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오바마 선거자금 모금액서 힐러리 앞서공화-줄리아니, 톰슨에 지지율 추월 당해 악전고투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1년도 훨씬 더 남은 시점에서 요동을 치고 있다.

선거운동이 유례 없이 조기에 과열 분위기로 치닫는 것은 물론이고, 당내 선두 주자들의 입지도 후발 주자들의 뜻밖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휘청거리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클린턴 상원의원이, 공화당에서는 루돌프 전 뉴욕시장이 그 동안 안정적인 1위를 구가해 왔으나 최근 들어 배럭 (민주) 상원의원, 프레드 (공화) 전 상원의원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지지율이 ‘반 집 승부’로 좁혀졌거나 뒤집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원의원의 경우 전국적으로는 43~48%의 지지율로 19~25%의 의원을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고 있으나, 앞으로의 선거 판세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선거자금 모금액에서는 2분기(4~6월)들어 마침내 의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선거는 누가 선거자금을 더 많이 모으느냐가 지지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의원은 2분기에 3,250만달러(약 300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고, 의원은 2,700만달러,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900만달러를 모았다.

오바마

1분기에는 의원이 2,600만달러로 2,570만달러의 오마바 의원을 간발의 차이로 따돌렸었다. 의원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은 선거자금의 규모는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의원보다 훨씬 영양가가 높다는 점이다.

의원은 민주, 공화 양당을 통틀어 가장 많은 돈을 모았을 뿐 아니라 후보 개인에 대한 기부자 수에서도 타 후보를 압도했다.

는 1월 이래 25만 8,000여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았는데, 이는 공화당의 ‘빅3’인 ,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세 후보에게 기부한 사람을 전부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의원은 지난 3개월 동안 하루 평균 1,500명씩, 15만 4,000여명의 새로운 기부자를 찾았다. 이는 지지층의 저변이 그만큼 탄탄하고, 따라서 그만큼 잠재력과 파괴력이 크다는 증거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소액 기부자가 11만명에 달해 현대 선거전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네티즌의 표심 잡기에서도 의원을 압도했다.

■ 다급해진 , 클린턴 조기 투입

다급해진 의원은 ‘뜨거운 감자’였던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을 조기에 유세전의 전면에 내세우는 첫 승부수를 던졌다. 의원은 2일부터 사흘간 대선의 풍향을 점칠 수 있는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린 아이오와주에 남편과 함께 나타났다.

는 그간 선거운동 과정에서 남편을 최대한 부각시키지 않는 전략을 취해왔다. 남편의 연설이 자신을 부각시키는 스타일인 데다, 자칫 유권자들에게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힐러리

이 때문에 올해 들어 의원이 남편과 함께 유세에 나선 건 앨라배마주 단 한번뿐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언젠가는 지원유세에 가세할 것이란 점은 예상됐지만 이렇게 깜짝쇼처럼 등장한 것은 의원이 뭔가에 쫓겨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공화당의 전 시장은 더 악전고투하고 있다.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도 않은 전 상원의원에게 지난달 말 처음으로 지지도에서 추월 당하는 수모를 당했고, 더더욱 당내 보수세력들로부터는 자신의 진보적 성향 때문에 곳곳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다.

전 시장은 보수적 가치의 공화당원임에도 낙태와 동성애, 총기규제 등에서 민주당에 치우치는 진보적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 때문에 공화당의 최대 세력 중 하나인 복음주의 기독교 교파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낙태수술을 해주고 동성애를 허용하며 총기를 규제하자는 의 말은 의 말과 다를 게 없다”며 타 후보 대안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의 이 같은 파격적 행보가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와의 차별성을 시도하면서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자칫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도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2001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한 ‘ 컨설팅’이 경영 자문 등으로 1억달러 이상의 천문학적 수익을 올렸으나 같은 기간 고객사가 여러 불미스런 일로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 보수세력들, 파격행보 공격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지난달 19일 공화당적을 전격 포기한 것도 의 신경을 긁는 부분이다. 블룸버그 시장의 대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이번 당적 포기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톰슨

본인은 당적 포기 이후 “나는 대통령 후보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년 초까지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무소속 출마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제는 정치적 성향상 전 시장과 블룸버그 시장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시장 역시 재정ㆍ범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고, 낙태권을 옹호하는 등 진보적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경제통신사인 블룸버그의 최고경영자(EO)를 지낸 전문성에다 천문학적인 재산도 갖고 있어 오히려 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 상원의원은 바로 의 이런 빈자리를 비교적 손쉽게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기 TV 법정 드라마인 ‘로 앤드 오더(Law & Order)’의 연방검사역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은 강한 보수적 가치로 당내 주류세력을 거침없이 장악해가고 있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외모에다 ‘제2의 레이건’이라는 이미지도 인기에 한 몫 한다.

줄리아니

물론 약점도 적지 않다. 정치경력이 1995~2003년 8년간 상원의원을 한 게 전부로 일천하다는 점, 상원의원 뒤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법안을 추진했다는 점, 아직 여론의 본격적인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은 그의 인기가 일과성일 수 있다는 경쟁자들 정치공세의 빌미가 되고 있다.

투표 당일까지 숱한 부침을 겪는 것은 어느 대선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번 미국 대선은 당내 경선에 돌입하기 전부터 파란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역대 어느 선거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