는 데다 최근 들어 몇 가지 선거 주변 ‘소프트웨어’들이 교체되면서 선거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는 사실을 양 당 관계자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3월 말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 일변도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던 선거 분위기가 4월 들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장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대표의 ‘실언’ 등으로 오차 범위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부 최모(52ㆍ여)씨는 “처음에는 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석연찮은 이유로 탄핵해 ‘이럴 수 있나’는 생각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투표장에서 누구를 찍을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20~30대로부터 시작되는 개혁 희구 계층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 또한 확고해 투표함을 열어봐야 판도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학생 김철준(23)씨는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은 변화와 개혁을 기피하는 수구세력의 마지막 저항이란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것 같다”며 “젊은 층이 아무래도 선거 참여도가 높은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자못 기대된다”고 말했다.

- 경남, 우리당 기세에 고개 드는 견제심리

한나라당의 오랜 텃밭이었던 경남지역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17개의 금배지가 걸린 이 지역은 지난 총선에서 16석을 싹쓸이를 했던 한나라당 고지를 열린우리당이 얼추 공략한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교두보는 단연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확고한 우세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는 김해 갑ㆍ을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메시지를 앞세워 경남 공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확연한 듯 보이지만 부동층이 워낙 두꺼워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란 지적이 팽배하다.

실제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후보등록 직전인 3월말까지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부동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역 언론인 경남신문이 3월22~30일 도내 17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를 벗어난 우세지역은 열린우리당이 4곳, 한나라당 3곳, 민주노동당 1곳으로 나타났다. 9곳은 오차범위내 접전지역으로 조사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강 구도 속에 선거 직전까지 돌출 변수에 따라 부동층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갑ㆍ을과 창원 갑, 양산 등 4곳을 교두보로 삼아 인근 지역에 대한 화력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무소속의 김병로 진해 시장, 진의장 통영시장 등을 영입한데 이어 불법대선자금과 탄핵의 역풍을 업고 적어도 10석 이상을 차지, ‘경남=한나라’라는 지역구도를 깬다는 전략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전통적 조직의 힘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탄핵역풍외에 지금까지 한나라당 독식이 가져다 둔 각종 폐해를 파헤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탄핵역풍의 거품이 어느 정도 빠져 나간 데다 ‘박근혜 효과’가 점진적으로 가시화하면서 종반 대반격을 기점으로 14~15석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전이 중반전을 넘어서면서 고래 심줄 같은 ‘한나라당 정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민생 안정과 경제 살리기 등 활력이 넘치는 경남 건설을 이번 총선 공약의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계층이 대부분 열린 우리당 지지자들이어서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되고 있다”며 “막상 선거에 임해 소리 없는 대다수가 실력 행사에 나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진해 사천 산청ㆍ함양ㆍ거창 등 3곳의 우세를 바탕으로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각축속에 민주노동당의 득표 상황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부산 금정의 김석준 후보와 경남 창원 을 권영길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권 후보는 창원 을에서 줄곧 1위를 고수, 원내 진출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4-0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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