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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한나라당, 4·30 후폭풍의 두 얼굴
우리당, 내우외환 '부글부글'
한나라당, '대선필승' 자신감


국회의원 6곳, 기초단체장 7곳 등 23곳의 각급 재ㆍ보궐선거에서 전패한 열린우리당이 ‘4ㆍ30 쓰나미’충격파에 휩싸여 계파별로 참패 원인 분석과 해법을 둘러싸고 갈등 양상을 노출하고 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5석이나 의석을 늘린 한나라당은 이 기세를 차기 대선까지 몰아갈 태세다.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박근혜 대표의 당내 입지는 한층 강화됐다.

우리당, 실용·개혁진영 대립 양상
우선 우리당의 실용진영과 개혁진영은 선거 참패 원인 분석부터 판이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희상 의장 등 실용파는 참패의 원인을 말만 요란한 ‘빈수레 개혁’에 국민이 식상해 있다는 데서 찾았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 즉 민생에 소홀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에 패배했다는 논리다.

문 의장은 3일 한 강연에서 “지지계층 30%와 반대계층 30%, 어영부영 40%가 있는데 40%를 버리고 갈 때 자기들만의 외로운 개혁꾼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영부영 40%와 같이 가야 성공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개혁파는 “개혁을 제대로 못하고 적당히 타협, 한나라당과 차별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주장한다. 유시민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참극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당은 때로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무얼 어떻게 하려 하는지를 잘 모르는 정당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체성 혼란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당의 정체성 논란은 3일 국회 본회의 과거사법 처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본회의 직전 격론 끝에 찬성 당론을 정했지만 표결에 참여한 우리당 의원 122명 중 과반인 63명이 반대(51명)나 기권(12명)했다. 지도부도 마찬가지였다. 7명의 상임중앙위원 중 유시민 의원이 반대했고 장영달 한명숙 이미경 의원은 기권했다.

실용 대 개혁 진영의 대립은 재보선 전략공천 성과 논란으로 이어진다.

실용파들은 기간당원제가 국민 다수의 민심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논리 아래 재보선의 인물 위주 공천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충남 아산의 경우 이명수 후보가 이중당적 시비로 중간에 교체되지 않았다면 이겼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천의 선전도 인물의 우위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반면 개혁파들은 정치공학에 매몰돼 정체성에 맞지 않는 후보를 공천해 우왕좌왕 하다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고 반박한다. 정청래 의원은 중앙위원회에서 “공천 실패는 말로 적당히 때우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민주당과 합당하느냐 마느냐도 좁히기 힘든 거리가 있다.

염동연 의원 등 민주당과 ‘같은 뿌리’임을 주장해 온 세력은 “재보선 결과가 통합의 필요성을 재확인 시켜줬다”고 주장한다. 민주개혁세력의 분열, 호남세력의 분열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챙겼다는 논리다. 문 의장은 최근 관훈클럽에서 “출생이 같고 대통령을 같이 만든 것 이상의 대의명분은 없다”며 “통합을 실질적으로 거론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반대파들은 경북 영천의 ‘승리에 가까운 선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통합에 매달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 출연, “조선시대에 여자를 보쌈하는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여러 달째 싫다고 하는 상대에게 계속 결혼하자고 우기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 굳건해진 당 주도권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번 선거의 승리자가 당이 아니라 박근혜 대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우리당의 대구ㆍ경북 지역 교두보 확보를 위한 총력 공세를 막아낸 게 박대표의 공이라는 의미다. 박 대표가 영남 텃밭 사수를 위해 영천에 상주하면서 지지를 호소하지 않았더라면 선거 초반 20% 포인트 가까이 뒤졌던 정희수 후보의 승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이번 승리는 박 대표 개인에게도 큰 의미를 갖는다. 박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 등 비주류의 퇴진 압력을 일거에 털어내고 당내 주도권을 단단히 틀어쥐게 됐다.

박 대표가 선거 막판 영천을 포기하자는 일각의 권유를 물리치고, 사실상 상주하며 전력투구한 것은 영천 패배가 미칠 파장과 승리의 과실을 동시에 고려한 때문이다.

또한 열세로 여겨졌던 충남 아산과 경기 성남 중원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갑에서 승리한 것도 박 대표의 당내 위상을 높여주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의 대권 행보도 한결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이번에 확인된 그의 선거 역량과 대중적 인기는 그 동안 중도적 입장을 취해온 당내 의원들의 차기 주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박(反朴) 노선을 취해온 홍준표 혁신위원장은 1일 “당 지도부가 고생해 승리할 수 있었다”며 박 대표의 공을 인정했다.

박 대표가 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3수의 실패는 없다”고 자신감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대표는 또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며 권력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표가 승리감에 젖어 당 개혁을 미루다간 다시금 당내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회창 전 총재시절부터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선 항상 승리했지만, 정작 대선에선 두 차례나 패배한 데 따른 경계인 셈이다.

당내 비주류의 물밑 수근거림도 여전하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도 상황을 관망하며 박 대표를 무겁게 응시하고 있다.

때문에 상당수 의원들은 박 대표가 재보선 승리의 여세를 당 장악력 강화 보다는 당 개혁의 에너지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무성 사무총장이 “박 대표는 이번 결과에 안주해 개혁을 등한시할 분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ㆍ보선 승리, 대선 패배 징크스’ 깰까
한나라당이 이번 재ㆍ보선에 승리한 것은 우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33.6%에 그친 낮은 투표율에도 기인한다. 상대적으로 여당 지지가 많은 젊은 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표율이 70.8%였던 2002년 대선을 예로 들며 대선에 가면 재ㆍ보선과 상황이 뒤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20, 30대는 전체 유권자의 50%를 차지한다. 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도 재ㆍ보선 참패에 대해 “고령층 위주의 투표에선 이기기 힘들다”고 자위했다. 뒤집어보면 대선엔 자신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재ㆍ보선 자체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기 때문에 야당에 유리하다”며 작은 전투에 만족할 때가 아니라는 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이 작은 승리에 자족해 정체해 있는 사이에 여당이 위기의식을 갖고 전열을 정비하며 혁신을 추구하면 ‘대선=여당 승리’ 공식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다시는 ‘재ㆍ보선 전문당’ 소리를 듣지 말자”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박 대표도 “지난번에 범했던 실수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며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은 “재ㆍ보선당이라는 말이 있어 자축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한 걸음씩 승리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조경호 기자 sooyang@hk.co.kr  


입력시간 : 2005-05-1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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