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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신종 저격수 '인터넷신문'
미안하다! 그렇지만 쏜다!
온·오프 라인 이용한 무책임한 폭로 남발, 정치발전 '저해' 부작용


한때 폭로전과 날치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저격수’라는 말이 정가에서 상종가를 쳤다. ‘저격수’라 함은 일반적으로 대통령을 포함,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정치인을 상대로 집요한 추적과 비판을 주업으로 삼는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총대를 멘 저격수는 대중적 주목을 받는 것 말고도 오명을 얻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향후 정치 행보를 감안해야 하는 중진 의원들은 좀체 나서기 힘든 ‘3D’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격수 분야는 점점 소수의 국회 의원들에 한정돼 여야를 물론하고 ‘인재 풀(pool)’이 줄어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치 신인이 대거 입성하고 ‘상생’을 주창하는 17대 국회로 접어 들어 사정을 종전 같지 못 하다. 왕년의 투사들은 여야 불문 ‘선수(選數)’라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 해 일선에서 물러 나고 초재선 의원들로 채워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의 양상과는 사뭇 다른 ‘싱거운’수준이란 평이다.이에 따라 정치인 저격수는 점차 퇴조해 국회 안에서의 저질 폭로전이 잦아드는 반면, 그 자리를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터넷 신문’이 대체하는 양상이다.



이철우 의원 간첩설 제기 등 파문의 진원지
최근 청와대 황인성 시민사회비서관의 과거 운동권 전력을 문제 삼은 기사를 게재,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프런티어 타임스’는 한나라당 이원창 전 의원이 대표 이사로 있는 인터넷 신문이다. 이번 사건은 참여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인터넷 매체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한 첫 케이스다.

황 비서관은 고소장에서 “무분별한 비약, 추측으로 일관해 보도 기사인지 극우 단체의 마타도어적 유인물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북한의 스파이라는 주장은 어이없는 매도와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런티어 타임스는 “일본 주간지 기사를 인용 보도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중도를 표방하는 본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등 정치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난데없이 불거진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간첩의혹설 제기 파문은 2002년 6월 창간한 ‘미래 한국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촉발됐다. 김상철 변호사가 발행인인 이 신문은 1992년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이 의원이 92년 북한 조선로동당에 가입한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고, 이 의원은 “당시 국가보안법 상의 법 적용은 모두 수사 기관의 고문에 따른 조작”이라며 반박했다.

지난 1993년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 서울시장에 임명됐다 ‘그린 벨트 형질 변경’ 시비로 일 주일 여만에 물러난 김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한나라당이 주최한 ‘국정 파탄 및 4대 악법 저지 국민 대토론회’에 나오는 등 정치권 외곽에서 보수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 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 신문의 발기인 명단에는 정치권에 단골로 등장하는 ‘색깔론’을 일으킨 보수 인사가 상당수 포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노무현 대통령 장인의 친공 전력을 집중 추적해 여권과 마찰을 빚었던 ‘독립 신문’, 최근 보수 인사들의 자유 지식인 선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뉴스 앤 피플’, 신지호 자유연대 대표 등이 전문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치 토론 사이트 ‘프리존’등도 여당 ‘저격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노 진영의 인터넷 신문들이 참여정부의 이념 문제와 일부 인사의 ‘좌경’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반면, 친노 성향의 매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개혁성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과거 반민주 활동과 연루된 인사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무차별 공격" 우려의 목소리
데일리 서프라이즈는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신문이다. 지난 국회에서 대표적인 저격수역을 맡았던 정형근ㆍ김용갑 의원을 비롯, 주성영ㆍ이방호ㆍ김무성 의원 등 보수파 의원들을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두는 양상이다. 특히 정치 현안과 관련, 냉전적인 발언과 비개혁적인 언행을 보여주는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슈를 부각하고 있다. 최근 ‘호텔방 묵주 소동’을 일으켰던 정 의원에 대해선 관련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린치에 앞장서기도 했다.

또 지난 해 전여옥 의원의 저서 ‘일본은 없다’표절 의혹을 비중있게 다뤄 법정 공방에 이른 오마이뉴스는 기동성, 전문성에서 발군의 능력을 과시하며 정치권의 가장 두려운 ‘저격수’가 돼 있다. 한편 브레이크뉴스는 당의장 출마 선언을 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킬러 사이트로 유명(?)하다.

이렇게 인터넷 매체에 의한 정치인 공격이 거세질수록 정치권의 대응은 냉랭한 편이다. 한나라당은 이달 초 연찬회에 특정 인터넷 신문의 취재를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 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인터넷 신문에서 연락이 오면 일단 피하고 본다”며 “객관적 보도가 아니라 피해를 주자는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인터넷 신문이 정치 문화 발전의 촉매제가 되기 보다는 과거의 수준 낮은 저질 폭로전을 언론이라는 허명 아래 남발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정치 경력이 있는 일부 인터넷 신문 관계자들의 경우, 또 다른 현실 정치 개입을 기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공포된 개정 신문법에 따르면 줄잡아 5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인터넷 신문들 중 상당수가 ‘언론’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협회보 차정인 기자는 “사이버 공간은 표현의 자유가 대폭 수용되는 환경이란 점에서 정치 보도에 어떤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유권자인 네티즌과 시민 사회 단체의 감시, 그리고 해당 매체의 자정 노력이 병행될 때 언론과 정치의 발전에 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입력시간 : 2005-03-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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