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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보혁명 촉진·통제 '야누스 정책'
현대화에 불가결 인식 적극 장려...네티즌만 1억3,200만 명
400만 블로거 감시에 3만 명 투입 등 '빅브라더'식 통제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웹사이트 인민망(人民網)은 8일 개설 10주년 특집 기사의 관련사진으로 차세대 주역인 리커창이 자사 인터넷 페이지를 살펴보는 자료사진을 게재했다. 이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인터넷을 통한 정보혁명에 적극적 자세임을 강조하기 위한 편집이다. 사진은 현재 랴오닝성 서기인 리커창이 허난성 서기로 있던 2004년 8월 허난성 인민일보 지사를 방문 했을 때 촬영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정보화 혁명의 달성을 위해 전 국민에 대한 인터넷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인터넷을 배우고 있는 모습.

지난 8일 인민일보 인터넷 웹사이트 인민망(人民網)은 개설 10주년 기념 특집기사를 홈페이지 머리기사로 실었다. ‘기층인민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深入基層)’ 라는 표제의 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2001년 이래 인민망의 지방뉴스 면이 크게 늘었다는 내용이다.

시작 당시에는 한 개 코너에 1주일 단위로 300건 정도의 기사를 바꾸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지방뉴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코너가 7개나 있으며 성(省)별로 22개의 독립된 페이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관련 사진으로 리커창(李克强) 현 랴오닝(遼寧)성 서기의 사진을 첨부했다. 그가 허난(河南)성 서기로 있을 때인 2004년 8월 9일 인민일보 허난성 지사사무실을 방문, 인민망의 허난판 페이지를 클릭하여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이들 기사와 사진을 보며 중국이 국토 전역을 정보네트워크화 하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정보혁명 와중에 있으며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 같은 정보혁명을 억제, 저지하려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커창은 차세대 지도자 그룹의 선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의 사진을 찾아 덧붙인 것으로 짐작됐다.

필자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할 때인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베이징의 정보 환경은 극히 열악했다. 중국의 대표적 신문인 인민일보는 8페이지 혹은 12페이씩 발행되었는데 당의 방침을 알리는 논평 등 선전 관련 내용을 빼면 정작 뉴스는 한줌밖에 안되었다. 신문마다 독자적인 배달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편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받아볼 때는 모든 신문이 이미 ‘구문(舊聞)’이었다. 인물의 프로필을 찾으려면 일본의 그룹 미쓰비시(三菱) 산하 연구소가 펴낸 <중국인물사전(中國人物事典)>을 뒤적이거나 홍콩에서 발간된 <중공최고영도층(中共最高領導層)>을 들춰야 했다.

하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인민일보 웹사이트를 둘러보면 중국의 정보혁명이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인민망은 하드웨어 측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다른 선진국의 신문 웹사이트에 뒤지지 않는다.

우선 속보성과 정보량, 그리고 검색기능 등 기본적 인터넷 속성을 구현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프로필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고 그들의 동정기사도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어 지도부의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블로그(博客) 코너도 마련되어 있고 기사마다 네티즌(網友)이 댓글(留言)을 달 수 있다. IP 주소를 밝혀 놓고는 있지만 대부분 실명이 아닌 ID 혹은 무기명으로 의견을 올려 놓는 게 가능하다. 정보의 쌍방향 유통이 구현되고 여론의 생생한 목소리를 댓글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점은 우리와 마찬가지다.

영문판 외에 일문판, 불어판, 스페인어판, 그리고 아랍어판까지 개설, 중국어를 모르는 세계 네티즌들이 중국 뉴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이 같은 뉴스의 세계화는 영국의BBC 인터넷판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의 접근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각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외교부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의 정례브리핑 내용 녹취록을 그날 중으로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게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웹사이트의 정오 브리핑 녹취록 서비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고 상세하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비롯해 몇몇 간부들은 외교 현안을 놓고 네티즌과의 집단 채팅을 갖기도 했다. “외교관으로서 외모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지 않느냐”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우리 어머니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수한 리자오싱의 답변에서 볼 수 있듯이 채팅 분위기는 우리나라나 다를 바 없이 격의 없고 솔직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중국은 인터넷 정보혁명에 적극적인 자세다. 중국의 인터넷 가입자는 2006년 말 현재 1억 3,200만 명이다. 중국인 10명 가운데 한 사람꼴이다. 국제기구 직원만이 블로그를 만들 수 있도록 한 우즈베키스탄이나 컴퓨터 사용자를 아예 등록토록 한 미얀마 군부독재 정권과는 전혀 정반대의 자세를 취했기에 이런 폭발적 성장이 가능했다. 넷심이 여론 형성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05년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에 반대하는 인터넷 서명 캠페인에 불과 며칠 사이 1,00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쯤 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올 법하다. “중국이 정보통제국가 맞아?”라는. 자본주의 국가 뺨치게 시장경제를 심화시키는 중국을 보고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 맞아?”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은 인터넷 정보혁명이라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에 맞서지 않고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엄연한 정보통제의 독재국가이다. <폭정(Tyranny)>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독재연구가 데이비드 왈킨스키는 지난 8일 미국 ABC 방송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현존하는 독재자 5명 중의 4번째로 후진타오를 꼽았다. 왈킨스키의 선정 이유는 강제노역 등 인권상황에 대한 외면과 함께 언론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중국은 이런 ‘악의적인 선정’에 반박할 수가 없을 것이다.

3일 중국 당국은 기공 수련단체 파룬궁에 대한 탄압 중단과 부패관료의 파면운동을 펼친 인권변호사 가오즈청(高智晟)을 한밤중에 연행했다. 이를 전한 홍콩의 명보(明報)는 지난해 말 국가전복선동죄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그가 외국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족과 함께 고향인 산시(陝西)성으로 격리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공산당 중요 부서에 대변인제를 도입하면서 반체제 인사의 외국 언론 인터뷰도 했다. 하지만 가오즈청의 격리는 이러한 정책과 모순된다.

그런 이율배반의 모순은 중국의 인터넷 정책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특징이다. 블로그를 허용하는 한편, 이를 감시하는 대규모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400만 블로거를 감시하려고 3만 명이 투입됐다. 감시원 1사람당 113명 꼴이다. 때문에 인터넷 공간은 덫이기도 하다. 반체제 인사들이 수없이 여기에 걸렸다.

중국은 인터넷 포탈사이트 야후와 구글에 ‘모기장 논리’를 강요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야후는 가입자의 정보를 중국 당국에 제공해야 했고 구글도 대만독립, 파룬궁, 민주 등과 같은 용어들에 대한 검열과 차단을 수용했다. 네티즌들에 의해 정보가 추가되는 온라인 공개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지난해 11월 중순 접속차단이 해제됐다. 대서방 유화제스처의 일환이다. 물론 중문판 위키피디아에서는 반중(反中)적인 내용이 모두 사라졌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국이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정보혁명에 고무와 감시라는 두 얼굴로 접근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정보혁명의 유토피아는 고대 그리스 이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직접 민주주의제의 부활이다. 반면 그 디스토피아는 오웰식의 빅브라더에 의한 통제사회다. 2005년 4월 중국 전역을 휩쓸었던 반일시위는 인터넷 정보혁명의 야누스적 속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학생시위가 순식간에 대규모로 조직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을 통해서 의견을 결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위가 별다른 문제없이 신속히 가라앉게 된 것 역시 정보혁명 의 수단을 통해서였다. 공안 당국은 핸드폰 소지자들에게 불법시위에 참가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일괄 발송했다. 상당수가 ‘빅브라더’의 감시 눈길을 의식했고 시위 참여를 포기했다. .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한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어 엎기도 한다. 현대화를 위해서 정보화가 필연적이라고 본 중국의 지도자들은 정보혁명의 후폭풍을 두려워하면서도 통제 가능할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다만 중국 지도자들이 빅브라더식 접근에 매달릴 때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특히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올림픽은 ‘중국식 정보혁명’을 지향해 온 중국 지도부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정보의 바다가 새로운 바람에 편승해 배를 뒤엎는 파고를 일으킬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01/21 16:45




이재준 객원기자 중국문제 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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