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VS 김문수 - 인터뷰 /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예비 후보"경기도지사는 CEO형 보다 올바른 국가관과 공인정신 필요"

“정치가 오묘하다고 할까요. 중학교, 대학 동창이 경쟁 상대라니…”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유력한 김문수 의원(경기 부천 소사)은 3일 인터뷰 중 열린우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학교 동창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나서는 것에 대해 복잡한 속내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경기도지사는 올바른 국가관과 공인(公人)정신이 필요하다”며 ‘CEO형 도지사론’을 내세운 진 전 장관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경기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문제를 풀어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3선의 중진으로 정치적 역할이 기대되는데 도지사에 출마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계기는 수도이전 과정에 있다. 정부는 수도이전 위헌 판결 이후에도 수도를 분할해서 지방으로 이전하고 공공기관도 옮길 예정이다.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경기도가 공동화 위기에 처한다.

반면 약속했던 수도권 규제는 풀지않아 성장동력의 저하로 국가 경제가 위기고 민생도 어려운 상태다. 경기도도 마찬가지(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살리고 중국의 상하이와 베이징, 일본의 도쿄와 맞설 수 있는 경쟁 단위는 수도권이며, 수도권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확고한 국가관과 비전을 갖춘 일꾼이 필요하다.

요즘 “이 시대 최고의 애국은 정권교체”라고 하는데 정권교체는 대권 경쟁에 나설 분들이 할 일이고 그보다 작지만 한국 중심부인 경기도에서 이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해 위기적 상황을 벗어나게 하는 것은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

- 경기도를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가, 비전을 밝힌다면.

경기도는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심장에 해당하는 곳으로 대(對)중국 황해경제권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인구, 자원, 인프라 등에서 발전잠재력이 가장 큰 지방이다. 그럼에도 규제에 묶여 난개발이 횡횡하고 주민의 삶이 낙후돼 있다.

우선 규제를 풀어 계획적인 개발을 추진해 삶의 질을 높이고, 경기도를 동북아 경제 중심, 교육ㆍ물류ㆍ금융 중심지로 발전시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엔진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경기도는 남북 지역, 동서 간, 신구 도시간 격차가 큰 ‘3대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춘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교통난, 교육 문제 등 현실적인 주민 불편을 해소해 삶의 질을 높이는 도정을 펼 생각이다.

- 경기도의 최대 현안을 무엇이라고 보나.

규제다. 규제를 해서 국가도 잘 살고 지방도 좋아진다면 규제를 해야겠지만, 지방도 나라도 망하게 되는 규제가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안에 콩밭만 1만7,000평이 있다. 절대농지라는 규제에 묶여 주차장 뜯어서 콩밭을 만든 것인데 농사가 되겠는가. 한미약품의 경우 수도권 규제에 묶여 지방에 공장을 증설하려고 해도 이전비용과 물류 코스트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

작년에 전국 투자의 60% 이상이 경기도에 몰렸다. 그런데 이것을 계속 막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지장을 받고 있다.

- 당선됐을 경우 '규제'문제를 어떻게 풀 계획인가.

작년에 수도권정비법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입법조치와는 별도로 국민과 언론에 ‘규제’로 인한 폐해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생각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 인사 누구라도 만나 현실을 알리면 그 분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

- 손학규 현 경기지사의 도정을 평가한다면. 본인이 더 비중을 두고자 하는 분야는.

손 지사는 외자 유치와 경제 인프라를 구축해 경기도가 한국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실천적으로 보여줬다.

또 영어마을, 여성정책 등에서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사례를 남겼다. 교육부문에만 3년 동안 6,000억 가량을 지원해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를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손 지사 표현대로 ‘저평가 우량주’의 도정을 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교통 부문에 중점을 둬 고속도로, 순환 도로, 철도를 신설하고 정비해 사회ㆍ경제의 기본 인프라를 확충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서울 간 대중교통 연계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다. 또 복지부문에 대한 투자도 늘릴 생각이다.

- 5ㆍ31 지방선거에 나서는 선거전략이 있다면.

이 나라를 어렵게 만든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차기 대선의 전초전인 만큼 지방선거에서부터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호소하겠다.

또한 노 정권과 여당이 수도를 해체, 규제하면 국가를 불행하게 하는 근원이 될 것임을 알리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사심없이 깨끗하고 겸손하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도민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하겠다.

- 행정경험이 없어 도정(道政)을 이끌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도정은 단순한 사기업과 달리 공적인 역할이다. 따라서 공직자로 기본적인 국가관, 올바른 봉사관, 엄정하고 청렴한 정신이 능력에 우선한다고 본다. 여기에다 나는 노동운동을 하든, 장사를 하든, 국회의원 일 때도 내가 맡은 일에서 반드시 성과를 냈다.

3선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감사를 하면서 10년 넘게 정부기관과 마주앉아 씨름을 해왔는데 장관보다 경험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 경영대를 졸업해 경영마인드도 갖췄다고 자부한다.

- 진대제 전 장관은 CEO형 도지사론을 내세우는데 김 의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경기도지사 선거는 단순히 CEO처럼 돈만 잘 버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 선출직인 만큼 유권자 마음에 들어야 하고 공인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인정신, 공인으로서의 훈련과 자기관리가 더 요구된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공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겠다,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래서 CEO와 공인이 가는 길이 같은 점도 있겠지만 분명히 다른 길이라고 본다.

- 진 전 장관의 아들 국적문제와 병역문제가 선거쟁점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선거 쟁점이라기보다는 지난번 정통부장관 취임 때도 문제가 된 적이 있어 국민들이 잘 알고 있고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본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상대의 부담스런 부분을 거론하는 것은 경쟁자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