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판세, 16개 광역단체장 중 한나라 11곳서 독주… 우리당, 호담서 민주당과 접전

5ㆍ31 지방선거를 10일 남긴 22일 현재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의 판세는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세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각종 여론조사와 지역 현장 분위기를 종합할 때 열린우리당은 전북과 대전에서만 우세를 보이고 있고 전남ㆍ광주는 민주당이 우세, 나머지 11개 지역은 한나라당이 크게 앞서고 있다.

KBS와 SBS의 공동 의뢰로 미디어리서치와 TNS미디어가 16~17일 전국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과 광주에서는 1위와 2위 후보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경기ㆍ인천의 수도권과 영남, 전남ㆍ북, 강원, 충북 등은 1ㆍ2위의 현격한 격차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제주지사 후보 지지도는 무소속 김태환 후보 34.1%,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 28.2%, 우리당 진철훈 후보 19.3%로 나와 현 후보가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이상 김 후보를 따라붙은 양상이다.

후보 간 1ㆍ2위 순위는 한 달 이상 변하지 않고 지속되는 추세다. 이런 판세는 앞으로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대형변수가 터져 나오기가 쉽지 않은 데다 여권에 등돌린 민심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공천비리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지지율이 요지부동인 것은 이를 입증한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선 여론 흐름에 미묘한 변화를 보여 각 당이 막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호남과 충청 민심의 바로미터인 광주ㆍ 대전시와 경선 과 입당 과정에서 잡음이 있던 충남, 제주도가 이에 해당한다.

광주로 몰려든 지도부, 호남표 잡기 안간힘

광주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경합하고 있다. 양당은 호남 표심을 나타내는 광주시장 선거가 이에 머물지 않고 5ㆍ31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호남 유권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광주시장 선거는 초반만 해도 민주당 박광태 후보의 안정적인 당선이 예상됐다. 그러나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의 공천헌금 비리가 터지고 우리당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중량급 조영택 후보를 내세우면서 중반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의 5월 2일 당 지지도 조사에서 우리당은 30.9%로 민주당 28.2%에 근소한 차이로 한때 앞서기도 했다.

우리당은 그 같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정동영 의장이 어버이날인 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하고 9~10일에 이어 17~18일 당직자와 의원을 대거 이끌고 광주를 찾아 호남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우리당 이원영 의원의‘5ㆍ18 발언’이 악재로 작용하고 공천 후유증이 가시지 않으면서 5월 16~17일 KBSㆍSBS 공동여론조사결과 박광태 후보 48.5%, 조영택 후보 24.9%로 한달 전 조사 때보다 격차가 6.3% 포인트 더 벌어졌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이 34.9%로 30.7%에 그친 우리당을 다시 앞섰다.

우리당은 젊은층에게는 선거참여를 독려하고 중장년층에는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을 당을 선택해달라고 전략을 수정한 상황이다.

대전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한나라당에서 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탄 염홍철 후보의 우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KBSㆍSBS 공동여론조사결과 염 후보가 지지도 48.8%로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 24.2%에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박 후보측은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측은 “선거 막판에 ‘박근혜 바람(朴風)’이 불고 국민중심당 후보가 선전하면 득표율 35%대에서 역전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역 정가에서도 박 후보가 빠른 속도로 염 후보를 추격하고 있고 대전 동구와 중구 등 구도심은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과 인접해 있고 그곳 출신 유권자들이 많이 살아 박풍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염 후보측이 행정수도 이전의 프리미엄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정당 지지도는 KBSㆍSBS 공동여론결과 한나라당이 35.1%로 우리당 30.9%에 앞서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대로 당락이 갈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충청권 '박근혜 바람' 변수

충남은 뒤늦게 공천된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가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고 우리당 오영교 후보의 추격, 국민중심당 이명수 후보는 바닥권에 머문 상황이다.

이 후보측은 지역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고 여기에 박풍까지 불면 승산은 확실하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충청 지역이 지역성이 강해 국중당 이 후보가 어느 정도 선전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 후보의 근거지인 아산ㆍ천안이 충남 인구의 40%를 차지해 선거 막판 지역정서가 꿈틀되면 현재의 판세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

또 이완구 후보가 경선 과정서 선거인단에 금품을 살포했다는 선거법 위반 시비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것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은 “검찰에 걸릴 게 없다”는 입장이고 오히려 후보 경선에서 패한 박태권 전 충남지사가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철회해 한결 홀가분해졌다고 한다.

제주지사, 대접전 예상

제주지사 선거는 무소속 김태환 후보의 탈당과 우리당 입당 파문에다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후보와 현 후보간 격차도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제주지사 선거의 막판 변수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원희룡 의원의 ‘바람몰이’를 꼽는다. 박 대표와 제주 출신의 원 의원이 제주 현지를 방문해 휘저으면 판세가 한순간에 현 후보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11~13개 지역, 우리당은 1~2개 지역, 민주당은 2개 지역에서의 당선이 점쳐진다. 호남을 제외하고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수 있을지 이번 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