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 - 이명박·박근혜 양강구도… 정계개편에 따라 고건 변수될 수도

현재 대선 지형은 이명박, 박근혜, 고건 세 주자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에서는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강세는 계속 유지되겠지만 고건 전 총리는 정계개편 등의 변수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지난해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고 전 총리는 1년 간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연말인 12월 여론조사에서도 26.5%의 지지율로 이 전 시장(25.4%), 박 전 대표(24.8%)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고 전 총리의 지지율 순위는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8월 15일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25.6%로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고 전 총리 21.1%, 박 전 대표 20.7%였다. 한 달 뒤인 9월 18일 조사결과 이 전 시장은 29%대로 박 전 대표ㆍ고 전시장과의 간격을 6% 이상 벌려 오차범위를 넘어섰다.

3강을 둘러싼 여론의 추이는 외부환경 요소 중 정치이념이 부각될 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오르고, 경제 문제가 이슈화될 때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고 전 총리는 특별한 상승요인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고 전 총리가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를 가장 크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고 전총리가 차별화된 자신만의 장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거품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전체적으로 이 전 시장이 상승 기류를 타고 있고 박 전 대표는 현상 유지, 고 전 총리는 정체 내지 하강하는 경향으로 이러한 추세는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목되는 것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상승 조짐이다. 손 전지사는 8월 15일 조사 결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뒤를 이어 5위를 차지했지만 9월 18일 조사에서는 4% 가까운 지지율로 정 전 의장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 손 전 지사가 대선주자로 국민들 속에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반해 현재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바닥권에 머물고 있고 정치 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그러한 추세는 내년 대선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정동영 전 의장이 3~4%, 김근태 의장은 1~3%, 천정배 강금실, 유시민 등 다른 잠룡들의 지지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대선이 한나라당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97년, 2002년 대선의 예가 보여주듯 정치는 가변적이고 한 달 만에 지지율이 역전될 수도 있어 어느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 지는 아직까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비한나라당ㆍ반한나라당 정서를 갖고 있는 유권자가 40% 가량 되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고 한나라당 지지가 40%대에 이르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보다 노 정부 비판에 대한 반사효과가 더 큰 결과다.

정계개편을 통해 비ㆍ반한나라당 세력이 결집하고 미래 비전과 국가운영 능력을 놓고 한나라당과 비(반)한나라당 후보가 격돌하면 승패는 가늠하기 어렵다.

여권에서 제기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자체 동력 부족으로 난관이 예상되지만 다자구도로 출발했다가 막판에 연대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영호남 통합은 호남 정서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쉽게 움직이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적은 반면, 우리당+민주당+고건 연합은 가능성이 크다.

현 여권 주자의 지지율이 끝내 오르지 않을 경우 ‘제3 후보’의 등장도 예상된다. 그러나 항간의 이명박 전 시장 탈당설이나 노 대통령과의 제휴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은 어려울 것이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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