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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잇단 대북 메시지
남북정상회담 군불 때는 중?

노 대통령 대북관계 주도적 입장 천명, 북한 핵·미국의 태도 등이 관건



남북간에 무언가 교감이 있는 게 아닌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 정부와 여당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대북 메시지를 전하면서 남북간 물밑 교류에 대한 의혹과 함께 '남북 정상 회담론'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노 대통령이 LA연설에서 "핵이 위협 억제 수단이라는 북한의 말은 믿기 어렵지만 일리가 있는 측면도 있다"고 한 폭탄성(?) 발언이 남북 정상 회담의 가능성에 탄력을 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전후해 여권의 고위 인사들이 대북 유화 제스처를 보인 점도 남북 정상 회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11월 9 ~ 12일 미국을 방문, 해들리 안보 보좌관 내정자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남북 특사 교환이나 정상 회담 등 전향적인 논의가 있지 않았느냐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을 삭제하기로 한데 이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1월 1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답변에서 "탈냉전 시대에는 어느 나라도 특정 국가를 '주적'으로 지칭하지 않는다"며 윤 장관의 입장을 옹호한 것은 분명한 대북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11월 19일 금강산 관광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남북 화해 협력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천정배 원내 대표가 10월 26일 국회 대표 연설에서 "필요하다면 직접 방북해서라도 닫혀 있는 남북 대화의 문을 열겠다"고 한 데 이어 이부영 의장이 11월 14일 "내년에 남북 정상 회담이 반드시 열려야만 하고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교감이 이뤄진 상태"라고 말해 남북 정상 회담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관계자 'NCND 입장'

당ㆍ정ㆍ청이 한 목소리로 남북 정상 회담을 주창하면서 정가와 국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간에 물밑 대화 채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남북한 당국이 물밑 교감을 전제로, 특사 교환을 거쳐 정상 회담에 이르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이미 가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남북간 비공개 고위급 채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통일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NCND (긍정도, 부인도 못하다)가 우라의 입장"이라며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다각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 회담을 위한 막후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국내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가 끊임없이 남북 정상 회담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노 대통령은 일찍부터 이를 추진해 왔다. 대선 직후인 2003년 1월 말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대북 특사였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 안보 회의(NSC) 사무처장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남북 정상의 6ㆍ15 선언 4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DJ와 회동한 뒤, 정가에서는 노 대통령이 DJ에게 모종의 역할을 요청했다는 'DJ 특사설'이 불거졌다. 지난 6월 말 DJ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베이징에서 DJ와 북한의 리용철 당 조직 지도부 제1 부부장 간의 비밀 접촉설이 퍼지면서 노 대통령이 DJ를 통해 북측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부시 2기 출범으로 성사까진 먼 길

그러나 남북 정상 회담의 성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북한 핵이라는 국제적 변수와 한반도 정세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부시 2기 정부 출범에 따라 대북 정책에 변화가 예상돼 그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관건이다. 지난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정부의 한 고위 인사에게 "적절한 시기에 남조선을 방문할 것"이라며 답방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2차 정상 회담의 가능성이 고조됐지만 지난 8월 예정됐던 제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무산된 후 공개적인 고위 당국자간 채널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또 노 대통령이 12일 LA연설에서 북한 핵을 '방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는 표현을 한 것이나 ,11월 20일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에 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뜻을 밝힌 것은 남북 정상 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북한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과 경제 문제를 구분해 핵문제는 북미간 양자 회담을 통해, 경제 문제는 한국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해결하려는 이중 정책도 남북 정상 회담의 딜레마다. 북핵 문제의 경우 부시 2기 정부는 6자 회담의 틀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고 중국ㆍ러시아ㆍ일 본 등도 동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 핵을 '방어용'이 아닌 '위협용'으로 인식하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노 대통령의 LA발언과 배치된다. 또 한국의 대북 경제 지원은 남북간 '민족' 과 '인도주의'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북한을 압박해 6자 회담에 끌어내려는 미국 등 당사국 입장과는 상치되는 것으로 더 나아가 남북 정상 회담은 6자 회담의 틀을 약화시키는 '장애'로 평가받고 있어 정부 여당의 2차 정상회 담 추진은 커다란 장벽 앞에 놓인 상황이다.

'정치적 의도' 불식도 극복과제

그러다 보니 남북 정상 회담의 '실효성'도 의심받고 있다. 북한이 이중 정책을 고수하는 한 김대중 정부의 예에서 보듯, 그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 한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야당이 주장하듯 남북 정상 회담이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것도 노무현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인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 대통령의 LA 발언에 대해 "북한과 특단의 정보 공유가 있다면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의 핵에 관한 전향적인 움직임을 포착한 발언이라면 주목할 '사건'이지만, 북한에 변화가 없다면 '폴리티컬 제스처(정치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또 부시 2기 정부의 출범에 따라 태도 변화가 주목되지만 상당 기간 6자 회담 참여 여부를 놓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한다. 다시 말해 북한 입장에선 남북 정상 회담이란 부차적인 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에서와 같이 엄청난 경제 지원을 할 경우, 2차 정상 회담은 가능하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국과 미국이 개성 공단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는 것이나, 야당이 정부의 금강산 투자와 국내 카지노 신설을 문제삼는 것은 '경제 지원(재원 마련)'을 통한 남북 정상 회담을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11-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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