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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박근혜정부 동북아 최대 프로젝트 대박론 현실로

남-북-러 물류망 통합 본격화… 한반도 '물류 허브' 경제·통일 뒷받침
  •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17일 중국 베이징 외곽옌치후의 '국가회의센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동 중 만나 악수하고 있다
TSR 둘러싼 3각 경협, 박 대통령 '유라시아이니셔티브'와 상통
현대상선·포스코·코레일 컨소시엄 러시아 석탄 시범 운송
중국·일본·미국은 이익·주도권 상실 우려 불편한 시각


남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추진하는 철도연결사업에 정ㆍ관ㆍ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철도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상선, 포스코, 코레일 등 국내 3개 기업 컨소시엄은 지난 11월 24일부터 북한 나선특별시 나진항에서 경북 포항항으로 러시아산 석탄 3만5,000t을 실어 오는 시범운송 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코레일과 현대상선, 포스코 실무진이 현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최근 방북 신청을 하고 현지를 시찰 중이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3사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정부 관계자 등 우리 측 점검단 13명은 이날 열차를 타고 러시아에서 북러 국경을 지나 나진항이 있는 나선특별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 관계자들은 올해 두 차례 방북해 항만시설 점검 등 현지 실사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까지 북측에 머물면서 나진항과 연계된 육해운 복합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기술적 점검을 했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남북한과 러시아의 합의가 순조롭게 잘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 임기 내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철로연결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남북한이 통일의 문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여권와 외교가에서는 TSR이 연결될 경우 한반도가 전세계 물류허브가 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부가가치에 힘입어 한반도 통일이 수년 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교통연결을 통한 경제 시너지 효과로 남북한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남-북-러에 미ㆍ중 주목

현재 한국이 러시아와 협의해 추진하고 있는 TSR(TRANS SIBERIAN RAILWAY, 시베리아 경유 횡단철도)은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 지대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총 길이 9,288km의 세계 최장 철도다.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협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TSR사업을 앞두고 한국이 시험적으로 한 사업이다. 이 구간은 향후 부산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북한 내 첫 사업 구간이어서 이 프로젝트 이후 철도연결사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점검과 선적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러시아산 석탄을 실은 벌크선도 같은 달 28일 나진항에서 남녘을 향해 출항해 다음날 입항했다. 시험적으로 출항한 벌크선이 처음으로 포항에 들어오면서 남북러 경제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본격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범운송 사업이 앞으로 본격 가동될 경우 국내 기업이 러시아산 석탄을 이전보다 싼 값에 도입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5ㆍ24 대북제재 조치의 예외로 규정하고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남-북-러시아로 이어지는 대륙간횡단열차 운행을 위해 삼국이 본격 사업에 착수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향후 부가가치는 실로 대박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한국과 러시아, 그리고 남한과 북한 간의 물밑 조율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무성한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이 한국-러시아 커넥션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이를 지켜보는 속내가 편치 않다. 북한-중국-러시아로 이어지는 철로는 중국이 상당한 주도권을 쥐지만 남한이 철로의 시작점이 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TSR의 경우 중국이 사실상 배제돼 있기 때문에 경제협력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의 지하자원에 눈독을 들여온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경제협력을 할 경우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남한과 러시아에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중국은 최근 남한과 북한에 여러 통로로 사업참여를 타진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남-북-러 경협에 중국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R의 핵심은 유럽행 물류다. 현재 유럽 물류의 허브는 핀란드다. 전 세계 대부분의 물류가 핀란드 보관창고를 거쳐 흩어지기 때문에 동서교류의 중요 거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핀란드 대통령을 만나 경제협력 등을 논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20일 청와대에서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총리를 접견하고 교역 투자와 과학기술, 에너지,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스툽 총리가 올 6월 취임 이후 아시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 중 한국만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접견에서 "핀란드는 지정학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유한 문화를 잘 발전시켜왔고 1990년대 경기 침체를 빠르게 극복하면서 정보기술(IT)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공통점을 많이 가진 두 나라가 앞으로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툽 총리의 방한은 지난해 10월 정홍원 국무총리의 핀란드 공식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철도연결과 관련한 물류문제 논의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TSR-TCR 둘러싼 신경전

과거 김대중 정부 때 한국은 러시아와 TSR 프로젝트를 놓고 긴밀한 조율을 했다. 당시 러시아는 "한국정부가 필요한 것은 대북지원이다. 북한의 지원요구물자는 대부분 구 소련제이므로 러시아 정부가 한국정부를 대신해 북한을 지원하고 대신 한국정부는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채무를 탕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난색을 표시했다. IMF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에 우리정부가 막대한 대 러시아 경협차관을 대북지원으로 돌릴 경우 야권과 여론이 그냥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TSR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다. 러시아가 북한에 러시아제 철로를 개설할 경우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허브가 완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취임 후 남한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했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던 러시아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 행보는 남한과 러시아가 사전에 협의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러시아는 북한 방문 전 남한에 "먼저 북한을 방문에 대북지원과 관련된 논의를 한 뒤 남한 정상을 만나겠다"는 뜻을 전해왔고 우리 측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TSR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과 러시아가 TSR을 포함한 대북지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변국의 방해공작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은 북핵문제를 내세워 "대북제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야 하는 시점에 TSR을 통한 경헙은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앞장선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북핵문제가 동북아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이유와 더불어 정치적인 불안요인을 들어 남-북-러 철도연결을 통하 경협은 도박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중국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남-북-러 프로젝트의 핵심이 북한인 만큼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국이 대북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경우 여러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TSR과 더불어 TCR(TRANS CHINA RAILWAY 중국 경유 횡단철도)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CR은 중국의 렌윈항에서 출발하여 카자흐스탄과의 접경지역인 아라산 입구와 카자흐스탄 드루즈바(Druzhba), 러시아의 모스크바, 베를린을 거쳐 로테르담으로 이어진 총연장거리 1만 2,971㎞의 철도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원유철 의원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한 뒤 "한-중 FTA 타결을 계기로 평택항과 옌타이항간의 열차페리를 연결해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황해-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단길을 열어가자"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원 의원은 "한-중 FTA 타결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ASEAN에 이어 세계 주요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며 "미국과 더불어 G2로 부상한 중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함께 안보, 전략적 가치도 함께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 의원은 "이번 한-중 FTA는 한-중 관계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또하나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한-중 열차페리를 통해 한반도와 중국을 잇고 중국의 대륙횡단철도(TCR)와 신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이른바 '황해-실크로드 익스프레스'구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중국식 마셜플랜이라고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구상의 핵심인 '육해상 실크로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결합한 거대 경제벨트 구축안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구조조정, 에너지 안보와 국방 강화 등 중국의 핵심 전략을 응축하고 있는 중요 국가 정책이다. 이 가운데 육상 실크로드 구축 계획은 박 대통령이 제안하고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맞닿아 있다.

원 의원은 "한-중 열차페리를 통해 한반도와 중국을 잇고 중국의 대륙횡단철도(TCR)와 신실크로드를 연결한다면 우리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위한 또 하나의 '비단길'을 개척하는 것"이라면서 "황해-실크로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단길'을 열어줄 것이고 그 시작은 평택항과 옌타이항 간의 열차페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 1991년 나진·선봉을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하면서 나진항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했다. 나진항은 러시아의 TSR로 연결되는 나진-하산 구간 철로가 부두 앞까지 연결돼 있어 TSR의 기·종착 지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로 물류·운송 사업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는 갖춰졌다. 남은 과제는 화물 유치다. 이에 러시아는 나진항으로 연결되는 중국 철도와 연계해 중국 화물의 수출 통로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은 지난 2007년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남·북·러 합작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다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ㆍ24 대북 제재로 사업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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