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업고 우리당+민주당+고건 신당+노무현 '그림 그리기 행보' 해석한나라·민주 긴장… 우리당 통합신당 움직임에도 직격탄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동선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지난 4일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회동은 여야 정치권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계개편을 놓고 계파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중이었고 한나라당은 호남에 공을 들이며 ‘서진(西進)’ 공략에 속도를 내던 터였다. 민주당은 호남의 맹주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DJ와 노 대통령의 만남은 각 당의 그런 꿈을 깨는 것이었다.‘비정치적’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회동의 상징성만으로도 정치권에 파열음을 내기에 충분했다. 당장 우리당은 대세를 이루던 통합신당론, 즉 ‘우리당+민주당+고건 신당-노무현’의 등식이 도전을 받게 됐다. 노 대통령을 배제한 정계개편론이 뜻밖의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친노(親盧) 인사인 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7일 “정계개편의 동력은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해 노 대통령이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결국 통합신당을 추동해온 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에 직격탄을 날린 격이어서 당 주도권을 정동영ㆍ김근태 계에 넘기지 않겠다는 ‘노심(盧心)’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DJ는 그동안 “분당이 비극의 씨앗”이라며 우리당 창당을 비판하고 민주당과의 연대를 독려해 “민주당과의 연대는 지역주의 회귀”라고 강조한 노 대통령의 생각과 상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친노 호남 인사인 염동연 의원은 “노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연대에는 반대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범민주세력 연대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당+민주당+고건 신당+노무현’의 정계개편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DJ껴안기 '정계개편 대선과 관련'시각

이달 초 노 대통령을 만난 김혁규 의원은 “노 대통령은 대선전략에 있어서 전선구축을 늘 강조해 왔는데, 다음 대선에서 호남의 도움 없이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DJ와 만나고 7일 광주를 찾은 행보가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친노 직계인 386 의원은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과 대북 포용정책을 임기 이후에도 유지할 것”이라고 해 노 대통령이 DJ와의 회동을 통해 그러한 면을 부각시키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DJ 입장에서도 북핵 사태 이후 도전을 받은 햇볕정책이 노 대통령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게 돼 만남이 서로에게 윈-윈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판단한 것. DJ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10월 9일 햇볕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했고, 노 대통령은 다음날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한 후 햇볕정책을 옹호, DJ에 화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DJ와 노 대통령 사이가 ‘밀월’ 관계가 아닌 ‘갈등’관계라는 분석도 있다. 즉 미국이 북한의 해외자금을 옥죄기 위해 마카오의 BDA은행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 DJ정부 때 북한에 보낸 현금 내역을 발견, 노 대통령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DJ가 호남의 상징으로 정치적 비중을 높여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이 BDA 정보를 앞세워 DJ의 행보를 통제하려고 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는 설이다. 그러나 신빙성은 약하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