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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청와대 문건' 수사, 박관천 고개숙인 진짜 이유

청와대 '특별 조치' 취했나?… '빅딜설'도 나와
신뢰하기 어려운 검찰 수사결과 청와대 불신론 증폭
최 경위 자살 이후 확 달라진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
"문건 유출 효과 새해부터 드러나기 시작할 것"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당국은 박관천 경정의 문건 작성 동기와 배후 규명 작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단 검찰수사는 최종 난관에 부딪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문건 작성자이자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 경정이 어떤 진술을 하는가에 따라 수사결과의 향방이 결정되는 상황인데, 박 경정이 입을 쉽게 열지 않고 있어 검찰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구속수사 시한을 내년 1월 4일까지 연장하고 보강수사에 나서는 등 대안을 세우고 있지만 결국 키는 박 경정이 쥐고 있어 그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과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 문건’ 등에 담긴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또 문건이 청와대 밖으로 빠져 나와 언론사 등에 유포된 경로도 밝혀냈다. 그러나 이것은 향후 박 경정의 진술에 따라 검찰에 치명적인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경정에 의해 검찰의 결론이 뒤집어질 경우 검찰은 메가톤급 파장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배신감을 느끼고 폭로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는 박 경정이 어떤 말을 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주목할 것은 박 경정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박 경정이 귀를 막고 입을 닫은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기소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후폭풍이 불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박 경정 침묵 언제까지

검찰은 당초 12월 29일 정도에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검토했지만 박 경정의 침묵으로 발표 시점을 내년 초로 늦추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검찰이 이런 방침을 굳힌 것은 박 경정의 범행동기와 배후 규명 때문이다. 지금까지 박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진술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공식입장이다.

검찰은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을 수사해 문건 내용의 진위와 유출 과정을 밝혀졌지만 박 경정이 왜 그런 문건을 작성했는지,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은 아직 미궁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검찰이 규명한 문건 내용 진위와 유출과정도 믿을 수 없다. 의문점이 너무 많다”고 비난하고 있다.

박 경정이 입을 다물면서 그의 범행동기와 관련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 경정 개인의 ‘출세욕’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상급자인 조응천 전 비서관의 ‘묵인 내지 지시’라는 소문도 있지만 이것들을 동기로 단정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검찰은 일단 박 경정의 구속시한을 연장하고서 보강수사를 벌여 조 전 비서관의 사건 관여도를 가려내기로 했다. 박 경정의 진술이나 기타 단서를 통해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작성과 반출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조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사법처리할 계획이지만, 이 부분은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박 경정과 더불어 조 전 비서관은 검찰의 수사 메커니즘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지금 검찰 수사 내용만으로는 검찰이 처벌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향후 재판에서도 검찰이 불리하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다.

정치권과 청와대 주변, 그리고 검찰 안팎에서 “두 사람이 청와대 비선라인을 상대로 빅딜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두 사람 모두 청와대의 여러 대외비 사항을 적지 않게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정윤회씨 문제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 대한 X파일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빅딜설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빅딜설 관련,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선에서 사후 뒤탈이 없도록 약속할 것이라는 루머가 파다하다.

핑퐁게임에 놀아나는 검찰

일부에서는 결국 검찰만 놀아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문건의 유출배경, 경로, 사실관계, 지시배후 등 결정적인 사항은 모두 검찰이 진술을 통해 확보한 내용이다. 이 사건의 핵심인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이를 인정해야 사건입증에 방점을 찍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입을 다물면 진술에 의한 수사를 해온 검찰이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파워게임에서 검찰이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빅딜설이 사실이라면 조·박 두 사람은 청와대 비선라인과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말을 할 것이고 검찰은 그 진술대로 처벌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서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으로부터 문건 내용에 대해 보고받고 상부에 구두 보고한 것 외에는 유출 경위 등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경정은 검찰이 밝힌 자신의 혐의에 대해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동기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한 시점에 비공식 문서 형태로 작성한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 문건의 작성 동기도 풀어야 할 의문점이다. ‘정윤회 문건’은 박 경정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할 때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작성한 것인데 반해 미행설 문건은 청와대를 나온 상태에서 믿을만한 제보도 없이 작성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문건에서 정윤회씨가 시켜 박 회장을 미행한 것으로 그려진 인물은 정씨를 전혀 모르는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박 경정이 어떤 의도에서 정씨를 문건에 등장시켰는지도 검찰의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건에 대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을 보도한 주간지 <시사저널>은 기사와 관련해 “기사보도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 주간지의 한 관계자는 “사건 취재 당시 기사를 뒷받침할만한 상당한 근거를 취합했다”며 “지금 박지만씨와 기타 여러 사람이 사건 취재 때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기사보도에 문제는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권 일부에서는 박지만씨의 입장변화가 청와대 때문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행사건 당시 박지만씨 측근들은 “정윤회씨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 안봉근 등 청와대 인사들이 여기에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말을 주변인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은 검찰에서도 파악하고 첩보가 생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건 유출과 관련, 박지만씨는 초반 정윤회씨에 강하게 맞섰으나 검찰이 수사 내용을 밝히기 직전 태도를 바꿨다. 박 경정도 마찬가지다. 박지만씨가 “미행은 없었다”고 밝힌 직후 박 경정도 “검찰 조사 내용이 맞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에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문건유출 관련자들에게 급하게 ‘약’을 투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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