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은 北 내부사정과 노대통령 '구애'의 절묘한 접점핵카드 만지작 거리며 경협 등 실리 챙기기에 주력깜짝 데이트서 '한반도 평화선언' 채택될까 관심집중

지난 7월 중순, 중국 베이징의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기자에게 북한의 심상치 않은 조짐을 전해왔다. 북한군에서 하극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방 하사관들이 영관 장교들의 지시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반발하고 있다는 것.

그 배경에 대해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의 식량과 물품이 크게 부족해 군에서조차 하사관급에게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선군정치(先軍政治)를 기치로 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한체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난 5월 한 달가량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아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던 김정일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5일 연속 군 부대를 방문했다. 7월 31~8월 3일 사이 인민군 제4318 부대 산하 ‘구분대’(중대급 규모), 제264 연합부대 지휘부, 제136 부대, 제273 부대를 시찰한 것.

그에 앞서 7월 24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6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도 진풍경이 연출됐다. 양측이 북방한계선(NLL)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 북측은 경계선(재설정)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측은 북방한계선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며 반박했다.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NLL을 비롯한 경계선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된 것은 의심받을만하다. 당시 한 북한 전문가는 “남북한이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갈 경우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문제가 미리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남북간에 무언가 엄청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남쪽에서도 수산쩍은 장면이 있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7월 말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참모들의 움직임이 전과 달랐다”고 했다.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에 한국인 23명이 납치돼 그 중 2명이 숨지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햇는데도 노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는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것.

김정일 위원장이 군 부대 시찰을 마친 다음날인 8월 2일 노 대통령의 대북특사인 김만복 국정원장은 평양을 방문, 북측으로부터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제의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다음날 김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고 “북측 안을 수용해도 좋다”며 고 말해 2차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됐다.

최근 2차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최대 논란은 하필 대선을 눈앞에 둔 노 대통령 임기말에 하느냐 하는 ‘시기’문제와 무엇을 놓고 회담을 할 것인가 하는 ‘의제’부분이다.

‘시기’의 경우 ‘대선용 깜짝쇼’라는 야당의 비판에서부터 북한의 대선개입, 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방지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장관(외쪽)이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가고 있다. 최종욱 기자

하지만 2차 정상회담이 북한의 제의로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을 감안하면 대선용이라거나 노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용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북한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2차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는 주장은 북한체제의 현실을 간과한 본(정상회담)말(대선개입)이 뒤바뀐 해석에 가깝다.

따라서 2차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이 추구한 정상회담 시도에 대해 북한이 8월 초에 손을 잡은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즉 북한의 내부 사정과 노 대통령의 외부 의지가 절묘하게 접점을 이룬 셈이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관되게 정상회담에 전력했다. 같은해 9월 중순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그리스를 국빈방문하는 도중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10ㆍ9 핵실험은 세계에 충격울 주면서 노 대통령을 직접 행동에 나서게 했다. 지난해 10월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베이징에서 북한의 이호남 참사를 만났다.

이후 11월 안희정-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라인 가동, 이화영 의원의 12월 평양 방문 등 비선라인이 숨가쁘게 움직였다.

2006년 6월 13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오전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직접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역사적인 악수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그해 12월 말부터 국정원ㆍ통일부 등 공식 라인이 가동하면서 비선의 움직임은 탄력을 잃었고 북ㆍ미관계 변화와 2ㆍ13 합의 도출은 공식 라인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줬다.

이해찬 전 총리의 3월 평양방문은 공식 라인의 승리를 확인시켜준 셈이다.

● 북한 제의로 성사돼 '대선용' 해석은 설득력 떨어져
정부 '한국판 마샬플랜' 보따리에 뭐가 들었을까 주목

북한은 남측의 정상회담을 향한 과도한 구애를 느긋이 지켜보다 지난해 7ㆍ5 미사일 발사와 10ㆍ9 핵실험 직후 외부 압력으로 위기에 몰리자 남측과 반짝 데이트를 즐겼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않고 북한의 경제ㆍ군 등 내부 사정이 악화되면서 태도를 바꿨다. 8월 말에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북한의 속사정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최대한의 실속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전략상 립서비스와 실리를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북핵 문제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기 ??문에 립서비스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노무현ㆍ김정일 정상회담의 최대 화제작은 앞서 6차 장성급회담에서 운을 띄운 평화체제로 가는 ‘한잔도 평화선언’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 관계자도 “남북 간 군사 대치 상황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평화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챙기려는 ‘실리’는 경제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2005년부터 논의된 농업ㆍ임업ㆍ수산업ㆍ광업ㆍ경공업 등 5대 신경협 사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경협의 경우도 북한 사정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면서 “임가공업,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측의 ‘실리’와 관련, “지난 3월 이해찬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플어놓았을 선물을 주목하라”며 “아마 민족상생을 위한‘‘한국판 마샬플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2중(립서비스, 실리) 전략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 지 2차 정상회담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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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